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현대車, 중고차업 진출 1년 유예"...기존 업계 의견 '부분 수용'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9 12:37:47
  • -
  • +
  • 인쇄
현대 기아차 자사 신차 구매고객으로 매입 제한...비 인증차는 중소업체에 경매 '우선권'

국내 중고 자동차 시장의 핫 이슈였던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일단락됐다. 사업조정의 중재자로 나선 중기벤처부는 28일 장고 끝에 사업조정에 대한 권고안을 의결, 발표했다. 이어 현대차그룹도 다소 아쉽지만 조정안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입을 둘러싼 논쟁이 3년만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중기벤처부가 발표한 이번 사업조정권고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존 업계의 의견이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시장진입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시장진입 시점 문제가 '1년 유예'로 최종 결론났다. 기존 업체들로선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대비, 1년이란 시간을 번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입이 1년후인 2023년 5월부터 본격 개시돼 기존 중고차시장의 대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입이 1년후인 2023년 5월부터 본격 개시돼 기존 중고차시장의 대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사업개시를 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완고한 입장에 대해 중고차업계가 3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주장해왔지만, 중기벤처부 사업조정심의회 측이 진통 끝에 '1년 유예'로 절충안을 내놓은 것. 실제 이날 심의회에선 유예 기간 문제에 대해 위원들간의 입장차이가 커서 격론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일단 '1년 유예'에 대해선 양측 모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타이트하게 제한하더라도 '시작하는게 중요하다'며 당장 하반기부터 사업개시가 가능하길 기대했던 현대차그룹은 못마땅하지만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기존 중고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굴지의 대그룹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최소 2년 이상은 필요한데, 1년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평동 중고차매매단지의 한 관계자는 "중기부가 1년유예라고 하지만, 내년1월부터 총 5천대에 한해 시범판매사업이 가능한 꼼수를 부려 실제로는 7개월 유예"라며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맞서기 위해선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의 이번 사업조정안의 또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현대차그룹이 매입 가능한 중고차를 현대, 기아차 구매 고객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신차를 구매하기 위한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시에만 매입하도록 못박은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국내외 모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존 업계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선 자동차시장 전반에서 현대차그룹의 막강한 지배력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매물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없는 만큼 어느정도 기존 업계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대목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제한하는 것도 이번 조정안의 중요한 부분이다. 조장안은 현대차의 경우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2.9%, 이듬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4.1%로 제한토록했다. 기아차 역시 내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2.1%, 2024년 5월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2.9%로 못박았다.


문제는 판매대수 산출 기준인데, 일단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 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 산술평균값을 적용키로했다. 여기엔 알선이전, 매도이전 등 사업자거래와 당사자간 직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일종의 쿼터제인 이 부분에 대해선 양측의 기존 자율조정에서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이어서 큰 이견이 없지만,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얼만큼 정확히 이 쿼터를 지킬 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정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으로 하여금 인증 중고차가 아닌 매물에 대해선 기존 중고차업계에 경매를 의뢰하도록 권고안 것이다.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기아차가 중고차매매 사업자 단체인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지정 경매사업자에게 경매 의뢰하는 대수를 전체 경매 의뢰물의 50% 이상 돼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현대차 역시 그간 중고차매매업을 준비하면서 철저히 인증 중고차 매매 위주로 사업의 차별성을 강조해왔기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경매 처리를 위해선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양측이 어느정도는 상생의 길이 열린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문제가 일단락됨에 따라 국내 중고차시장은 내년부터 거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새로운 경쟁체제에 직면하게됐다. 이에따라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중고차업체들도 대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시스템으로 현대차그룹과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의 최대 중고차거래단지중 하나인 엠파크허브에서 중고차 딜러로 활동중인 A씨는 "현대차그룹의 등장으로 이제 기존 중고차업체들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며 "공룡 현대차에 맞서 근본적인 서비스품질의 개선은 물론 기존 업체들간의 합종연횡, 연합전선 구축 등 다양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시장 진입으로 이해 당사자인 기준 중고차업계엔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파동에서 시작된 신차 출시 지연과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 쇄신 등으로 최근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국내 중고차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이번 중기부의 사업조정 권고는 내달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 3년간 적용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중배 기자
이중배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이중배 기자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