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반도체 초강대국 대한민국, 'K-반도체' 위력의 근원은 'R&D투자'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7 13: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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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이닉스, 지난해 R&D투자 22조6천여억원...224대 기업의 44% 차지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반도체는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국가기간산업이다. 반도체를 뺀 경제와 산업은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위상이 절대적이다. 수출 의존도가 심한 우리 경제의 특수성에 비춰 단일 업종 중 수출 공헌도가 압도적으로 크다.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표업종이 반도체라 해도 크게 지나친 말은 아니다.


반도체 종주국이자,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미국의 아성을 넘어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초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80년대 초중반까지만해도 전자산업의 후진국으로 분류됐던 대한민국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추월하며 반도체강국이 되었을까.


국내 R&D투자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사옥.
국내 R&D투자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사옥.

'K-반도체' 성공 비결에 대해선 다양한 논거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라는데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반도체업계는 그간 다소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는 세계 정상이었다. 반도체업계의 R&D 투자가 다른 업종을 압도하며, 국내 R&D를 주도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기업경영분석 전문연구소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에 R&D 활동을 공시한 2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지난해 R&D투자 합계는 22조6413억원이며, 조사대상 기업 전체 투자액(60조3675억원) 중 무려 44.1%에 달한다.


R&D투자도 압도적 1위는 삼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두 기업이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한 'K-반도체'의 대표주자답게 R&D투자 분야에서도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입증한 셈이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공격적인 R&D투자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서도 정상적인 투자패턴을 유지한 것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위기 때 투자하라'라는 격언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실제 코로나 대란을 맞아 국내는 물론 전세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R&D 투자를 축소했다.


삼성의 움직임은 특히 고무적이다. 코로나 대란 속에서도 R&D투자 비중을 낮추지 않고 있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삼성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과감한 R&D투자로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이 공룡기업 인텔을 넘어 세계 반도체 1위기업으로 올라선 것이 인텔을 능가하는 R&D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22조5965억원으로 조사대상기업 전체 투자액 중 37.4%에 달한다. 삼성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주요 실적 지표에서도 다른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 R&D투자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은 또 2019년 20조276억원, 2020년 21조2292억원, 2021년 22조5965억원 등 매년 R&D투자액을 늘리고 있다. 국내 전체 기업 중 매년 1조원 이상씩 R&D 투자액을 늘리는 기업도 삼성이 유일무이하다.


삼성의 R&D투자 규모는 올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음달 특별사면으로 수감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투자에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특히 글로벌 파운더리 시장의 절대강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삼성의 공격적인 R&D투자가 더욱 속도를 낼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의견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삼성이 TSMC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R&D투자를 늘려야한다"며 "TSMC 역시 삼성, 인텔 등 후발업체의 추격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삼성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인터넷기업 R&D투자 견인
삼성과 'K-반도체'의 주역 중 하나인 하이닉스는 4조448억원으로 조사대상기업 중 2위를 차지했다.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7%다. 메모리반도체, 비메모리, 가전, 이동통신단말기 등 다양한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삼성과 달리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메모리전문기업이란 점에서 R&D투자 규모를 삼성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220개 조사대상기업의 R&D투자총액이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서 주목된다.
220개 조사대상기업의 R&D투자총액이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서 주목된다.

삼성과 하이닉스에 이어 LG전자(3조6천45억원), 현대자동차(3조1천1억원), LG디스플레이(2조1천277억원)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기아(1조8천719억원), 네이버(1조6천551억원), LG화학(1조3천909억원), 현대모비스(1조1천693억원) 등 4곳도 지난해 1조원 이상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이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업체가 네이버다. 상위 10대R&D투자기업 중에서 벤처기업 출신 대기업이자 인터넷기업으로는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자율주행,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블록체인 등 4차산업분야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IT기업들이 국내 R&D투자를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R&D투자액이 지난해 총 6조1413억원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차 연구에 대부분의 R&D자본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중 상당 부분이 자동차용 IT, 즉 전장 부문으로 알려졌다.


R&D가 글로벌경쟁력 강화의 필수조건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시국 속에서도 조사대상 224개기업의 총 R&D 투자액이 2019년 53조8760억원, 2020년 55조7992억원에서 지난해엔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서 주목된다.


특히 2020년 매출(총 1천595조7천682억원)이 전년보다 약 40조원 가량 줄었음에도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이 R&D투자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R&D500대에 포함된 기업 수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며 "R&D투자없이 미래가 없다라는 인식아래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야 치열한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필요충분조건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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