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다”…전문가들 “소비자 피해 대책 논의 공론화해야”
매각에 실패한 씨티은행이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 측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들의 계획수립 마련 행보가 ‘요원’하기만 하면서 소비자보호방안에 정작 소비자 의견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조율과정이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에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소비자보호 조치’돌입을 적극 시행할 것을 사전 예고했다. 금융위는 지난 10월 22일 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음을 사전 통지했다.
이후 씨티은행은 이달 1일 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해 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감독원에 초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의 소비자보호방안 계획과 관련해 협의에 들어갔으며 오는 22일 정례회의에서 대대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씨티은행 소비자보호방안 관련해서 관건으로는 대출자산 처리 여부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씨티은행의 가계대출금은 약 12조원대, 이 중 개인신용대출이 9조원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과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대출채권 해결로 ‘3년 일시+10년 분할 상환제도’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씨티은행 대출상환 유도와 관련해서 다른 시중은행들 중 대출전환을 할 수 있는 부분대출매각 인수가 나오나 기대했지만, 비용문제와 리스크위험요소가 많아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특히 현재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시점인데다가 정부의 대출규제 분위기 속 대출채권을 타행으로 매각하기보다 씨티은행이 청산 업무를 떠안는 방식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매각 대신 ‘3년+10년 분할상환’도 고객들의 부담이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주담대의 경우 금액이 커서 분할상환에 들어가면 장기 30년 이상 상품이기 때문에 10년으로 단축시키는 경우 매월 갚는 금액이 3배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대출을 받은 차주A씨는 “씨티은행에서 1억5000만원 정도를 30년 납 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은 게 있는데 현재 원금 50, 이자 40해서 90나간다”면서 “만약 10년분할상한제를 할 경우 이전 190에서 200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은 늘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결국 이런 방식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식”이라고 꼬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씨티은행이 철수 결정을 한 것이 결국 인수자가 없으니 한 선택인데, 소비자피해가 없도록 원만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내줘야 할 마당에 너무 소비자만 쏙 빼고 당국과 은행끼리 결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A씨의 지적처럼 씨티은행 대출 고객들은 속앓이하는 신세가 됐다. 은행과 당국이 머리를 맞대어 기존 대출분에 대해 자산매각, 장기상환전환 등 폭넓게 논의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방안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
업계 전문가들은 씨티은행이 대출을 타은행에 통매각하더라도 가격 협상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이후 대출금리 인상 예고도 있어 씨티은행 매각 인수 문제 관련 ‘진통’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의 경우 완전히 은행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특히 금융소비자보호 방안에 대해서는 소비자 의견을 더더욱 반영을 해야 마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교수는 “씨티은행의 이번 소매금융 철수 건 사태의 경우에는 소비자 당사자가 가장 피해를 보는 사건이니 만큼 협상 과정에 소비자를 참석하게 해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다거나 공청회 등 대대적인 공론회 자리를 마련해 다양한 피해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자산 관련해 다른 은행 인수를 하는 방법이 어렵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씨티은행 안에서 책임져야 하는데, 이렇게 소비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만 하면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신뢰회복을 받기 어렵고 나중에는 무효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해당 씨티은행 측과 금융당국은 이러한 논란이 커면서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씨티은행의 소비자보호방안 계획 수립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씨티은행은 지난 17일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면제 안내메시지를 발송했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기존 대출 보유 고객이 부담 없이 대출을 중도 상환할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고객이 약정과 달리 대출을 조기 상환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 자금운용에 공백이 생기는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객이 부담하게 하는 일종의 페널티를 말한다. 하지만 철수를 선언한 만큼 이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신청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홈페이지, 영업점에서 모두 가능하다.
금감원은 21일 씨티은행 금융상품 신규 판매 중단 등의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르면 22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와 관련한 금융소비자보호 계획 안건이 상정될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23일 여·수신, 신용카드 관련 대고객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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