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러-우크라 사태,14년만에 밀 수입가 400달러 돌파...관련 제품 줄인상 '우려'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0 23: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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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식이 유일한 해법...윤석열 정부, 세제완화 등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밀 가격이 예사롭지 않다. 작년 4분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밀 수입가격이 지난달 기준으로 마침내 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줄곧 20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작년 6월 들어 300달러를 넘어서더니 1년도 채 안돼 400달러 벽이 무너진 것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는 데 반해, 수입 비중이 상당히 높은 밀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특히 밀은 다양한 식품의 주원료로 사용돼 관련제품 단가의 줄줄이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고물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정부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2년여의 코로나에서 벗어나 막 일상으로 회복기에 접어든 서민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어깨가 더욱 무겁다.


문제는 앞으로다. 밀가루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와 밀가루와 응용제품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 상당수 소상공인들도 걱정이 앞선다.


밀 가격 급등으로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올리면 채산성이 악화돼 관련 제품 단가 인상이 불가피한데, 자칫 가격인상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 태산이다.


밀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가격이 8천원을 넘어섰다.
밀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가격이 8천원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첫 400달러 벽 붕괴
최근 수입 밀 가격은 그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데 사태의 심각성과 이와 관련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밀(밀과 메슬린·코드번호 1001 기준) 수입량은 42만9천375톤이며 수입액은 1억7천245만달러다. 톤당 환산 가격으로 402달러다.


밀 수입가격이 톤당 4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무려 14년 전인 2008년 전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술렁이며, 밀 가격이 톤당 406달러에 달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입량과 인상폭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기준 밀 수입량은 작년 10월 19만여톤으로 전고점을 찍은 이후 줄어들다가 지난달 다시 17만톤대로 급증했다. 수입가격 인상폭 역시 전월 대비 8.8% 급등했다.


2020년 이후 소폭 인상을 계속하다 지난달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더 실감이 난다. 전년 동월 대비로 41.4%나 올랐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보다는 무려 54.3% 급등했다.


수입 밀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과 직결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는 밀은 주로 사료용 밀이며 식용 밀은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가루 수출국 1, 4위다. 두나라의 수출량이 전세계 밀 수출량의 30%에 육박할 정도도 밀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이런 상황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밀 수급 구조에 타격을 주고, 결국 밀 국제가격을 계속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함께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으로 인해 해상 운임이 급상승한 것도 수입 밀 가격인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전세계가 경기회복 과정에서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한데다 팬데믹으로 인한 인력부족과 방역이 겹쳐 해상물류비용은 지난 1년새 무료 3배가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해상운임 상승의 주 원인은 선복량이 늘지 않으면서 항만 적체가 발생, 가용 선박이 부족해진 탓"이라며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하반기말이나 돼야 물동량이 줄면서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사태 종결이 유일한 해결책?
수입 밀 가격이 톤당 400달러대에 진입하면서 관건은 국내 제분업계의 반응이다. 대한제분,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국내 주요 제분업계는 현재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소맥을 주로 미국, 호주에서 수입한다. 그런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에 따른 단기적인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분업계가 밀가루 납품가격을 인상한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다. 밀가루 납품가 인상은 라면·과자·빵·피자·햄버거 등 관련 제품군 전체의 도미노적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업계는 지난해 소맥과 팜유 가격 상승을 반영,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는데, 제분업계가 납품가격을 올린다면 추가 인상을 배제하기 어렵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일선 요식업계도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단가가 사상 처음으로 8천원대를 넘어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소비자들, 특히 서민들은 더욱 울상이다. 물가인상에 따르는 가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데다, 밀가루를 사용하는 식품류 중에는 주료 서민이 애용하는 제품들이 많은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의 밀가루 등 곡물 가격 급등을 제어할 뾰족한 방법이라고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조기 종결 밖에는 없다는 게 사실이다. 대체재가 없는데다가 현실적으로 국내 생산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기에 그렇다. 설상가상 환율 인상까지 겹쳐 실질적인 수입단가 부담이 가중돼 진퇴양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인 여파는 크지 않지만, 글로벌 밀가루 수요가 미국과 호주로 몰려 결국 공급대비 수요가 커져 국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갑자기 공급을 늘릴 수 없는 1차산업의 속성상 수급체계의 안정을 위해선 우크라이나전쟁의 휴전이나 종전선언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세제완화 등 현실적 대책 마련돼야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국제 물류난으로 촉발된 수입 밀 가격은 당분간 더 상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국제곡물 4월호' 보고서를 봐도 이번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식용 158.5, 사료용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수는 2015년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것으로 그만큼 상승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본격 출범을 20일 앞둔 차기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밀 파동으로 관련 제품 단가가 줄줄이 인상된다면, 정권 초기부터 여론이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밀 문제는 정부로서도 이렇다할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 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워 답답해할 수 있겠지만,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인만큼 한시적인 세제완화 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조금이나마 사태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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