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아닌 ‘풍수지리’···용이 되려는 비뚤어진 욕망인가 

신유림 / 기사승인 : 2022-04-08 1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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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람, 물, 땅에도 이치와 기가 있다는 풍수지리. 현대 지리학이 들어오기 전 농경사회 때나 필요했던 이 구시대 유물이 요즘 우리 사회를 격랑에 몰아넣고 있다.

풍수지리는 명당을 좇는 이론이다. 명당은 눈으로 살필 수 있는 산맥과 물을 기준으로 삼는다. 생기 충만한 곳, 우리 조상은 그곳을 혈(穴)이라고도 불렀다.


명당은 ‘배산임수’ 지형을 갖췄다. 강이나 냇물을 앞에 두고 산을 등지는 자리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마을들은 대부분 그런 곳에 자리 잡았다.


특히 풍수지리는 땅의 기운의 흐름인 산맥을 용(龍)이라 여겼다. 그래서 용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를 잡으면 시대를 호령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자리 두 곳이 있다. 부산 용두산과 서울 용산이다.


과거 일제는 부산 용두산에 쇠말뚝을 박아 천마산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막으려고 했다.

천마는 용을 의미하고 부산항은 천마산 아랫자락이라 천마의 입이다. 이에 용두산에 쇠말뚝을 박으면 조선을 지배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고 그들은 믿었다. 물론 ‘썰’이다.


용산은 예부터 ‘용두봉’, ‘용머리’로 불렸다.


용두산이 용이 승천하는 형상이라면 용산은 용이 물(한강)로 치닫는 형상이다. 용머리에 왕궁을 세운다면 용을 타고 승천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용산은 그야말로 명당 중 명당이다.


허나 만일 누군가 그곳에 몰래 쇠말뚝이라도 박는다면 대한민국 국운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노릇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여론과 주변 모든 만류를 무시하고 그곳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미신 관련 얘기가 나온다.


‘건진’과 ‘천공’이라는 무속 논란, 특히 손에 ‘왕’자를 쓰고 눈썹에 ‘흰 털’을 붙이고 나온 그였기에 국민 대부분은 물론 이재오 국힘당 상임고문까지도 풍수지리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만일 정말 풍수지리 때문이라면 그 판단은 틀렸다.


한 풍수지리 전문가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들어가고자 하는 지금의 국방부 자리는 청와대 자리로서의 명당은 아니다.


그곳은 ‘살’(殺)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즉 군대가 머물 자리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원나라, 청나라, 명나라, 왜구, 미군이 머물면서 천하를 호령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그럴듯하다.


반면 지금의 청와대 자리는 어떤가.


그곳은 오랜 역사 속에서 명당으로 가장 주목받은 곳이다. 약 천년 전인 고려 숙종 때 풍수지리가 김위제는 "삼각산은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한 선경(仙境)이다. 그곳에서 시작한 산맥이 3중, 4중으로 서로 등져 명당을 수호하고 있으니 삼각산에 의지해 도읍을 세우면 9년 만에 사해(四海)가 와서 조공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고려 남경과 조선 경복궁이 들어선 바로 그곳, 북한산, 인왕산, 남산 또 남산 아래 관악산 등이 자리한 그곳은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 주산, 조산 등의 조건과도 맞아 떨어진다.


반면 청와대는 그 운이 다해 한국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는 억지 주장이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천수를 다하셨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은 본인의 죄로 불행을 겪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 역시 각종 ‘본부장’ 의혹으로 퇴임 후가 염려돼 그런 결정을 내렸을 거라는 의심도 있다.


여기서 기자가 던지는 한 가지 ‘팁’이 있다.


앞서 말한 전문가에 따르면 문제는 남산타워다.


만일 국방부가 청와대가 된다면 남산이 주산이 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주산에 남산타워라는 쇠말뚝이 꽂혀있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그 쇠말뚝이 용을 짓눌러 승천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이대로 용산행을 고집하다간 화를 입을지 모른다.


그래도 굳이 가겠다면 남산타워도 이전할 것을 주문한다. 어디까지나 미신에 가까운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그렇단 얘기다.


500억원인지 1조원인지 모를 이전 비용, 개발 제한, 시민 불편 등 각종 비난거리는 차치하더라도 그런 값비싼 대가, 민심의 이반, 극한 대립, 불통 등 수많은 논란을 안고 굳이 용산엘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당선인 말대로 ‘본인이 떳떳하다면’ 뭐가 두려운 건가.


국민은 당선인이 조용히 청와대로 들어가길 원한다. 국방부라는 군대의 기운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토요경제 / 신유림 sy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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