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에도 진입장벽 낮추는 '기술 특례상장'… 속타는 개미들

김자혜 / 기사승인 : 2024-05-03 14: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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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사 파두 뻥튀기 상장 의혹에, 시큐레터·셀리버리도 '위기'
개인투자자 피해 반복에도 '초격차 기술특례'로 진입장벽은 더 낮아져
투자업계 "주관사만 책임강화, 부작용 초래", 투자자 "거래소 심사 강화"
▲ 기술특례상장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 외에도 시큐레터, 셀리버리 등 기술특례 사장기업들의 상장폐지 위기가 겹치면서, 관련 제도의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 사이에서 뻥튀기 상장 의혹, 상장폐지 위기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개선된 관련 제도라고는 상장 주관사의 책임만 강화했을 뿐, 실질적인 대안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은 심도 있는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외부감사인 감사 의견 거절,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총 55개 사다.
 

특히 작년 상장한 시큐레터, 2019년 상장한 셀리버리,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지는 파두 등은 모두 기술 특례상장 기업이다.
 

기술특례 상장은 우수한 기술력에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다. 기술 특례상장을 신청하면 전문 평가기관의 기술평가나 상장주선인의 추천을 받아 상장할 수 있다. 하지만 도입 초기 취지와 달리 20여 년간 운영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다 못해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시키는 제도로 악용되는 상황이다.

 

기술특례 상장 반년 만에 '상폐' 위기 …개미들은 '한숨'
 

시큐레터의 경우 코스닥 상장 7개월 만에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외부감사인 태성회계법인은 시큐레터가 회계 부정 조사, 주요 감사 절차 제약 등으로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냈다. 시큐레터는 “회계처리 오류는 ‘수익 인식’ 시점 차이 문제”라며 신속히 관련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만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6000원 대로 급락한 후 거래정지까지 되자 소액주주 1만6000여명은 투자금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뻥튀기 상장 의혹에 휩싸인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도 기술특례 상장사다. 작년 7월 파두는 기술특례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했다. 당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는 같은 해 예상 매출액을 1203억 원으로 기재했다. 투자설명서와 달리 정작 증권신고서가 공시된 시점인 작년 2분기 파두의 매출은 5900만 원에 불과했고, 이익이 아닌 영업손실이 153억 원에 달했다. 연간 실적도 예상과 달리 결국 225억 원에 그쳤다.
 

지난 3월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 따른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바이오신약 개발사 셀리버리는 2018년 기술 특례상장제도로 상장했지만,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종목의 거래가 중지됐다. 지난달 상폐 관련 이의신청서를 접수해, 이달 10일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된 상태로, 거래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 위기에도 진입 장벽은 '더 낮아져', 부작용 위험도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재연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기술특례 상장제도 시행 대상은 더 늘어날 예정이라는 점이다. 작년 중순 금융위원회가 발표하고 이달 시행할 것으로 알려진 ‘초격차 기술특례’ 제도는 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 등 딥테크 분야 기업이 한 건의 심사로 기술 특례상장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제도 대비 한 차례 더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당국은 제도 도입과 함께 투자자를 보호를 목적으로 기술 특례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만약 A 증권사가 최근 3년 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 특례상장 기업이 부실화되면, 이후 A 증권사는 주선하는 모든 기술 특례상장 건에 대해 환매 청구권(풋백옵션)을 설정해야 한다. 풋 백 옵션은 일반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 받은 주식 가격이 상장 후 주가가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이처럼 주관사에만 책임을 강화하게 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 책임을 지우면 주관사의 IPO 참여를 위축시키고 비상장기업의 상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파두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 주관사에 징벌적 요소를 넣는 개정보다 주관사, 기업 모두 책임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복잡한 제도로 피해를 받는 금융투자자들은 상장주관사, 한국거래소 등 기관 차원에서 심사 과정이 더 고도화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신라젠의 경우, 과거 상장폐지 위기에 수십 만 주주들이 재산 피해를 봤다”며 “이는 결국 상장 과정에서 어떻게 심사하느냐에 좌우되는 문제로, 상장주관사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도 상장 가능한 기업인지 촘촘하게 심사하고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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