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배당 급증 탓...해외 여행 증가로 서비스수지도 감소
상품수지 7개월만에 흑자...올 경상흑자 목표달성 어려울듯
|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4월 국제수지 브리핑에서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배당 소득의 일시적 변화가 전체 경상수지의 등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배당 특수'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던 경상수지가 4월엔 역으로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이 늘어난 탓에 다시 적자로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에 대한 배당이 늘면서 배당소득이 한 달 사이 31억5천만 달러 흑자에서 5억5천만 달러 적자로 37억 달러 급감한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한달 사이 배당에 울고 웃은 셈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배당 지급이 늘면서 7억9천만달러(약 1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억6천만 달러의 흑자를 내며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또다시 적자로 반전하며 '한달 천하'로 끝났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적자 전환한 데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라는 계절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배당 시즌을 맞아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거둬들인 배당수익이 늘어난데 힘입어 경상수지가 소폭이나마 흑자를 낸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 상품수지, 긴 부진 터널 벗어나며 5억8천만달러 흑자
한은은 이같은 배당을 주고받는 시점의 변화를 감안하면, 4월 경상수지 적자폭은 양호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배당 지급이 대거 몰려있는 4월엔 통상 경상수지가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9일 열린 '2023년 4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4월 적자폭(7억9천만달러)은 최근 8개년도 4월 평균치 39억9천만 달러 대비 큰 폭 축소된 흐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월 소폭 흑자로 반등(1억6천만달러)했던 경상수지는 상승 기조를 이어가지 못했다. 경상수지는 1월 -42억1천만달러, 2월 -5억2천만달러1로 11년 만의 2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재정악화 우려감이 커지다, 3월 소폭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4월 적자로 지난 4월까지 올들어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53억7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에 150억1천만달러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203억8천만달러나 줄어든 셈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적자행진을 벌이던 상품수지가 7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는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4월 상품수지는 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며 5억8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의 첫 흑자다. 상품수지는 경상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경상수지의 상승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품수지가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이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출도 계속 부진하지만, 경기부진이 가속하하면서 수입 감속폭이 최근 커지는 양상이다.
수출(491억1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16.8%(99억3천만달러) 줄었다. 앞서 작년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이후 8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반도체(통관 기준 -40.5%), 석유제품(-27.4%), 철강제품(-15.7%), 화학공업 제품(-12.8%)이 주력제품의 더 부진했던 결과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0.9% 늘었다.
| ▲수출부진과 수입부진이 맞물리고 있는 가운데, 상품수지가 7개월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사진은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가득 들어선 부산항. <사진=연합뉴스제공> |
수출 못지않게 수입도 크게 줄어들어 4월 수입은 485억3천만달러로 13.2%(73억8천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원자재 수입이 작년 같은 달보다 20.5%나 줄었다.
원자재 중 석유제품, 원유, 석탄, 가스 감소율이 각 39.7%, 30.1%, 21.3%, 15.5%에 달하며 전체 수입감소폭을 늘리고 상품수지를 흑자로 돌려놓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 여행수지와 본원수지 악화....한은 "계졀적 요인" 분석
서비스수지는 12억1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억8천만달러 흑자에서 1년 사이 수지가 15억9천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3월(-19억달러)보다 적자폭은 다소 줄었으나, 전체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수지 악화의 주요인은 여행수지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해외 여행이 급증, 여행수지(-5억달러)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나마 3월보다 4월 출국자가 2만5천명 늘었지만, 입국자는 8만8천명 더 증가, 적자 폭은 3월(-7억4천만달러)보다 줄어들었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 지급이 늘어난 탓에 3월 36억5천만달러 흑자에서 4월 9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배당소득 수지가 한 달 사이 31억5천만달러 흑자에서 5억5천만달러 적자로 37억달러 급감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4월 중 48억2천만달러 줄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9억8천만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7억4천만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각 17억5천만달러, 53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도 한은은 향후 수지 개선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4월 수지에 대해 "4월은 외국인 배당 지급으로 큰 폭의 본원소득 수지 적자가 나타나는 시기란 점을 감안하면 내용면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5월에는 다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4월보다 감소했고, 5월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국인 배당 지급도 줄어 본원소득 수지가 흑자를 내는 만큼 5월에도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 ▲여행 수요 급증으로 여행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출국 안내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중국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 하반기 전망 낙관 어려워
한은은 이같은 낙관적 전망의 근거로 지난달 1일 평균 수출액(조업일수 영향 배제)이 작년 10월 이후 처음 24억달러대를 회복한 점, 반도체 수출 물량의 감소율(전년 동월 대비)이 최근 0.3% 정도까지 낮아진 점 등을 제시했다.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서비스 수지, 본원소득수지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연간 24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한은측은 내다봤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않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출1위국 중국이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수출수지-상품수지-경상수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무역수지는 올 1~4월 누적 적자 폭이 53억6천 달러에 달한다. 4월 수출 증감률은 전년동월대비 -16.8%로, 직전 달(-12.9%)보다 더 벌어졌다. 배당 수입이 늘어나도 이를 만회하기 쉽지않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3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에 대한 전망치를 160억 달러로 대폭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KDI는 올 상반기 경상 적자 폭이 1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월 전망치(275억 달러)보다 무려 115억 달러나 내려 잡았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워낙 높아서 총체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수출이 경상수지 흐름의 최대 변수"라고 전제하며, "정부와 한은의 바람대로 수출이 하반기부터 반전드라마를 쓰지 않는한 한은의 경상수지 흑자 목표치(24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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