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입을 틀어 막는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2-20 13: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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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에 관한 검은책> 출간

지난 6일 구글은 인도 법원의 명령에 따라 구글인도 웹사이트에서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물을 삭제했다. 인도 법원은 구글만이 아니라 야후, 페이스북 등 21개 인터넷 기업에도“종교적 문제가 될수 있는 내용물들을 차단하는 장치를 개발하라”는명령을 내렸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내용물 삭제를 종용하는 인도 법원에 대한 비판의 기사를 내보냈다.


◇ 표현의 자유라는 허상에 현혹되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시민혁명의 원동력이 된 트위터도“이제부터 특정 국가가 어떤 게시물에 대한 차단을 요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는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트위터가 억압받는 나라의 사이버 반체제 인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도구를 빼앗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주의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으며,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지금‘검열’은 시대에 맞지 않는낡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가 필수불가결의 본질적 요소가 되기 때문에 금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검열은 매우 교묘한 형태로 전방위에 걸쳐 행해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스스로에게 검열당하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하나의 빅브라더가 아니라 다양한 브라더들이 감시를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 금기로 점철된 현대사회의 거울‘검열’


국가가 관리하던 검열의 영역이 민사소송으로 그 바통을 넘겨주고 있다. ‘검열’의 트렌드가 사법적 검열, 공권력이 강제로 금지시키던 검열에서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로, 시장의 법칙에 따른 경제적인 검열로, 그리고 각종 단체나 집단들이 힘을 발휘해 공권력을 대신하는 검열로 옮아가고 있다.


검열은 때와 원천을 불문하고 부분 삭제, 손해배상 판결, 법원의 경고나 결정 사항의 고시 등 금지의 형태를 띨 수 있다. 경제적 보복, 그리고 협박이나 보복을 하겠다는 위협도 여기에 속한다. 그중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며,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자기검열’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다.


역사적으로 자기검열은 국왕, 국가, 종교 등 억압과 입막음을 강제했을 때 나타났다. 때때로 실질적인 검열의 위험 앞에서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저자들은 알아서 분쟁이 될 만한 소재나 주제는 피하고, 기자와 언론은 광고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기사 는 싣지 않는다.


자기검열은 저자나 기자의 생각을 뿌리부터 뽑아버린다는 점에서 폭력적인 검열보다 더 질이 나쁘다. 검열은 판결이든 법이든 유혈이든 흔적을 남기지만, 자기검열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자기검열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검열이다.


오늘날 우리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조금씩 소리도 흔적도 없이 침해당하고 있다. 이 책 <검열에 관한 검은책>은 완벽하게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더 많은 제약을 받는 모순된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검열'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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