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물 만난 정기예금'...고금리 행진 속 한달 새 33兆 불어나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3 14: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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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리 4%대로 치솟자 시중 가계자금의 정기예금 쏠림현상 뚜렷....대출은 가계는 줄고, 기업은 소폭 증가세 눈길
KB, 신한, NH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정기예금으로 가계자금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제공>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금리의 고공비행이 계속되면서 은행의 수신금리가 어르면서 정기예금이 시중의 자금을 빠르게 흡입하고 있다. 정기예금이 마치 물만난 고기와 같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2연속 빅스텝 여파로 마침내 3%대에 진입하고,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4%를 넘어서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금, 주식, 채권 등 여러곳에 분산돼있던 가계 자금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일부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경우 정기에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행진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시중 자본의 '은행쏠림'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전문가들은 당분간 은행 정기예금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침체가 길어지고 증시 불안감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데다,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리 대출을 받아 정기예금에 가입해도 될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예대 마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별 대출 평균 기준 및 가계 대출 기준 예대 금리차를 매월 공시하도록 하는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 세칙을 이달 말쯤 시행에 옮길 예정이다.


은행들의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예대 마진 차익, 소위 '예대마진 장사'에 대한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은행의 예대 마진 폭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져 정기예금 등 예금 금리의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은행 예금으로의 자본이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자본의 선순환에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칫 산업자본의 근간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억원으로 8월 보다 무려 36조4000억원 가량 늘었다.


수신 잔액의 대부분은 일정기간 자금이 묶이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기예금이 대부분이다. 정기예금은 한달 새 32조5000억원 늘어나며 2002년 1월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정기예금에 33조원에 가까운 시중 자금이 몰린 반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통 예금은 3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시중의 자금이 정기예금 쪽으로 빠르게 이동, 쏠림 현상이 가속화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와 은행의 대출심사 강화로 가계 대출은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1059조5천억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한은 측은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기업 자금의 유입, 규제 비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높이기 위한 은행권 자금 유치 노력 등이 겹쳐 더욱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지난 4월(1조2000억원), 5월(4000억원), 6월(2000억원) 연속 증가한 뒤 7월(-3000억원), 8월(3000억원), 9월(-1조2000억원)까지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93조5억원으로 한달 새 9000억원을 늘었는데, 이중 3분의 2가 전세자금대출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 잔액은 264조7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1000억원 줄었는데, 이는 작년 12월 이후 10개월째 내리막세다.


가계와 달리 기업 대출은 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의 금융부담이 날로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1155조5000억원으로 한 달 새 9조4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1조8000억원을 증가하는 등 총 4조7000억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도 4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측은 "중소기업 대출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과 운전자금 수요로, 대기업 대출은 회사채 시장 위축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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