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김자혜 / 기사승인 : 2022-02-10 08: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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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취임 반년여가 지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이 호평이라는 소식이다.


전임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임 이후 3개월 만에 자리를 채운 정 금감원장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거쳤고 2016~2017년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는 등 정통 금융 관료의 길을 걸었다.


으레 금융관료가 제자리에 앉았다는데 좋은 내부평가 따르는 비결은 뭘까.


이야길 들어보니 달리 새로운 것은 없었고 정 원장은 ‘기본’에 충실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비결이라 말하기 애매모호한 배경은 바로 전임자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의 ‘파행’에 있다. 일반적으로는 구관이 명관이라고 하나, 이번 구관은 좀 달랐다는 것이다.


윤석헌 전 원장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등을 거쳐 온 ‘이론전문가’였다.


2010년과 2017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2018년에는 급기야 금융감독원장 자리까지 맡게 됐다.


문제는 윤 전 원장역시 ‘교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는커녕 오히려 “이래서 교수를 실무자로 앉혀서는 안 된다”는 말을 되새기는 행보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윤 전 원장의 재임 동안 금융당국은 DLF 불완전판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부실화로 인한 대규모 환매중단, 삼성생명 암보험, 키코(KIKO) 사태 배상문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윤 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4년과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진행됐고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자조적인 것인지 자신의 전임 금융감독원에 대한 비판인지는 명확히 알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재임하는 기간동안 관리감독에 충실했다면 사모펀드 피해는 덜했을지도 모른다.


키코 사태나 암보험 배상 문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2022년에 넘어와서도 이해관계자들이 받아들일만한 타당한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해뵌다.


리더로서 현실적인 감각이 없는 것은 단순히 흘려 보낼 일이 아니다. 수가 틀리면 눈에 보이는 피해에 더해 보이지 않는 피해도 막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같은 주요기관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어디에선가는 억울함, 불합리함과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만연해지기 마련이다. 사회적 불신이 우리삶 곳곳에서 영향을 주게되는 것이다.


기존의 규범과 제도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보이지 않게 녹아있다.


본립이도생, 사물의 근본이 서면 도가 통한다는 이야기는 오랜시간이 지나도 지속해서 내려오는 진리다.


정은보 금융위원장과 같이 기본을 갖추는 이들이 인정받는 사례는 더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리더, 좋은 사람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해 뵌다.


착하고 성실하기 이전에 ‘자신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나의 능력과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인정할줄 아는것, 자신을 내려놓을줄 아는 사람이 공공의 이익에 더 가까운 결정을 내릴수 있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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