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은 낙폭 빠르게 회복...환율도 소폭 상승에 그쳐
전문가들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도 높아져 환율변동성 커질듯"
| ▲ 미국발 신용등급강등 후폭으로 2일 급락장세를 보였던 증시와 환율이 하루만에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사진-연합뉴스> |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2일 일제히 요동쳤다. 미국은 물론 주요국가의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중 하나인 피치레이팅스(Fitch)가 바이든정부의 재정 위기를 고려,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계단 강등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을 내줬다는 소식에 지난 2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가 1.9% 빠졌고, 기술주 위주인 코스닥은 3.18% 폭락했다.
불안감을 키웠던 한국의 금융시장 상황은 단 하루만에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미국발 신용등급강등 소식에 크게 출렁였던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2일 전날(1283.8원) 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치며 1300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3일 오후 2시16분 현재 전일대비 0.6원 오르며 1300원벽을 뚫었으나 상승률은 0.05%에 그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같은 시각 증시는 약세를 이어갔지만, 낙폭은 크게 줄였다. 대형주들의 약세 속에 코스피가 0.57% 하락했고 코스닥(-0.17%)은 낙폭을 크게 줄이며 전날 폭락 장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이다.
◇ 美신용등급 강등에도 글로벌시장 패닉은 없었다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촉발한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일시적이며,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밤새 당사자인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48.16포인트(0.98%) 빠진 채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38% 내렸다.
변동성이 큰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는 상대적으로 큰 2.17% 하락했다. 지난 2월 이래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박탈했다는 소식에 상대적으로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된 결과다.
어드밴스마이크로디바이시스가 7% 넘게 급락했고 엔비디아 4.8%, 애플 1.6% 하락 마감됐다. 실적발표를 앞둔 아마존도 3% 가까이 떨어졌으며 테슬라 역시 2.8% 빠졌다. 인텔은 역시 3.9% 주가 하락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30% 낙폭을 보이며 작년 9월1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47% 내린 채 장을 마쳤다. 또 대만 가권지수도 1.85%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0.90% 하락하며 주요국에선 낙폭이 가장 작았다. 미국보다 먼저 장을 마감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증시도 일제히 1%대의 낙폭을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미국신용등급 하락이란 돌발 악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지만, 패닉은 없었다. 당초 우려했던만큼 충격의 강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려있는 이유다.
| ▲ 3대 신용평가사중 하나인 피치가 세계 최강 미국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강등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견고한 경제 펀더맨털 속 재정위기 불씨는 잔존
2011년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신용등급을 강등했던 때와 비교해도 이번 상황은 단기적 충격에 머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미국 증시는 15% 이상 폭락했다.
밀러 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매트 말리는 “신용등급 강등이 일시적 투자 불안을 불러일으켰다”면서도 “이미 알려진 사실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펀더맨털이 12년전과 달리 매우 안정적이란 점도 신용등급강등 후폭풍을 빠르게 잠재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에도 불구, 미국 경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가 회복되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고 있고, 고용시장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안정적이다. 치솟던 물가상승률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피치의 기습적인 신용등급강등이 근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와 금융시장을 더이상 흔들지 못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한국의 금융 시장이 전날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날 폭락했던 증시는 3일 오후장 들어 낙폭을 크게 줄였고, 환율도 비록 1300원대를 뚤었지만 상승폭은 미미하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해마다 부채 한도를 올려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야 합의에 의해 부채한도를 또다시 높여 결과적으로 디폴트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대로 가다간 미 국채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도 바로 이점에 주목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이번 등급하향 조정과 관련, 강력 반발하자 피치 측은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미국의 연방정부 적자가 지난해 GDP 대비 3.7 %에서 올해 6.3 %로 증가하는 등 천문학적인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는 진단이다.
미국 현지에선 피치의 미국 최고신용등급 박탈이 되레어 재정 부담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피치의 등급 강등이 단지 시장에 동요를 불러일으켰지만, 재정 시한폭탄이 더 크게 똑딱거리고 있어 조만간 이를 무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3일 오전 소폭 하락했으나, 강달러 흐름이 재현될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강달러재현 우려...환율 상승 등 불확실성 증폭
문제는 미국의 재정 악화가 미국에만 국한하는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재정위기는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만한 임팩트를 갖고 있다.
세계 금융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불안해지면 그 여파는 신흥국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게 마련이다.
미국과 커필링 현상(동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더욱 그렇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잠재적 불씨로 남아있는 재정 위기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결코 좋을 게 없다는 의미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미국발 재정 위기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수요를 높여 강달러 현상을 다시 소환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직후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투자가들이 강달러를 좇아 국내에서 이탈하면 환율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간의 금리차이는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에 달러파워가 더 커진다면 환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방향을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미래대비 기반 확충 등 4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로서도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다시 불거진 재정악화로 인한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감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국내 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신용등급 강등 직후 한국은행 관계자 등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진 만큼 관계기관들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고 필요 시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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