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최근 식품·유통업계에 ‘비건(vegan, 채식주의자)’ 열풍이 불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떠오르자 비건 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업체들은 비건라면, 볶음밥, 대체육 등 채식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농심도 올해부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했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 태경농산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식물성 대체육, 조리냉동식품,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댜양한 종류의 총 27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농심은 베지가든의 온·오프 판매 채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의 ‘정면’과 ‘정비빔면’은 채식의 인기를 방증하듯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풀무원식품은 제품의 판매량이 500만봉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비건인증원 인증을 받은 최초의 비건 라면인 ‘정면’은 지난해 8월 출시 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봉지를 기록했고 꾸준한 판매 추이를 보이며 이달 420만 봉지를 넘어섰다.
풀무원은 △식물성 고단백질 식품 △식물성 저탄수화물 식품 △식물성 고기 △식물성 음료 및 음용식품 △식물성 발효유 △식물성 편의 식품 등 6개 분야로 나눠 식물성 단백질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뚜기는 볶음밥, 라면 등 비건 간편식을 선보이며 소비자 입맛 잡기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출시한 비건라면 ‘채황’은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로부터 비건 제품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출시한 오뚜기의 ‘그린가든 볶음밥’ 2종 또한 최근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해 신뢰도를 높였다.
채식이 떠오르면서 대체육도 관심도가 높아졌다.
신세계푸드는 독자기술을 통해 만든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하며 대체육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 가능한 미래 식품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체육 연구개발을 해왔다.
대체육은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유사한 맛, 향, 식감 등을 구현해 낸 식재료다. 고기 대신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대체품이다.
5년이 넘는 연구 끝에 첫 상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을 출시했다.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맛을 낸 것.
신세계푸드는 지난 4월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대체육 너겟 ‘노치킨 너겟’을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개가 완판됐고 5월에 20만 개를 재출시해 한 달 만에 모두 판매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콜드컷 뿐 아니라 소시지, 햄, 불고기용 스트랩 타입, 최종적으로는 돼지고기 원물과 유사한 제품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스타벅스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F&B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판매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에선 충북 진천군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한 대체육 연구개발(R&D)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기능성 아미노산인 ‘시스테인(L-Cysteine)’을 비(非)전기분해 방식으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확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시스테인은 고기 향을 내는 소재인 만큼 급성장하는 비건 및 대체육 시장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비건 식품 수요 확대에 따라 다양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월 순식물성 원료로 만든 PB 상품 ‘해빗(Hav’eat) 건강한 마요’를 출시했다. 달걀 대신 기능성 대두를 사용했다. 유통업계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올 상반기 매출이 80% 신장하는 등 지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6월에는 ‘요리하다 청양간장마요’를 출시했다. 역시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순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다. 5월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이색 소스류를 선호하는 MZ세대 입맛을 사로잡아 출시한 지 15일 만에 1000개 이상 팔려나갔다.
지난달 15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 내추럴 비건 스낵 ‘DJ&A’를 론칭했다. 그동안 해외 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브랜드다. 채식 식단을 넘어 스낵 같은 간식류도 맛있게 비건으로 즐기고자 하는 MZ세대 취향을 반영해 선보였다.
특히 롯데마트는 올해 추석선물 사전 예약 세트로 ‘비건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편의점 GS25에서는 올해 들어 7월까지 비건 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배 증가했다. 가장 잘 팔린 비건 식품은 떡볶이 2종이었다.
GS25에서 취급하는 비건 식품은 지난해 3종에서 올해 15종으로 늘어났다. GS25는 이날 비건 인증을 받은 버섯 칩과 감자 스낵을 내놓은 데 이어 연내 비건 상품을 30여 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최근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동물보호를 위해 ‘비거니즘’에 동참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라는 브랜드로 비건 간편식을 판매하는 CU에서는 같은 기간 비건 관련 상품 매출이 15배 늘었다. CU에서는 라면과 젤리, 떡볶이 등 1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CU는 이달 들어 대체육 ‘언리미트’를 사용한 도시락과 삼각김밥, 유부김밥을 추가로 출시했다.
식품·유통업계가 채식 관련 상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채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은 인류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하나로도 주목받는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50만명이다. 2008년 약 15만명 대비 10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환경과 건강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채식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는 글로벌 MZ세대 주된 관심사인 친환경과 가치 소비 트렌드로 인해 세계 채식 시장이 연평균 9.6%씩 성장해 2030년에는 116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에는 채식과 관련된 인프라가 해외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해외에서는 비건 인구와 관련 상품이 많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건 상품 수는 수십여 종에 불과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과 윤리,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대됨에 따라 ‘미닝 아웃(meaning out·소비 행위 등을 통해 개인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 소비 흐름으로 채식이 함께 떠오르고 있다”며 “아직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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