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생태계가 무너진다

손규미 / 기사승인 : 2024-10-22 16: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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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손규미 기자.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현재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업이 아닌 사실상 고리대금업에 치중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현실이 어쩔 수가 없어요”

지난 9월 열린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카드 노조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거두는 것을 포기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상황을 방증하듯 카드론 규모는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원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약 3조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카드사 쪽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 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카드 대출 특성상 이 같은 대출 확대는 카드사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카드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연체율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에 달한다. 카드 대체 연체율은 2021년 1.9%, 2022년 2.2%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최근에는 마지노선으로 일컬어지는 3%대를 넘어섰다.

이렇게 적지않은 위험성이 산재돼 있는데도 왜 카드사들은 대출 확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대출성 사업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카드업계 측의 항변이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시행되고 있는 적격비용 산정 제도는 카드사 신용판매 부문의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 그동안 4차례의 적격비용 재산정이 있었지만 매번 인하됨에 따라 2012년 1.5%~2.12% 수준이었던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로 인해 전체 카드사 수익 중 신용판매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에서 지난해 23.2%까지 5년 동안 7.3%p나 떨어졌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계속될수록 카드사의 수익 악화는 점차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영세소상공인들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수수료율이 내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표심을 얻기 위해 때마다 적격비용 산정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미만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는 0.5%~1.25%지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카드 매출의 1.3%를 세액공제 받는다. 우대 가맹점들의 실질 수수료율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현재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가맹점은 전체(318만1000개)의 95.8%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또 한 번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여신업계를 비롯한 학계 또한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국내도 영세·중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적이 달성됐다고 평가되고 있는 만큼 재산정 주기 유연화 등 현행 적격비용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업계 관계자들도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이를 메우기 위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알짜카드 단종, 무이자 할부 축소, 연회비 인상과 같은 여러 소비자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 정책은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정부와 금융당국은 눈앞의 한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카드사 양측이 납득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카드사의 생태계가 무너지는 순간 그 여파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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