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역적자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무역수지가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달엔 적자폭이 더 커졌다.
치솟는 물가 관리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부로선 삼각한 고민거리가 또하나 추가된 셈이다. 그나마 수출이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수출이 적자폭을 줄여주는 완충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무역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무역 수지가 계속 악화일로를 치닫는다면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 운용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범 정부 차원에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이달 중 수출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 지원 등을 총 망라한 종합수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역수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매월 갈아치우는 무역적자 기록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하누 7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천만달러로 집계됐다. 46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는 넉달 연속 적자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월별 적자 규모는 4월 24억8천만달러에서 5월 16억1천만달러로 줄었다가 6월 25억7천만달러에 이어 7월까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우리나라가 4연속 적자를 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진 것은 수출 증가율보다 수입 증가율이 더 높은 탓이다.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지만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으로 수입은 더 늘었다. 수입 증가율은 작년 6월 이후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수출은 뛰고 있는데 수입을 날고 있는 모양새다.
7월 수입 653억7천만달러는 역대 최대 규모다. 3월부터 5개월 연속 600억달러대를 상회하는 고공비행이다. 품목별로는 역시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가 수입증가를 주도했다. 3대에너지의 수입규모는 지난해 동월(97억1천만달러) 대비 87억9천만달러 증가한 185억달러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월에 사상 유례없는 조기 폭염이 이어지며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 결국 수입을 늘리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하며 진정국면으로 돌아섰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국제유가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얘기다.
3대 에너지에 이어 산업 생산용 중간재인 반도체(25.0%)를 필두로 밀(29.1%), 옥수수(47.6%) 등 농산물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해 7월 무역적자을 키우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수입 급증 속 7대수출품 선전 '위안거리'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 중국 무역적자다. 대중 무역수지는 5월 10억9천만달러를 시작으로 6월 12억1천만달러, 7월 5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여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대중 무역수지가 석달 연속 적자를 낸 것은 1992년 8월~10월 이후 약 30년 만의 일이다.
대 중국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을 막기 위해 지난 4월~5월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대도시를 전면 내지는 부분 봉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요 중국 수출기업들은 중국 대도시 봉쇄로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한 자릿수 초반대로 무너지면서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쳐 결국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심각한 무역수지 악화에도 불구, 수출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중국은 물론 북미, 유럽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들이 심각한 물가 급등과 이에 대응한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대한민국의 수출전선엔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석유제품 등 7대 주요 품목의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석유제품, 자동차, 2차전지 등이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고 효자품목인 반도체 역시 역대 7월 수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들 7대품목이 무역수지 악화속 그나마 위안거리가 된 셈이다.
고유가 시대의 반대급부로 석유제품의 경우 수출증가율이 무려 86.5%에 이르는 호조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급불안 속에서 자동차가 25.3%의 증가율을 나타낸 것도 주목된다. 자동차는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한 친환경차 수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국내 수출의 새로운 버팀목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2차전지(11.8%)와 반도체(2.1%)는 상대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됐다. 글로벌 총체적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컴퓨터(-27.3%), 가전(-18.7%), 바이오헬스(-12.1%), 섬유(-9.6%) 등은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무역수지 개선 여부 좌우할듯
8월 이후 무역수지는 어떻게 전개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특별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한 8월까지는 무역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부진과 금리인상으로 에너지수요가 감소, 국제 에너지값이 하향세로 돌아섰지만, 무더위가 피크를 이룰 8월에 국내 에너지 수요량이 절정에 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무역수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중국과 국제유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월에 미국·인도·아세안·EU지역에 대한 수출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고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의 수출과 수입 모두 전체의 4분의1을 넘나드는 최대 교역국중 하나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류의 국제 가격이 어디로 튀느냐도 국내 무역수지의 향배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 충당한 현실을 감안하면 에너지가격의 움직임은 무역수지를 가늠할 절대 변수"라며 "현재로선 글로벌 경기침체, 원화가치 하락, 계절적 요인 등이 매우 복합다단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 그 향배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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