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이재명의 시간에 끼어든 정치 욕망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3 14: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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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은 달리고 있는데, 당은 왜 권력 계산에 멈춰 섰나
합당이라는 이름의 조급함이 남긴 교훈

▲이덕형 편집국장

'논어'에 따르면 공자의 제자 자로가 정치에 나아가 빠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자, 공자는 “서두르려 하면 이르지 못한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고 일러준다. 여기서 공자가 경계한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다. 과정을 무시한 성급함이다. 성과를 빨리 내겠다는 조급함은 판단을 흐리고 절차를 무너뜨려, 결국 목표 자체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 고사의 경고는 지금 여권의 풍경과 묘하게 겹친다. 대통령 임기 초반은 국정의 중심을 단단히 고정해야 하는 시기다. 정책과 메시지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 당은 속도보다 질서와 순서를 택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촉발된 합당 논쟁은 이 원칙을 거슬러 흐르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통합’이라는 말로 포장됐지만, 그 타이밍과 동기에서는 조급함을 숨기지 못한다.

합당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이라는 시점이다. 대통령 권한이 가장 강력한 임기 초반에 당의 프레임을 흔드는 선택은 국정의 속도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집중을 분산시킨다. 당내 최고위원들, 초선 의원들, 외곽 조직까지 동시다발로 제동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정은 전력 질주해야 하는데, 당이 권력 계산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는 '욕속부달'이 경고한 바로 그 장면, 곧 성과를 앞당기려다 목표에서 멀어지는 상황과 닮아 있다.

논쟁을 키운 또 하나의 변수는 '김어준'의 존재다. 사적 플랫폼에서 특정 지도부를 방어하고 반대 의견을 압박하는 방식은 공론의 질서를 흐린다. 정당의 중대한 방향 전환은 당의 공식 절차와 공개된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미디어 영향력이 당내 권력 재편의 지렛대로 작동하는 순간, 정치의 책임은 흐려지고 동원만 남는다.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정치의 사유화다.

무엇보다 이 논쟁의 그림자 아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시간은 소모되고 있다. 경제와 민생의 체감 성과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여권 내부의 조급한 정치 이벤트는 대통령을 홀로 달리게 만든다. 통합이 정말 필요하다면 국정이 안정된 이후, 충분한 공론과 절차를 거쳐도 늦지 않다. 공자가 말한 욕속부달은 “천천히 가라”는 조언이 아니라, 순서를 지키며 토대를 다지라는 실천 원칙이다.

정치는 간판이 아니라 책임으로 평가받는다. 서두른 통합은 성과를 앞당기지 못한다. 오히려 신뢰를 늦추고 분열을 키울 뿐이다. 지금 여권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이재명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욕속부달'이 오늘의 정치에 남기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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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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