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정된 식품업계의 가격 도미노 인상, "압박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슬기 기자 / 기사승인 : 2024-04-19 1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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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이슬기 기자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이 무색하게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식품업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도미노 인상에 나섰다. 

 

식품업계는 최근 치킨, 버거, 아이스크림, 과자, 조미김 등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특히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불안을 키운다.

작년부터 정부는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생산 업체들을 상대로 ‘두더지 잡기’ 식 압박까지 펼쳤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작년 7월 국제 밀 가격 하락분을 반영해 과자, 라면, 빵 등의 가격을 인하해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물가 안정 방안이 실제 체감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당장 가격 인상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일시적인 궁여지책에 불과할 뿐이다.

식품업체들은 원맥(밀가루), 원당(설탕), 카카오, 팜유, 유지류 등의 원료를 수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에 최근의 고환율 까지의 '3고' 현상은 식품업계의 원재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전기와 가스요금 등의 인상으로 생산비용은 늘어났는데. 정부의 압박 때문에 난감한 입장”이라며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절한 인상 시기를 논의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수출 호조로 라면, 제과·제빵 등의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식품업계는 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 등 내수 시장의 포화로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매출이 크게 오른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68%에 달해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식품기업들의 실적호조는 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요청의 명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식품업계는 작년 사상 최대의 실적이 내수 시장의 불황 속에서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것이라고 항변한다. 제품을 비싼 값에 팔아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식품업계는 그간 가격을 동결하면서 제품의 크기나 용량, 개수를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관행처럼 이어왔다. 또 원재료 가격이 인상하면 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원재룟값이 하락할 때는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기에 충분했다.

식품업계의 처지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자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고 비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간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 입장으로서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기업 형편만  고수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오르는 주범으로 기업을 몰아세우기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물가 안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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