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칼럼] 삶이란.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1-15 1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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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윤 토요경제 대기자
최종덕(68) 강길철(67) 이영걸(65) 양태환(64) 이주진(63) 장윤호(60) 홍건영(53). 이들은 누구일까. 공통점이 있다. 필자의 지인이다. 하늘의 별이 됐다. 모두 2022년에 먼 나라로 갔다. 모두가 질병으로 작별을 했다. 나이 70을 못 넘겼다. 고달픈 인생여정의 짐을 훌훌 털고 떠났다. 백세 시대는 남의 얘기가 됐다.


차이점이 있다. 살아온 과정이 모두 다르다.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얼굴도 모른다. 이름도 알지 못한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전 공인중개사. 전 언론사 국장. 전 청와대 경호원. 전 항공사 노조부위원장, 전 KBO 사무총장. 전 스포츠마케팅 회사 경영본부장.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살다 이슬처럼 사라졌다. 삶의 흔적도 없이.


궁금한 것이 있다. 가는 길이 어땠을까.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걸었을까. 천근만근 무거운 짐을 걸러 메고 갔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독자에게 미안하다. 죽은 사람 앞에 고(故) 자(字)를 못 붙여서. 나이 앞에 향년(享年) 자(字)를 안 써서. 차마 故, 享 자(字)를 붙이기 힘들어 그랬다. 용서를 구한다.  

▲ 강화도 하도면 갯벌 석양<사진=토요경제>
글을 쓰다 보면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기분 좋아 쓰는 글. 분노에 찬 글. 비통함으로 쓰는 글. 안타까워 쓰는 글. 여러 종류의 글이 써진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감정이 숨겨진다. 글은 이성적으로 써져야만 한다. 기자라는 책임감 때문이다.

오늘 쓰는 글은 필자의 감정이다. 기자의 사명감이 아니다. 70살을 바라보는 서민의 푸념이다. 넋두리라 하고 싶다.

이순(耳順)의 나이가 어제 같았는데. 어느 덧 십년이 훌쩍 지나갔네. 머리에는 백설이 내렸고. 정수리는 광야로 변해가고 있다. 얼굴에는 깊은 도랑이 생겼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다. 빛바랜 옛 사진의 모습이 아니다.

누구인가 말했다. 젊어서 예쁜 거라고. 젊어서 멋있는 거라고. 그 말이


정답이다.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다. 왜 젊음을 헛되이 보냈는지. 얼마나 미련하게 살았는지. 자괴감이 든다. 우리도 곧 간다. 그래서 돌아봐야 한다. 굴곡 많던 인생길을 회상해야 한다. 웃고 싶으면 웃어라. 울고 싶으면 울어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라.

중요한 과제가 있다. 지나온 삶을 자신만 곱씹으면 안 된다. 후손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젊은이에게 간접적 경험을 전해줘야 한다. 자신의 과오를 알려줘야 한다.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진솔한 인생살이에 젊은이도 공감할 것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있으면 어찌할까. 고민하지 마라. 그냥 한마디만 해라. 너는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

우리는 말한다.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맞는 말이다. 생활수준 향상이 가져다 준 결과다. 특히 의료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60대는 청년 대우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노노(老老) 갈등도 생긴다. 지하철에서 많이 벌어진다. 경로석 풍경은 가관이다. 일부 노인들의 고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젊은이가 바라는 노인의 모습은 아니다. 그저 추한 늙은이의 모습일 뿐이다. '꼰대'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다.

▲ 11월 10일 원주시 브론면에 위치한 야산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창 밖에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가을비에 많은 나뭇잎이 떨어졌다. 마지막 잎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뭇잎은 내년에 다시 피어난다.

우리네 인생길은 한 번 가면 다시 못 온다. 사람에 따라 떠난 후 발자취도 달리 남는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사람. 그리워 눈물이 나는 사람. 그저 그런 사람. 잊혀진 사람. 여러 가지 잔상을 남기게 된다. 삶의 흔적이 그 사람을 평가해 준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다. 나이 먹었다고 일찍 가는 게 아니다. 나이 적다고 늦게 가지도 않는다. 공통점이 있다. 삶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가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삶은 아름다워야 한다. 향기 나게 살아야 한다. 많은 추억을 남겨야 한다. 젊은이는 풋풋함을 내세워야 한다. 창조적 사고와 밝은 웃음이 생활화 돼야 한다. 노인은 노인다워야 한다. 젊은이를 포용해야 한다. 미성숙의 젊음을 성숙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늙은이가 아닌 어르신이 돼야 한다. 그것이 삶이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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