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치금융 모럴헤저드’ 딜레마 보여준 ‘대출규제 사태’

문혜원 / 기사승인 : 2021-11-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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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서민금융대책’에 힘을 쏟고 있다 외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폭증한 가계대출을 관리한다며 시행한 은행대출 억제책으로 소비자들은 대출절벽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3% 후반에서 최고 5%까지 치솟으면서 전세대출 부담은 가중됐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것과 동시에 가계대출 강화가 일면서 은행들이 예대마진이 커지자, 우대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은행들의 실적발표를 보면, 은행의 예대마진이 지난 9월 시점 잔액기준으로 작년 말 1.89%p에서 2.01%p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이 기간 6.3% 증가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이 대출규제 총량관리를 시행한 3분기에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10조4000억원보다 12.5%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치솟는 대출금리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은행 폭리를 막아달라”는 글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게시글에 사흘 만에 8000여명이 동의했고, 은행 지점엔 대출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도 늘었다.


이에 업계 안팎으로 은행들이 대출규제 속 이자장사로 서민들만 옥죈다며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은행 자율에 맡겨있다’며 개입의 뜻을 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 금융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불만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해명 내용은 대출금리 폭등의 원인은 은행의 이자이익으로 인해서가 아닌 ‘시장의 논리’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해명은 오히려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라며 비판만 더 쇄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대폭 금리 인상이 사실상 ‘담합 인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당국은 ‘소비자보호’라는 명목은 뒷짐진 채 다시 규제와 관리 강화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총량규제를 펼쳤지만 결국 피해는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꼴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향후 금융업계 생동감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 발전에도 저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이렇듯 ‘오락가락·엇박자’ 규제정책 관행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 금융개혁·정책이 말 뿐인 것도 그렇다. 특히 매년 새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뒷북대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렇게 규제관행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데도 자정의 노력 없이 관행만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런 걸 두고 ‘관치금융’이 불러온 ‘모럴해저드’의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의 말마따나 형식만 있는 서민금융 정책에 정치 개입에 의한 ‘관치금융의 모럴헤저드 딜레마’ 연속이라면, 이번 대출규제 사태도 대안없이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말뿐인 ‘소비자 위한 금융정책’은 대체 언제부터 제대로 이뤄지게 되는 것일까? 기자로서 지켜보는 동안 느끼는 건 그저 ‘씁쓸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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