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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전 우밍진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토요경제> |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협력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영화는 여전히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다. 기자는 올해 3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동남아시아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로 신작 <여우왕>으로 부산을 찾은 말레이시아 출신 우밍진 감독을 인터뷰했다.
영화 <여우왕>은 말레이시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형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첫사랑을 만나고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Q. <여우왕>은 성장영화이면서도 무관심한 아버지와 끈끈한 두 형제의 감정적 대립이 주요 주제로 등장한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화의 주인공 두 형제는 원래 쌍둥이로 설정했었다. 나 자신이 일란성 쌍둥이인데, 자라면서 깊은 우애를 느꼈고 흔히 말하는 텔레파시도 경험했다. 각본 작업 과정에서 쌍둥이 대신 형제로 설정을 바꾸었지만, 두 형제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는 유지하고자 했다.
영화의 극적인 내용은 모두 픽션이지만, 남학교를 다니며 성장했고 또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20여 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느낀 점들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
Q. 해변, 숲, 생선공장 등 이국적인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트렝가누’는 말레이시아 안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작품의 배경인 20여 년 전의 말레이시아 풍경이 잘 남아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초록빛 숲과 해변을 통해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도 ‘이국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특별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Q. 주인공 알리와 아미르를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청소년 배우들과의 작업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형 알리 역을 맡은 배우는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배우였다. 대본을 쓸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캐스팅 과정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다만 동생 아미르 역의 캐스팅이 쉽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알리 역 배우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알리 역 배우는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매우 유명해 넷플릭스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다른 감독들은 구체적인 감정을 지시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에게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말고 네 자신이 되라’고 주문했다. 두 배우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Q. 두 소년들의 첫사랑의 대상인 선생님 ‘라라’ 역도 인상적이었다.
라라 역을 맡은 배우 디안 사스트로와드로요는 말레이시아의 슈퍼스타다. 말하자면 ‘말레이시아의 줄리아 로버츠’라고 할까. 그래서 두 소년이 선생님에게 연정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설정이었다. (웃음)
라라 역은 배우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성장영화 같은 다른 장르 배역은 흔치 않았다. 라라는 이상적인 어른상이나 전통적인 선생님상은 아니지만, 배우의 이해와 적극적인 태도 덕분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Q. 병뚜껑, 불꽃, 생선, 오래된 티셔츠 같은 강렬한 소재들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당시 말레이시아를 면밀히 구현하고자 했다. 병뚜껑은 나와 스태프들이 어릴 적 즐겨 놀던 게임이었다. 마치 말레이시아 버전의 ‘오징어게임’이라고 할까. (웃음)
개인적으로 바다를 무척 좋아해 관련 소품이나 소재를 많이 차용하려 했다. 20여 년 전 말레이시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고, 이러한 소재들은 동남아시아 관객이라면 모두 익숙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본다. 한국 영화와 비교해도 그렇고, 동남아시아에서 선두는 베트남이나 태국이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영화는 그간 고립돼 있었고 현지 관객만을 위해 제작·소비되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리고 있다. 나는 이 변화가 흥미로운 시기라 생각하며, 감독들도 적응해야 한다고 본다. <여우왕>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합작영화로, 국가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Q.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약진은 한국 영화계도 체감하는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말레이시아 영화시장은 할리우드·발리우드·중국 영화가 대부분인데, 스트리밍 덕분에 내 초기작을 포함한 작품들이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됐다. 물론 극장 상영이 최선이지만,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스마트폰으로라도 보여지는 편이 안 보여지는 것보다 낫다. (웃음)
다만 이는 영화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상위 몇 개 업체와 일부 감독만 살아남는 구조다. 지난 몇 년간 데이터 수집 단계였다면, 이제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선택받는 영화만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다. 기회이자 위협이다.
Q. 한국과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의 교류 가능성은?
이미 CJ, 바른손 등 한국 영화사들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호러 장르에 국한돼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Q. 앞으로의 영화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장르영화에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지향하지 않는다. 봉준호,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창동 감독처럼 작가주의 감독이 되고 싶다.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하지만, 향후 영어권 영화도 구상 중이다.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후회 없는 커리어를 쌓고 싶다.
내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되었을 때, 동남아시아 영화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관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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