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이 돈을 벌었다. MZ세대의 공허 덕분에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1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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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지난해 동학개미(국내 개인투자자)의 투자 열기로 뜨거웠던 증권가는 올해 서학개미(해외주식투자자) 덕분에 불안정한 증시에도 비교적 따뜻한 연말을 맞게 됐다.


지난해보다 광고 선전비 규모는 더 늘었다. 고객 모시기 전쟁을 치른 증권사들은 대부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든 증권사들이 다수 출연했다.


광고선전비는 사업보고서에서 판매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TV,라디오, 옥외광고, 현수막 등 회사 전반적 광고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광고비를 얼마나 썼을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증권사의 '광고 선전비'는 총 319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76.8%이다.


같은 기간 증권사별 광고 선전비 지출은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았다. 이어 키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이들 증권사는 3분기까지 100억원이상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광고비가 늘어난 만큼 효과도 있을까? 있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던 증권사들은 광고선전비를 많이 쓴 상위 증권사와 대체로 겹친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3분기 누적영업이익으로만 이미 1조 클럽에 들었다. 이들 증권사는 광고선전비에서도 지난해 대비 규모를 키운 곳들이다.


키움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면서 1조 클럽에 들 전망이다. 이 증권사들도 광고 선전비 증가 폭이 상위 10위권에 든다.


증권사들이 홍보하는데 광고비 쓰는 것이 대수인가 싶으면서도 추첨 이벤트와 같은 '공짜' 심리를 자극하는 과도한 경쟁이 부작용을 낳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작게는 커피 기프티콘에서 현금 지급 등 이벤트에 묻지마 가입, 묻지마 참여를 하다 보면 이벤트 기간 이후 나도 모르게 여러 계좌에 가입되어 있거나 유용한 기회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손실이 포함된 이벤트도 있어 금융사 이벤트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한 가지 증권사의 과열 마케팅이 시사하는 것은 최근 MZ(20~30대)세대들이 온라인 폐지줍기 등 노동없는 소득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는 증권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에서 제시한 이벤트를 불로소득이라 보고 거침없이 참여한다.


저금리시대다. 과거 고금리시대와 달리 금리는 낮고 물가는 높다. 일부 고연봉자를 제외한 일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한 돈을 모으는 방식으론 부모세대와 같이 내 명의로 된 집, 내 이름으로 된 차 등 '어른의 삶'으로 반영되는 수단을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


광고 선전비가 실제 증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디지털 리테일 부문이 강화된 올해의 증권가 현상은 보고 자라온 시대상과 내가 살아나가는 시대상의 괴리를 견디는 MZ세대의 슬픈 단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빚을 내어서라도 투자하고 이벤트 기프티콘이라도 챙기려는 MZ세대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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