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집위성은 ‘산업’이다… 복수 양산 체제로 생태계 갖춰야

이강민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7 10: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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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양산 체제 공급망 리스크, 피하려면 복수 기업 생산 필요
장기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참여 기업 저변이 뒷받침돼야
▲ 경제부 이강민 기자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국내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민군 겸용 초소형위성체계개발사업은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보다 높은 빈도로 감시·정찰하기 위한 국가 핵심 사업이다. 

 

기존 중·대형 위성 소수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해 재방문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제기 및 검증 단계에서 여러 민간 기업의 참여를 통해 기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업체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과 설계 개념을 바탕으로 초소형 위성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지상시험과 운용 평가 결과를 토대로 양산 체계와 주관 업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성능 검증 이후 양산 주체를 단일 업체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복수 업체가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남아 있다.

겉으로 보면 단일 업체 선정이 더 단순해 보인다. 예산 집행과 일정 관리, 책임 소재 측면에서도 행정 편의성은 높다. 그러나 초소형 군집위성이라는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 접근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집위성은 몇 기로 끝나는 일회성 전력화 사업이 아니다. 반복 생산과 장기 운용이 전제된 체계다. 기존 중·대형 위성 사업이 통상 3~5기 제작으로 마무리됐다면 초소형 위성은 처음부터 ‘양산’을 전제로 한다.

수십 기 이상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개량형 위성을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연구개발 단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산업 단계로 넘어가는 특성을 지닌다.

이 지점에서 관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군집위성을 단순한 ‘사업’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제조 기반 산업’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는 실제 운용환경에 더욱 적합한 위성 설계가 무엇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지상에서의 시험만으로는 우주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운용 성능을 모두 검증하기 어렵다. 위성은 실제로 궤도에 올라 장기간 운용돼야 진짜 성능과 한계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지상 시험 결과만을 근거로 단일 업체를 최종 양산 주체로 결정한다면 다른 기술 노선은 그 시점에서 중단된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탈락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축적된 또 하나의 기술 계보가 사라지는 셈이다. 인력과 노하우는 흩어지고 다시 같은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재투자가 필요해진다.

더 나아가 단일 업체 체제는 공급망 리스크를 키운다. 생산 지연이나 기술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고 이는 전력화 일정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복수 기업이 참여하는 양산 체제는 산업적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우선 리스크 분산이 가능하다. 한 업체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업체가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경쟁 구도가 유지되면서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 압박도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다. 완성 위성 업체가 둘 이상 존재해야 부품, 소프트웨어, 지상국, 데이터 활용 기업까지 참여하는 다층적인 산업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해외 주요 우주 강국들은 이미 이런 접근을 택하고 있다. 군집위성 사업에서 초기부터 복수 업체 참여를 전제로 하고 단계별 평가를 통해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인 사업 관리의 편의성보다 장기적인 운용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을 우선한 결과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정찰·감시를 넘어 재난 대응, 해양 감시, 통신 등 다양한 민군 수요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를 단일 업체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선택일 수 있다. 

군집위성의 성패는 몇 기를 발사했는지가 아니라, 반복 생산과 경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는지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내려질 양산 체계에 대한 결정은 단순한 사업 방식 선택이 아니다. 국내 우주 산업의 미래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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