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말이나 내년초 선고 예상...이 회장측 혐의 전면 부인
재계 "경영제동시 국가경쟁력 약화 우려"...법원판결에 촉각
검찰이 결국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를 적용,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2020년 9월 공소장이 접수된지 3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이재용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사법리스크의 공은 이제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의 1심 선고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초엔 이루어질 전망이다.
피고인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간판이자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총수의 운명이 걸린 재판부의 선택이 과연 무엇일 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출석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檢 "세금없는 '공짜 경영승계' 참담...중형 불가피"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중형을 요청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이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이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 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펼쳐져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 등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들은 또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로도 기소됐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 4조5천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중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없이 재판장으로 향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배임 공모 혐의
검찰은 "피고들이 합병 목적이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사후에 만든 명분에 불과하다"며 "합병은 양사 자체의 결정이고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피고인들은 홍보했지만 사전에 미전실이 합병 준비를 계획 중에 있었고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다른 지배주주들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벌 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부디 우리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이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결국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자산 4조5천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 ▲검찰이 이재용 삼성 회장의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5년을 구형했다. 이 회장에 대한 중형 구형에 삼성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제공> |
◇ 무죄판결 나올 시 M&A 등 뉴삼성 전략 속도낼듯
그러나 이 회장 측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져 문제가 없으며, 삼성물산이 당시 3조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승계와 연관된 내용도 일절 없다고 항변한다.
무려 3년2개월에 걸친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사건의 모든 심리가 마무리되고 최종 선고 공판만 남음에 따라 향후 법원의 판단과 결정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재판 결과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행보와 지난해 회장 승진후 그려왔던 뉴삼성 전략의 방향과 속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재계 안팎의 예상과 달리 지난 1년간 뉴삼성 메시지를 포함해 별다른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재판에서 이 회장이 무죄 판결이 나오면 삼성은 내부 조직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뉴삼성을 위한 경영 전략에 보다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글로벌 대형 M&A(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은 글로벌 경쟁기업과 달리 전장기업인 하만을 2917년 인수한 이후 6년동안 이렇다할 대형 M&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심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항소할 가능성 높아 최종심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3년 이상 사법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칫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반도체투자 등 중요한 결정이 미뤄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삼성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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