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경찰 범죄수사국(Bareskrim) 산하 특별경제범죄수사국(Dittipideksus)이 2026년 2월 3일 남자카르타 사무지구에 위치한 PT 신한증권 인도네시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사진=카타데이터 |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인도네시아 주가조작 수사가 IPO 주관사 역할까지 겨냥하면서 해외 IB(투자은행) 사업의 책임 범위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을 둘러싼 수사는 한국 금융사의 신흥국 진출 전략 전반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IPO 주관사의 책임 범위다. 신한증권 인도네시아는 PT 멀티 마크무르 레민도(PIPA) IPO에서 인수·주관 역할을 맡았다.
형식상 주관사는 발행사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자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상장 요건 충족 여부와 기업 가치 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검증 주체로 기능한다.
경찰 수사에서 문제 삼는 지점은 PIPA가 거래소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IPO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상장 기준 미충족 여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주관사는 단순 중개자가 아닌 ‘검증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상장 심사는 거래소 권한”이라는 방어 논리가 현실적으로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는 주관사의 실질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신흥국 IPO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흥국 IPO 시장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기업 가치 산정, 자산 실사, 내부 통제 검증이 선진국 대비 느슨하게 작동하는 환경에서 주관사는 사실상 ‘최종 필터’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IB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장 성사 자체가 우선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딜 성사 실적이 평가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주관사가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정황은 상장 자문사, 거래소 내부 인사, 발행사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가 어느 수준까지 사실 확인을 했는지가 향후 책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형사 리스크 vs 평판 리스크…후폭풍은 장기전
신한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이 직접적인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평판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는 ‘신뢰 기반 IB’ 이미지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 왔다. IPO, 구조화 금융, 자산운용 연계 사업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다. 이번 사건은 그 신뢰 자산에 균열을 낼 수 있다.
특히 현지 규제 당국과의 관계, 향후 IPO 주관 참여 제한 가능성, 글로벌 투자자의 인식 변화 등이 중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본사 관리 책임론 부상
또 하나의 쟁점은 해외 법인에 대한 본사의 관리·감독 책임이다. 통상 해외 증권사 법인은 현지 규제를 따르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는 본사 기준을 적용한다.
이번 사건이 확산될 경우 “현지 법인의 문제”라는 선 긋기가 통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특히 내부통제 기준, 딜 승인 프로세스,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해외 IB 딜에 대한 본사 승인 절차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익성은 낮아지지만 리스크 관리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관사 책임 강화’ 신호…시장 규칙 바뀔까
이번 수사는 단일 사건을 넘어 제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주관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경우, 향후 IPO 시장의 규칙이 바뀔 수 있다.
주관사의 실사 책임 범위 확대, 사후 주가 관리 관여 여부 점검, 자산운용 연계 거래 차단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곧 IPO 비용 상승과 상장 문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IPO 시장에서 ‘속도’보다 ‘검증’이 우선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거래 위축,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양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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