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방판 22년 김혜경 팀장, “70까지 일하려, 움직이지 않는 삶은 죽은 것”

김병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1 13: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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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판 22년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지만 SNS 등 新 마케팅 도입해 다시 도전하겠다”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김혜경 팀장이 고객에게 제공할 사은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김병윤 대기자]
지난 11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김혜경 팀장이 고객에게 제공할 사은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김병윤 대기자]

[토요경제=김병윤 대기자] 코로나는 세상을 바꿔 놓았다. 사람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무표정한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졌다. 하늘길이 막혔다. 도시의 불도 꺼졌다. 어둠의 장막이 펼쳐졌다. 적막감이 흘렀다. 텅 빈 거리는 길고양이의 놀이터가 됐다. 그 누가 지옥 같은 현실을 예상했겠는가.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인간은 암울한 현실과 싸우고 있다. 2년 넘게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제 조금씩 빛이 보인다. 코로나의 기세가 약해지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는 질병이다. 계속 경계해야 한다.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코로나는 인간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아픔을 줬다.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렸다. 사람끼리의 만남도 할 수 없었다. 경제는 멈춰 섰다. 돈 벌 방법이 없었다.


방문 판매를 하는 직종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 메가톤급 핵폭탄이 떨어졌다. 경력의 노련함도 통하지 않았다.


화장품 판매를 하는 김혜경(62)씨. 방문 판매 경력 22년의 베테랑이다. 회사에서 알아주는 판매왕이다. 화장품 대리점의 팀장을 맡고 있다. 월매출 15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월매출 평균 1000만 원은 거뜬히 올렸다. 감탄하지 마라. 코로나 발생 이전 얘기다. 지금은 어떠한가. 월 300만 원 정도 팔고 있다. 그나마 매출이 오른 것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200만 원도 안 됐다.


매출폭락의 원인은 무얼까.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을 만날 수 없어서다. 고객이 오지 말라고 했다. 코로나가 무섭다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 팀장의 주 고객은 밤업소에 근무하는 여성들이다. 코로나로 업소가 문을 닫았다. 여성들의 수입이 끊어졌다. 그들도 직장을 잃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먹고 살기가 바빴다. 화장은 나중 문제다. 자연스레 손님이 끊겼다. 수금도 제대로 안 됐다. 김 팀장은 고객의 사정을 알기에 할 말이 없었다. 고객도 김 팀장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화장품값을 주지 못 해서. 모두가 엄마 잃은 아이의 심정이었다.


김 팀장의 어려움은 또 있었다. 직책상 판매 할당량이 주어진다. 회사에 자신의 주문량 외에 더 많은 주문을 해야 한다. 주문량을 사비로 구매해야 했다. 자연스레 재고가 쌓여 갔다. 김 팀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한다. “지난 2년간 제품만 매입한 것 같아요. 팔지는 못하고요. 창고에 쌓인 제품을 보면 잠이 안 와요. 지난 20년간 벌었던 돈으로 2년을 버텨왔네요. 얼마 전까지도 영업을 접을까도 생각했죠. 그래도 20년을 믿어준 고객들 생각에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김 팀장의 얼굴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용감한 김 팀장은 희망의 끈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잘 될 거라고 자신감을 내 비춘다. 업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떠났던 고객이 돌아오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웃음꽃을 피운다. 예전의 매출 회복이 가능할 거라 예상한다.


김 팀장의 이런 자신감은 새로운 마케팅 도입에 있다. 김 팀장은 SNS 공부에 열심이다. 60이 넘은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시작할 때는 사실 두려웠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곧 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다. 대면과 비대면 영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경륜과 패기로 베테랑의 참모습을 보여줄 각오다.


김 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70살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요. 움직이지 않는 삶은 죽은 인생이니까요.” 소박하지만 담대한 꿈이다. 자신의 꿈을 밝히며 얼굴이 밝아진다. 암울한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환한 미소를 던진다. 어두웠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팀장은 손이 바빠졌다. 샘플을 한 보따리 챙겼다.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란다. 총총걸음으로 나가는 모습이 여전사(女戰士) 같다. 팀장의 이런 발걸음이 ‘방판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서곡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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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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