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초격차 기술' 확보 총력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6 14: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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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격차 기술 R&D에 삼성 등 기업 공동 160조 투자
신메모리·3D·수소전지 등 3개분야 100개 핵심기술 선정
'민관연구협의체' 상반기중 발족..."경쟁국 추격 원천봉쇄"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5일 3대 주력 기술 미래 연구·개발 전략발표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정부가 6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의 글로벌 초격차 기술 확보에 무려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들 품목이 우리 경제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수 십년째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시장 지배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수출기여도, 고용 창출, 유관산업 파급효과가 크다.


여러면에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막대한 핵심 국가기간산업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이면에 지금이 사상 최대 위기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을 잡기위한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의 맹추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미래가 불투명하다.

■ 관계부처와 업계 총망라한 '민관 연구협의체' 출범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술개발, 즉 R&D뿐이라는 기본인식을 갖고 이번 대규모 투자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읽힌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R&D투자를 통해 경쟁국의 추격권에서 멀어질 수 있는 초격차기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란 의미이다.


국가 R&D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이차전지) 등 3대 기간산업 분야의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5년간 약 160조원의 R&D자본을 투자한다는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전략'을 내놓았다.


2027년까지 5년간 총 160조원 규모로 잡은 R&D재원은 민관 합동으로 조성한다. 삼성, SK, LG 등 관련기업이 156조원을 투입하고, 정부가 국가R&D 예산으로 4조5천억원을 지원하는 일종의 민관 매칭방식이다. 민간이 투자를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사격을 하는 윤석열정부식 산업육성모델을 적용한 것이다.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R&D 거버넌스를 보다 체계화하기로 했다. 각 분야별 별도의 ‘민·관 연구협의체’를 만들어 민간 수요기술 중심으로 기초·원천, 응용·개발, 상용화 단계를 단절 없이 지원한다 는 전략이다.


협의체에는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R&D지원부처와 산·학·연 전문가·단체들이 총망라돼 상반기 중에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정부는 특히 민간에서 필요한 기술 분야 R&D 투자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활용해 적극 지원하고, 국가전략기술 세부 기술로 선정 시 민간 기업의 중요 기술이 세제 지원 대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석·박사급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연구거점 구축사업도 확대하고, 전문인력 양성도 지원하기로 했다. R&D 인프라 확보를 위해 연구자 중심 오픈 팹 구축을 추진하고, 국제협력 연구를 위한 연구자포럼, 기술선진국과 공동 R&D사업도 신설하기로 했다.

■ 3대 핵심산업별 초격차 위한 요소기술 100개 선정

정부는 이날 3대 핵심기간산업의 초격차를 위해 중점적으로 확보할 100대 미래 핵심기술도 선정했다. 100대기술엔 반도체가 소자, 설계, 공정 등 3개 분야에서 총 45개로 가장 많다.


디스플레이는 초실감, 다중감각, 가변형 융복합 분야에서 총 28개다. 차세대 전지는 이차전지, 수소연료전지, 동위원소전지 분야로 나누어 총 27개 기술을 선정했다.


우선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초병렬 연산 처리가 가능한 인공지능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구현을 위한 6G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를 겨냥한 차량용 반도체, 고전압·고신뢰성을 갖는 전력 반도체 등 24개 핵심설계 기술확보가 목표다.


공정 부문에선 3나노(㎚ ) 이하의 초미세화를 위한 전공정 핵심기술,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집적하고 쌓아올리는 첨단 패키징 분야 핵심기술을 포함해 11개 기술 확보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소자 부문에선 D램이나 낸드 수준의 완성도를 내는 신모메리와 차세대 소재 등 10개 기술이 선정됐다.

 

▲국가 R&D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과기정통부제공>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반도체는 CMOS공정의 초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자기술을 혁신, 보다 낮은 전력에서 초고속·고집적도를 달성할 수 있고 전원이 끊어져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강유전체, 자성체, 멤리스터 분야 등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선 초실감 영상 구현을 위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기존 3D와 홀로그램 등 11개 첨단기술이 중점개발 대상으로 꼽혔다. 여기에 시각 외에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제공하는 다중감각 디스플레이 4개기술과 초평면 공간영상기술, 의류·생체 등에 탈부착이 가능한 신체 정보센싱 모니터링 기술 등이 초격차 기술들이다.


차세대전지 분야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 한계 돌파기술을 비롯해 비 희귀성 원료 활용 등 14개 핵심기술을 필두로 수소연료전지, 동위원소전지 등 미래 전지기술 12개가 포함됐다.


정부가 최근 6대 국가 핵심산업에 대한 대규모 특화산단 조성 프로젝트를 가동한데 이어 핵심 미래 요소기술 개발을 위한 160조원 규모의 R&D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은 이와관련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전지 분야는 그간 뛰어난 민간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온 버팀목”이라 전제한 뒤, "앞으로 승자독식 구조의 3대 주력기술 분야에서 세계1위 수준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초격차 기술 확보가 곧 대규모 미래 먹거리 보장

정부가 이처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몇가지 관점에서 분석 가능하다. 첫째, 이들 3대 핵심산업 분야에서 강대국들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대 상황과 무관치않다.


반도체만해도 미국과 중국이 기술헤게모니를 잡기위해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천문학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 역시 반도체 분야에 대한 R&D투자와 시장지배력을 사수하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며, K반도체에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대한민국으로선 메모리 최강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핵심기술의 확보가 시급하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LCD에 이어 OLED분야에서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고, 3D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이 R&D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도 중국이 이미 양적인 면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고 기술력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두번째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전지는 단기적으로도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핵심산업이지만, 중장기적으로도 나라 경제를 들었다놨다할 정도의 임팩트를 보유한 핵심유망산업이란 사실이다.


모든 전기전자, 통신, 자동차, 모빌리티, 선박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반도체는 두뇌의 역할을 하며 배터리는 심장, 디스플레이는 눈의 역할을 한다. 그런만큼 이들 3개 품목은 앞으로도 절대 없어질 수 없으며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한 핵심 요소부품이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세대전지 분야는 앞으로 계속 응용분야가 확대되며 시장이 무한확장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앞으로 경쟁업체들이 도저히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엄청난 미래 먹거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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