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다시 고개 치켜든 물가...한은, 기준금리 또 올리나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2 13: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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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비자물가지수 5.2% 상승...3대 공공요금 급등에 전월 대비 0.1%p 올라
한은 "2월물가 5% 안팎 예상"...高물가에 경기침체 가속화, 통화당국 고민커져
▲전기 등 공공요금의 급등이 1월 소비자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전기계량기 모습.<사진=연합뉴스제공>

 

물가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0.2%p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년동기대비 5.2% 오른 것이다. 작년 12월 상승폭이 0.7%포인트 둔화돼 완만하지만 우하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당초 지난 12월 5%에 턱걸이했던 물가가 1월엔 작년 4월 이후 처음으로 4%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얘기처럼, 물가가 4%대 진입은 커녕 오히려 반등했다. 물가가 상승폭을 키운 것은 작년 10월 이후 3개월만이다.


공공요금에 발목이 잡힌 결과다. 전기, 가스, 수도 등 3대 공공요금이 급등하며 물가가 상승 반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작년에 고물가의 주요인 이었던 에너지는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지만, 큰 폭으로 오른 공공요금이 소비자물가 전체를 밀어 올린 셈이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 4년4개월만의 최고치

새해 첫 달 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5% 넘게 오르며 고공비행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2% 상승했다.


이는 작년 12월 상승률(5.0%)보다 0.2%p 오른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6.3%)을 정점을 찍은 뒤 8월부터 5%대 중반에서 횡보하다 지난 5.0%에 턱걸이하며, 4%대 진입 기대감을 불어넣었었다. 그러나, 작년 9월 5.6%에서 10월 5.7%로 0.1%p 오른 이후 3개월 만에 상승폭이 커졌다.


석유류의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전기·가스·수도·지역난방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치솟은게 전체 물가 반등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작년 5월(5.4%) 이후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를 지속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전년 동기 기준이 아닌 전월 기준으로 물가 오름세가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전월 대비 1월 물가 상승률은 0.8%로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았다. 4년4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12월에 크게 완화됐던 소비자물가가 1월에 이상 급등했다는 의미이다.


1월 물가오름세의 주범은 공공요금이다. 전기·가스·수도 등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28.3% 급등했다. 이는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은 통상적으로 올리더라도 그 인상폭이 크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전기를 보자. 작년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인상된 전기요금은 올해 1윌에도 대폭 올랐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작년 1년간 인상된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당 19.3원임을 고려하면 인상폭은 매우 가파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1월 전기료는 전월 대비 9.2%,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무려 29.5% 껑충 뛰었다.


도시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1년 전보다 36.2% 급등했다. 지역난방비도 34.0% 올랐다. 1월에 유달리 한파가 기승을 부린 것을 감안하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는 그 상승률 이상의 서민 체감도가 높았다.

전기·가스·수도 물가상승 기여도 0.94%로 높아져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두드러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가 눈에띄게 높아졌다. 이들 공공요금이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기여도는 작년 7월 0.49%p였다. 이후 10월 0.77%p로 높아지더니 지난달엔 0.94%p까지 확대됐다.


공업제품은 6.0% 올랐다. 이중 석유류 가격은 5.0%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되돌아간 덕분에 상승 폭이 전월(6.8%)보다 둔화했다. 경유(15.6%)와 등유(37.7%)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휘발유가 마이너스(-4.3%)로 돌아선 덕택이다.


가공식품은 12월과 같은 10.3% 오르는 등 강세를 계속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무엇보다 제분가격 인상에 기인한 빵(14.8%)과 스낵과자(14.0%)가 많이 올랐고, 커피(17.5%)도 오름폭이 컸다.


농축수산물은 전체적으로 소폭(1.1%) 상승했다. 농산물의 경우 0.2% 하락하며 12월(-1.6%)에 이어 감소세가 뚜렷했다. 축산물은 0.6%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수산물은 7.8%로 상승,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서비스 역시 5.9%의 상승률로 전월(6.0%) 대비 하향 흐름이 지속됐다. 8%대를 웃돌며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외식 물가 상승률이 7.7%로 상승폭이 다소 둔화된 영향을 받았다.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공동주택관리비(5.8%)와 보험서비스료(12.0%) 등을 중심으로 4.5%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즉 근원물가는 5.0% 올라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1%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장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1% 상승하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월 물가가 전월보다 상승 폭이 확대된 데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컸다"며 "전기·수도·가스의 전체 물가 기여도가 전기료 상승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0.17%p 정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물가 반등에 기준금리 조정 앞둔 한은측은 고민

공공요금 급등의 의해 소비자물가가 다소 고개를 쳐듦에 따라 통화당국의 금리조절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경기침체 가속화에 의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긴축완화를 만지작거리던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고물가를 잡기위해 고금리의 긴축완화 기조를 유지해왔던 한은이 태세 변화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에 제동이 걸릴 개연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올리는 것도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며 여론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하는 상황에 경기침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외 전문기관이 예측하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대까지 밀렸다. 지난해(2.6%) 대비 1%p 이상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지나친 긴축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이 발표되자마자 한국은행은 2일 오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한 것도 이같은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 부총재보는 이날 회의를 통해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한은 측은 2월 물가 역시 5%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요금 인상분이 계속 반영되고, 국제유가가 상승반전하는 등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이 계속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데다가 내수 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결국 물가가 다시 상승폭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물가를 잡기위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이냐, 아니면 금리동결이냐. 이 두가지 선택지 앞에서 한은이 내릴 최종 결정은 무엇일까. 이달 23일로 잡혀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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