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립 이후 최초로 새벽 배송 시대를 열며 고성장을 질주해온 소셜커머스 업계 기린아 '마켓컬리'가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이란 신선한 배송체계로 새 바람을 일으킨 업계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이다. 기업가치 1조 이상의 벤처기업에 붙이는 게 '유니콘'이란 접두어인데, 마켓컬리의 현재가치는 약 4조원 안팎에 평가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신선식품 전문 이커머스를 표방하는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거래소 심사 문턱을 별탈 없이 넘는다면 컬리는 하반기에 코스피에 당당히 입성한다. 이렇게되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란 수식어가 컬리 앞에 붙게된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그리고 주요 강대국의 금리인상과 긴축재정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와 자본시장의 변화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한국 증시의 부진한 행보도 컬리의 상장엔 큰 위협 요인이다.
매출 고성장 속 적자 확대 걸림돌
한국거래소는 28일 컬리가 상장을 위한 주권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밝혔다. 앞서 컬리는 작년 10월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 등을 선정하고 차근차근 상장을 준비해왔다.
불안하고 불투명한 증시 전망을 고려해 IPO일정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대형주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컬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증시상황에 상관없이 거래소 예심만 통과하는 대로 바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IPO시장 침체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야심 차게 상장을 추진해오던 쏘카,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이 여유를 갖고 상장 일정을 밟겠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만큼 김슬아 대표의 IPO의지가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컬리의 직상장엔 여러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컬리 뜻대로 예비심사 통과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컬리의 눈부신 매출 성장 이면에 안고 있는 막대한 적자다. 컬리의 2020년 매출은 9509억원이지만 영업적자가 무려 1134억원이다.
작년엔 적자가 더 늘었다. 매출은 1조5580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났지만, 영업손실도 2배가량 늘어난 2138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액은 무려 1조2766억원이다. 1조원이 넘는 금융비용 탓이다. 재무상태도 심각하다. 자산총계가 6648억원인데 반해 부채는 총 5486억원이다. 순자산이 1162억원에 불과하다. 부채율이 거의 500% 수준이다.
원래는 적자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불가능해 컬리의 IPO는 더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쿠팡의 미국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상장 규정을 마련, 성장성이 있는 회사의 경우 특례 상장이 가능해졌고 컬리가 그 수혜를 보게 된 것이다.
낮은 대표이사 지분율 리스크요인
▲김슬아 컬리 대표가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컬리의 또 다른 IPO 리스크는 대표이사이자 창업주인 김슬아 대표의 극도로 낮은 지분율이다. 컬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김슬아 대표의 주식보유량은 202만6755주이며 지분율은 고작 5.75%이다. SCC, DST 등 기관투자자에 밀려 명목상 6대주주다. 컬리가 시리즈D까지 네 차례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이다.
통상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30% 이상을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안정권과는 거리가 먼, 경영권을 걱정해야 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당초 올 상반기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컬리는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로 인한 경영권 불안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거래소 측의 요구로 IPO일정이 늦어졌다.
결국 관건은 김 대표와 주요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될 전망이다. 컬리는 주주 중 외국계 펀드가 많아 이들이 상장 후 대규모 물량을 한번에 쏟아낸다면 주가가 일시에 붕괴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주주에게 길게는 2~3년의 보호예수를 설정하도록 하는데, 투자회수를 원하는 주주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컬리의 과도한 밸류에이션도 골칫거리가 됐다. 컬리는 작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투자)를 받으며 밸류에이션이 4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IPO시장 자체가 침체돼있는데, 마지막 투자 밸류를 인정해줄 리 만무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가 공모가 기준 밸류를 4조원대 이상으로 제시하면 이에 응할 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컬리 입장에선 밸류를 낮춰 IPO를 진행할 경우 영에쿼티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밸류를 대폭 낮추는 것은 애초에펀딩 당시 오버밸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여러모로 불리한데도 컬리 측은 상장 추진 의지에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장은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IPO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역경을 딛고 고성장해 온 컬리가 IPO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한번 난관을 극복하며 업계 1호상장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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