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롯데카드 사태가 던진 ‘브랜드 리스크’의 역설

이덕형 기자 / 기사승인 : 2025-09-21 15: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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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이덕형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매각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이번 카드 정보 유출 사태는 그룹 전체 이미지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지분 구조상 롯데그룹과 무관하다고는 하지만,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소비자 인식에 혼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기업의 법적 책임과 사회적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롯데카드는 현재 사태 수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카드 재발급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대책이 가동 중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예상과 달리 대규모 고객 이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카드의 본질이 ‘여유 자금의 사용’에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신용 수단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신용을 통한 소비 여력을 유지하려는 소비자의 현실적 선택이 고객 이탈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고객 이탈 여부에 있지 않다. 이번 사태가 롯데그룹 전체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장기적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한 대목이다. 

 

대다수의 고객들은 여전히 롯데카드를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금융계열사’로 인식하고 있다. 비록 지분을 매각해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소비자 인식 속에서 ‘롯데’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그룹 이미지와의 연결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는 ‘브랜드 리스크’와 동시에 ‘브랜드 기회’로도 작동할 수 있다. 사건을 계기로 롯데카드가 그룹과 별개의 회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롯데그룹이 불필요한 금융 사고의 부담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기간의 이미지 손상 이후,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관리 전략을 어떻게 새롭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들에게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롯데카드 해킹 사태는 단순한 보안 문제를 넘어선다. 브랜드 공유와 소비자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그룹 이미지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분리할 때, 단순히 법적 책임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름과 상징, 그리고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적 기억은 지분 구조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남는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브랜드 공유가 주는 위험과 기회, 그리고 소비자 인식의 힘을 직시할 때 비로소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그룹의 새 비전도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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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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