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최근 2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중심으로 장기 고착화되면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환율은 달러화 비용 비중이 높은 항공사의 수익성과 재무 구조를 동시에 압박하며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간 대응력 격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대한항공이 헤지 전략으로 충격을 완화한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들은 환차손과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재무 안정성이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다.
![]() |
| ▲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항공산업이 환율에 취약한 이유
최근 2년간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인 등락을 넘어 구조적인 원화 약세 흐름에 가까웠다.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19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1363원보다 약 56원 높아졌다. 이는 고환율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선으로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환율 흐름은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달러화 비용 비중이 높은 항공산업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이고 구조적으로 받은 업종으로 평가된다.
항공산업은 구조적으로 환율에 취약한 산업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항공산업의 비용 구조는 달러화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항공유를 비롯한 연료비 항공기 리스료와 구매대금 정비비 해외 공항 이용료 승무원 체재비 등 핵심 비용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항공사 전체 비용의 약 절반가량이 외화 비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환율이 상승할 경우 동일한 달러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지고 이는 곧바로 영업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인상이나 항공권 가격 조정을 통해 일부 비용을 전가하려 하지만 운임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가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거나 이미 적자를 기록 중인 항공사일수록 환차손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치명적이다.
◆ 대형항공사, 대한항공은 버텼고 아시아나는 흔들렸다
대형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환율 충격을 흡수한 반면 아시아나는 크게 흔들렸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항공사로 외화부채 규모가 크지만 환율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흡수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5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약 48억달러에 달하며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약 480억원의 손익 변동 요인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통화 금리 스와프 결제 통화 다변화 달러 매출 기반의 자연헤지 전략을 적극 활용해 환차손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환차손은 영업이익 대비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에 그쳤다.
다만 고환율과 유가 상승 글로벌 여행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2025년 3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 줄어들었는데 이는 환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2년간 이어진 고환율 국면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외화환산손실과 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이 확대됐고 그 결과 재무 안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규모와 재무구조 측면에서 취약해 환율 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순이익이 약 4500억원 이상 감소하는 구조로 분석될 만큼 환율 민감도가 매우 높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 리스와 외화 차입으로 보유한 달러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외화환산손실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러한 환차손은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돼 순손실을 키웠으며 누적 손실은 이익잉여금을 빠르게 감소시키며 자본 여력을 약화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기자본 대비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환율 변동의 영향이 재무제표에 즉각 반영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 증가로 총부채는 커지는 반면 환차손과 순손실 누적으로 자본은 줄어들어 부채비율이 급격히 악화된다. 이로 인해 고환율 국면에서는 재무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 저비용항공사에 더 가혹한 고환율의 현실
고환율 환경은 저비용항공사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보다 환율 상승의 충격을 훨씬 크게 받았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모두 항공기 리스 확대와 국제선 비중 증가로 달러 비용 노출이 커진 상황에서 고환율을 맞닥뜨렸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약 3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최근 2년 동안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진출로 달러 비용이 급증하면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단 운영과 모회사 지원 덕분에 손실 규모를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었지만 환율 상승 자체의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환율 상승분을 운임에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층을 상대해야 하는 구조상 비용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2년간의 환율 흐름은 항공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환율은 더 이상 일시적인 변수나 단기 위험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할 경영 환경이 됐다.
대형항공사는 헤지 전략과 자본력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었지만 저비용항공사와 재무구조가 약한 항공사는 고환율 앞에서 취약성이 드러났다. 앞으로 항공사의 경쟁력은 환율을 전제로 한 사업 전략과 재무구조에 달려 있으며 부채 축소와 자본 보강 외화 매출 확대 같은 구조적 대응 없이는 환율이 다시 오를 때 같은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