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설'까지 등장한 한전...전기료 인상이 유일한 대안?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09-28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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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발행한도 크게 낮아져 채무불이행 가능성 커...에너지시세도 불안해 전기료 대폭 인상 불가피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매입하는 전력도매가격(SMP) 급상승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칫하다간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채무불이해행이란 채무자가 이자나 원리금 상환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디폴트(Default)를 말하는 것으로 한전의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는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에 하나 한전이 전력 구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송전이 끊기고 국민들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전력 마비' 사태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한전측은 현 사태의 원인이 전기료가 물가상승률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전기료에 원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고 항변하고 있어 전기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전측이 정부의 재무 구조 개선 압박을 못이겨 최근 수도권과 제주 지역의 노른자위 부동산을 1700억원 이상 손해 보면서 헐값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나 한전의 위기 극복 차원에서라도 유의미한 전기료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의정부 변전소 등 부동산 27개를 매각, 약 5천억원의 긴급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전의 매각 예정가는 해당 지역 평균 토지거래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한전의 디폴트 위기설이 등장한 근거는 한전이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의 두 배를 넘기게 돼 더이상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없어 채무불이행에 빠질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 때문이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작년말 91조8천억원에서 올해말 29조4천억원까지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한도는 급감하는 데 사채 발행 누적액은 지난해 38조1천억원에서 올해 70조원 정도로 두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경 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발행액이 한도를 초과하면 더이상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이 대규모 적자 상태에서 내년 3월 2022년 결산을 완료하면, 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삭감되며 발행 한도가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구자근의원 측은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가 큰 변화없이 유지되면 내년 말에는 사채 발행 한도가 6조4천억원까지 줄고 발행 누적액은 110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위기를 해소하라면 무엇보다 한전법을 개정,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전측도 이를 감안해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최대 8배까지 늘리는 방안과 사채 발행 한도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했다.


그러나 사채를 발행, 적자를 메우는 방법은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이미 한전의 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여서 전기료 인상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와 한전이 일정수준 이상 전력도매단가를 인상할 수 없는 이른바 'SMP상한제'를 도입, 전력 구매 가격이 더이상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기료만 인상하면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상반기 한전의 전력 매입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69원인데 반해, 판매단가는 110원으로 59원의 적자를 보는 구조다. 한전은 이같은 태생적 한계로 대규모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부족한 자금의 90% 이상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해왔으나 이 마저도 어려워질 상황이어서 전기료 인상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에 육박하면 더는 전력 구매대금 지급이 어려워진다"며 "이 말은 국민들한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는 말로 지금이 거의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한전이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하고 있고 한전법 개정을 통한 사채 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법 개정도 추진중이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전기료 인상이 국민과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전기료의 현실적인 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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