[긴급진단]눈에 띄게 줄어든 '소부장' 對日의존도...향후 전망은?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0 12: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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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상반기 이후 의미 있는 변화...尹정부 육성 의지 강해 일본 의존도 계속 줄듯
▲ KOTRA가 1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소부장 해외진출 협의체’를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 3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대 한국수출 규제를 계기로 불붙은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인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단행한 반도체 소재의 무기화가 오히려 소부장의 국산 대체 효과를 높이는데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는 방증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품, 모듈, 반제품 등을 제외한 순 HS코드 기준 전체 소부장 수입(금액 기준)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4%로 전고점인 2016년 하반기 20.2%에 비해 4.8%포인트 감소했다.


소부장 대 일본 수입 비중은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2019년 하반기(17.2%) 이후 2020년 하반기 17.4%로 다소 증가했다가 작년 상반기 15.9%를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의미 있는 감소세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소부장 수입액이 계속 증가한 탓에 지난 상반기에 200억7200만달러를 기록, 작년 하반기(203억3600만다러) 이후 2반기 연속 200억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소부장 수입액 증가분에 비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소부장특별법 등 강력한 정부지원정책 주효
상반기 소부장의 일본 수입 의존도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전인 2012년 상반기 소부장류의 일본 수입 의존도는 24.2%였다. 약 9%포인트 가량 낮아진 것이다.


소부장은 단기간에 수입처를 교체하거나 국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약간의 특성이나 퍼포먼스의 변화로도 제품 전체의 퀄리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일 의존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여러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처럼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인 이유는 2019년 당시 일본의 3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한일 양국 간의 경제전쟁으로 비춰질 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자 우리 정부가 특단의 소부장 지원 대책을 마련, 적극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3대 반도체용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수출 절차 우대국, 즉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의 강도를 높이자 소부장1.0. 소부장2.0이란 강력한 소부장 육성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부는 2019년말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을 제정, 이듬해 4월부터 시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빠른 순발력을 보여줘 국내외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 학, 연 등과 공조하여 100대 핵심품목을 선정, 체계적인 육성에 나섰다. 이와 함께 시급한 현안 문제였던 3대 반도체용 핵심 소재에 대한 국내 생산 라인 설치를 적극 유도했다. 동시에 수입선을 미국, 동남아, 유럽 등지로 다변화 하는 등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 적지 않은 성과를 봤다.

100대 핵심품목 일본 의존도도 크게 낮아져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부장의 완전 자립과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소부장 협력 모델을 발굴해 금융·입지·특례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중장기적 안목에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대한민국 핵심 산업의 핵심 소부장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섰다. 모태 펀드를 활용해 소부장 벤처펀드를 대거 결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이러한 적극적인 소부장 산업 육성 의지와 전략에 소부장 산업은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물론 관계 기관도 소부장 산업 육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코트라가 지난 1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융합혁신지원단 및 자동차·항공·기초소재·반도체 등 소부장 주요 산업별 협단체와 '소부장 해외진출 협의체' 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는 양적, 질적인 면에서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정부의 소부장 육성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더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초격차 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소부장 산업 진흥책을 포함, 다양한 중점 육성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반도체 전문 인력 집중 양성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부장 중에서도 100대 핵심 품목의 경우 더욱 빠른 속도로 대 일본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0대 핵심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24.9%로 6.0%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한일관계 개선 변수 속 더욱 집중 육성해야
변수는 있다. 한일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의 정치·외교적 갈등 양상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경제동맹과 대만이 포함된 반도체 4국 동맹, 이른바 '칩4' 결성 등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적어도 경제분야만큼은 한일 양국 간에 의미 있는 관계 개선의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한일 간의 갈등 완화가 경제 분야에서 먼저 나타난다면, 소부장 산업의 대일 수입 비중이 다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소부장 산업 육성 정책에도 불구, 여전히 기술적으로나 품질적으로 일본산 소부장의 경쟁력이 높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 간에 어떠한 환경 변화가 나타난다 해도 소부장 산업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다.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을 일본의 극단적인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 양국은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언제든 갈등이 격화할 태생적 변수를 갖고 았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언제든 더 심한 경제제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핵심타깃은 소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일 관계의 변화에 상관없이 소부장에 대한 국산 대체와 정책적 지원은 계속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소재-부품-모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벨류체인을 고려하면, 소부장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분야"라고 전제하며, "소부장이 완벽한 자립기반을 갖춰야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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