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버블 논쟁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정책자들은 연일 부동산 가격 '꼭지점론'을 강조하며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만약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세금폭탄'을 매기겠다며 으름장도 놓고 있다.
지난 19일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거품론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갔다가 꺼질 때 위기 또는 장기침체 등 심각한 몸살을 앓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전례에 없는 강력한 발언을 쏟아내자, 일반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일부 사람들은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안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버블세븐'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내리지 않자 마녀사냥식 부동산정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정부의 경고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의 충고대로 부동산 가격은 '꼭지점'에 와 있고 강남의 집값은 20-30% 꺼질까?
이에 대한 정부와 부동산시장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정부는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많고 향후 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추병직 건교부 장관, 한덕수 경제 부총리, 청와대(홈페이지 2차 글)는 과다한 상승으로 버블붕괴가 일부 진행되거나 임박했다며 일본식 버블붕괴를 필연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남 3구의 집값은 연평균소득 대비 집값(PIR)이 18.9에 달해 1990년 말의 21.7에 근접했다며 일본의 버블붕괴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2004년 이후 '버블 세븐'지역의 집값이 단기급증(20.7%)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거나 조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제적 쇼크가 없는 한 부동산시장이 조정이나 일부 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일본과 버블 특성 등이 달라 붕괴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또 정부는 6월부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고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이 현재의 9~36%에서 50%로 무거워져 매물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반해 부동산업계는 강남, 분당, 용인 등지의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며 세제를 강화해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와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수요 예측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3.30 부동산대책으로 투기지역내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기준이 종전 담보가액(LTV)에다 총부채 상환비율(DTI)까지 추가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예전처럼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일은 힘들어졌다라는 입장이다.
또 2004년 말 3.3%까지 낮아졌던 시중금리(국공채 3년)는 최근 5%수준으로 높아져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흥 부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다 대출금리가 7~9%수준에 불과, 대기수요는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은행돈을 많이 빌려 투자했으나 우리는 금융권을 이탈한 개인 자본이 부동산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지방 개발에 따른 인구 분산에 대한 견해도 차이를 보인다.
청와대는 수도권 인구증가율이 2005년 1.2%에서 2015년 0.6%로 크게 둔화된다고 설명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공공기관 이전사업 등으로 약 28만명이 수도권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이다. 수도권에서 인구가 줄어들어 주택수요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행정복합도시나 공공기관 이전으로 실제 지방으로 가는 수요가 얼마나 될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택 유효수요가 50대 이상 가구인데다 교육, 편익시설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옮겨가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밖에 부동산 공급 물량과 관련해 청와대는 서울에서 매년 10만가구의 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며, 강남권에서도 세곡.우면지구 2만2000가구, 판교 2만9000가구, 송파 4만6000가구 등 신규 택지에서만 향후 5년간 강남 3구 전체 아파트 재고의 40%수준인 약 10만가구가 공급되는 등 물량이 풍부해 수급 불균형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장에서는 연간 50만가구 이상씩 건설했어도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결과가 빚어졌다며 수요층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곳에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와 시장은 버블 논쟁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실제 버블이 붕괴했을 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부동산정책 담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는 부동산시장의 안정이지 거품 붕괴는 아니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품을 거론하는 것은 갑자기 거품이 꺼져 경제위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즉,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버블 세븐'지역에서 버블 붕괴 현상이 생기면 전국적으로 버블 붕괴가 확산되고 결국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준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 가계 파산을 사전에 막아 보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착륙이란 목표를 실현하려면 '버블(bubble.거품)' 대신 맥주 거품을 뜻하는 '프로쓰(froth)'라는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버블은 풍선을 계속 불다가 터져버리는 것처럼 일단 꺼지면 갑자기 가라앉아 버리지만 맥주 거품(프로쓰)은 위에 있는 거품 부분만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버블 붕괴론은 너무 위험해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 인식에 있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이 거품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부동산 가격 버블 논란이 시장의 주장처럼 기우(기우)로 끝나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란 비난을 받을지, 아니면 금융대란을 예방한 사전적 정책으로 평가받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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