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상승오름세 계속...'체감물가'도 4.6%대 고공비행
11월물가 전망 어두워...秋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 ▲채소와 과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했다. 사진은 대형 마트의 채소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물가 오름세가 4개월째 계속됐다. 지난 7월 이후 오름세에 올라탄 물가상승률이 10월에 3.8%를 찍으며 또 다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걱정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4%대 진입은 피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3.8%의 상승률로 4%가 당장 코앞이다. 3%대의 고물가 흐름도 석달째 유지됐다.
7월 이후 오름세를 타고 있는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은 것은 농수산물과 고유가 때문이다. 특히 지난 여름 유례없는 이상기후에서 촉발된 농수산물값의 급등세는 10월에도 이어졌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물가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정부의 물가관리 부담은 커졌다. 특히 김장시즌을 앞두고 연말 인플레이션 학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팀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을 선언하며 아직 '물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알렸다.
◇ 석유류 끌고 농수산물 밀고...3%대 고물가 계속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겹치며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데다, 농산물가격의 불안한 흐름이 이어진 결과다.
통계청이 2일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8% 올랐다.
| ▲소비자물가 추이. <이미지=연합뉴스제공> |
물가는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돌아서 지난 7월 2.3%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8월 3%대로 급반등한 후 3개월째 3%대에 자리를 잡았다.
석유류가 고물가 재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세계 최대 원유생산지인 중동 전쟁이 불붙으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원 대비 1.4% 상승했다.
석유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1.3% 하락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전년동월비 하락 폭은 7월(-25.9%), 8월(-11.0%), 9월(-4.9%) 등 3개월 연속 줄어들며 물가 상승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류가 3%대 후반의 고물가를 앞에서 이끌었다면 농축수산물은 뒤에서 강하게 밀어준 모양새다. 농축수산물가격은 1년 전보다 7.3% 오르며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더 확대됐다.
통상 농산물은 가을에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화된다. 하지만 올가을엔 이상 저온 등 기상 여건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작황이 안좋아 4개월 내리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 신선식품 12년9개월만 최대폭 상승...근원물가는 둔화
축산물을 제외한 농산물가격은 채소류(5.3%)를 비롯, 전체적으로 13.5% 뛰었다. 전달(7.2%)의 거의 두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작황이 좋지 않은 사과(72.4%)를 필두로 쌀(19.1%), 상추(40.7%) 등이 유독 크게 올랐다.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따로 집계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신선과실이 26.2% 오르면서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오름폭이 컸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무려 0.61%p에 달했다. 농산물 하나가 전체 물가를 0.61%p 가량 끌어올렸다는 얘기이다.
|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랐으나 9월(3.8%)보다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올해 1월 5.0%를 찍은 이후로 2~3월 4.8%, 4월 4.6%, 5월 4.3%, 6월 4.1%, 7~8월 3.9% 등 완만한 우하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6% 상승했다. 근월물가보다 1%p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더 높다는 뜻이다.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지난해 10월 요금 인상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은 둔화됐으나 농산물 상승률이 증가했다"며 "석유류 하락 폭도 축소되면서 상승률이 전월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 정부, 연말 물가를 3% 초반 안정 위해 총력 대응키로
기조적인 측면에서 물가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물가상승률이 3%대 후반에 진입하며 정부의 기대치엔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연말로 가면서 조금씩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 입장이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국제정세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하고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여전히 불안하다. 소비자물가에 일정 시차를 두고 큰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스로운 부분이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물가 안정을 위한 각 부처의 관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면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저온 등으로 예상보다 물가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불안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은행도 이날 "최근 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에 발표한 전망 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연말 물가를 3% 초반으로 안정시키는데 총력 대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45억원을 투입해 배추·무 등 14종 김장재료의 할인 품목과 할인 폭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재료 수급 안정을 위해 배추, 무 등 농산물 약 1만1천톤) 천일염 1만톤을 각각 시장에 공급한다.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8개 수입 과일·식품원료에 대해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10월 물가상승은 농수산물이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국제유가가 최대 변수일 것"이라며 "중동 확전 우려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할 우려가 큰 만큼 연말까지 인플레 불안감이 줄어들 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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