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러시아가 쏘아 올린 '글로벌 에너지 안보' 논쟁

김태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9 2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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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원자력 발전 회귀, 에너지 자립 vs 환경 파괴 딜레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연료봉 저장 수조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연료봉 저장 수조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태관 기자]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 부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도 에너지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 관리들과 가진 영상 회담에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에너지산업이 위축되고 있고 산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의 난관, 비우호적 국가 은행들의 자금 이체 지연 등으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러시아산은 이보다 30달러나 낮은 금액을 제시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한 영향이다.


이에 푸틴은 석유와 가스 판매를 아시아 시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생산한 석유와 가스의 공급처를 찾지 못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자국 내 저장고도 이미 동이난 상황이다.


S&P글로벌은 러시아 정유업계가 지난주 들어 하루에 생산량을 170만 배럴씩 줄였다고 분석했다. 매년 봄철 생산라인 점검을 위해 생산량을 줄이던 것을 고려해도 예년보다 감소량이 70%나 늘어났다.


러시아 위기 후폭풍은 실로 거세다. 당장 중동산 원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대체 원료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40% 급등한 데다 중동산 원유에 붙는 OSP(Official Selling Price Differentials)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OSP는 중동산 원유를 구매할 때 추가로 부담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최근 사우디는 5월 ‘아랍라이트’ OSP를 아시아에 2배까지 늘려 배럴 당 약 10달러까지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1분기 배럴당 2~3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이달엔 사상 최고치인 4.95달러로, 다음달엔 추가로 5달러를 더 인상하는 셈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세계 각국의 급격한 증산 요구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연스레 원전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다. 에너지 자립에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


대표적으로 영국은 2050년까지 최대 7기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크와시 콰틍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이 전력 공급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프랑스가 발전소 건설에 돈은 많이 들었지만,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했다”며 “솔직히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가 이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새 정부에서 원전 건설에 힘을 쏟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꾸준히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전 최강국 건설’을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우리 원자력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원전 수출로 2030년까지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원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다. 겉으로 드러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kWh당 10g으로 석탄, 석유, 가스발전보다 적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 준비에서 폐기까지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66g/kHh로 이는 태양광의 2배, 풍력의 7배에 달한다.


여기에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더 큰 난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원전을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자립과 환경보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이유야 어떻든 러시아가 쏘아 올린 '글로벌 에너지 안보' 문제가 각국의 원전 회귀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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