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역대급 찜통더위에 전력수요 급증....전력수급 문제없나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2 1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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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더위에 사망자 급증...다음주 중 전력수요 절정 예고
공급능력 다소 줄어 예비력 감소...정부 "블랙아웃 걱정없어"
상황에 따라 수요관리 불가피할수도...근본대책 다시 짜야
▲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구촌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찜통 더위가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가마솓 더위가 연일 계속되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벌써 20명을 훌쩍 넘어섰다.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올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1일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을 합치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에 달한다. 올여름 찜통더위는 이번주에 열기를 이어가 다음주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만 온열질환자 400명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찜통 더위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는 폭염 상황에 대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1일 오후 6시 부로 가동했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였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다음주경 올 여름 폭염이 절정에 달하며, 전력 수요가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보여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 전력수요 가파른 상승세 속 공급능력 하락...전력당국 비상

산업통상자원부는 최신 기상예보 등을 반영해 전력 수급 상황을 재점검한 결과 오는 10일 오후 전력 수요가 92.5∼97.8GW(기가와트)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15일 내놓은 최고 수요 예측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정부는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시께' 전력 수요가 92.7∼97.8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일단 이번 여름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한 때에도 전력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여름 전력수요 피크치가 정부 예상범위에 들어간다해도 6.0~11.3GW의 예비전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 올여름 최고 전력 수요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한 찜통더위에 전력 수요가 정부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충분한데다가, 지난 6월 정부의 전망치에 비해 공급 능력이 106.4GW에서 103.8GW로 2.6GW 감소했다는 점이다.


우선 한빛2호기 고장 등의 변수로 당초 예상보다 전력 공급능력이 2.6GW 정도 줄었다. 이는 원전 약 2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약 1GW 설비용량의 한빛 2호기는 지난달 24일 고장 파급방지 장치 개량 시험 중 갑자기 정지된 뒤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경남 양산 열병합 발전소의 상업 운전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기존 전망치에 비해 공급 능력이 줄었다.


현재 한빛 2호기의 재가동 시점에 대해선 고장 원인 분석이 끝나고 나서 결정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주까지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공급 능력이 예상치보다 감소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예비력이 6∼11.3GW 수준이란 이유를 들어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내주에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큰 변수로 떠올랐다.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있는 역대급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최대 전력 수요가 '상한 전망'을 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비자원확보를 통해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한전과 정부 입장에도 불구, 시민들의 '블랙아웃(대정전사태)'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연일 이어지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 더위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서 가정과 산업현장의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 중부지방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출입구에서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력수요 늘어도 아직 예비력 충분"...다음주가 고비

전력업계에선 만일 이번 찜통더위가 절정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다음주에 최대 전력 수요가 정부의 예측 범위 최상단인 97.8GW에 넘어선다면 예비력 안정권의 마지노선인 6.0GW 벽이 무너지며 비상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올여름 더위의 위력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예비력은 예측 수요의 오차, 발전기 불시 고장 등으로 전력수급이 균형을 잃을 경우에 대비, 전력수요를 초과 보유하는 발전력을 의미한다. 전력공급능력에서 예산 전력수요를 뺀 것으로, 말 그대로 비상사태에 가용하기 위한 여유 전력이다.


정부는 예비력이 5.5GW까지 떨어지면 전력수급 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를 발령하고 이후 추가 예비력 감소 상황에 따라 '관심'(예비력 3.5∼4.5GW), '주의'(2.5∼3.5GW), '경계'(1.5∼2.5GW), '심각'(1.5GW 미만) 등으로 격상한다.


이처럼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가 위험수위를 넘으며 비상사태에 돌입하면 당장 산업체의 파장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예비력이 10.7GW 안팎이 되는 시점부터 정부와 사전협의가 이뤄진 기업 등 대량 전기 사용자에게 전력 사용량을 감소를 요청하는 수요반응(DR)을 비롯해 공공기관 냉방기 순차 정지, 전력 다소비 건물 수요 절감 등으로 인위적인 수요감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전력수급 경보 발령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수급 조절을 통해 전력 운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태풍 등 돌발변수로 인해 일부 발전 설비가 고장나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안정적 전력 공급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비력이 7.5GW 아래로 내려가면 석탄 발전기 출력을 상향해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예비력이 5.5GW까지 낮아질 땐 전압 하향 조정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단계적 수급 조절 조치를 통해 9.1GW의 예비력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고 전력수요예측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차제에 예비력 확대를 위한 추가 발전소 운영, 수요 관리 제도의 대 변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전력수급안정대책을 새롭게 짜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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