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린손해보험에 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금융당국이 그린손보 이영두 회장을 주식 시세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린손보측은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영업정지’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로 그린손해보험의 이영두 회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지난 15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제4차 정례회의에서 “그린손보의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5명과 계열사 임직원들이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9월 까지 주식 시세조종을 했다”고 판단, 검찰고발을 의결했다.
증선위는 “보험영업 부문에서 손실이 누적돼 RBC 비율이 150% 미만으로 내려갈 위험에 처한 그린손보는 매분기말 주식운용이익(평가이익)을 증가시켜 RBC비율을 15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린손보는 투자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거래량이 적어 인위적인 시세조종이 용이한 5개 종목 주식을 대상으로 주로 분기말 장종료 무렵 집중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 주가를 상승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린손보의 투자여력이 소진되자 계열사 및 협력사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 증선위는 “이 회장은 자산운용총괄상무와 주식운용부 부장 등에게 그린손보가 대량 보유하고 있는 5개 종목 주식을 시세조종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상 보험사가 용자산 중 8% 내외를 주식에 투자하는 반면, 그린손보는 전체 자산운용의 약 21%를 주식에 투자했고 그중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5개 종목이 약 80%를 차지하는 등 비정상적인 자산운용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이 회장 등 임직원들은 총 5167회에 걸쳐 시세조종주문을 제출, 5개 종목의 주가를 매분기말 평균 8.95%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RBC 비율을 분기말 평균 16.9% 포인트(추산치) 높인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방법으로 그린손보는 2010년 3월부터 5분기 연속 분기말 RBC비율을 150% 미만에서 150% 이상으로 높였다.
이에 대해 그린손보는 “시세조정 혐의를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린손보 관계자는 “지적된 종목은 2006년부터 장기 보유해왔고 거의 매각을 한 적이 없어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영두 회장도 이날 홈페이지에 ‘유구무언’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동안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밝혔지만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됐다”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업정지 우려 확산
금융당국이 그린손보의 이영두 회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자 시장에는 “그린손보가 영업정지의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위험기준 자기자본(RBC)비율 기준 미달 등의 이유로 그린손보에 경영개선 요구조치를 내린데다, 이번에 이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로 오너리스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그린손보가 인수되는것을 전제로 “그린손보의 영업정지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파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영권이 바뀔뿐 회사는 유지 되는 것”이라며 “인수자가 나타나 해결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그린손보가 현재 경영진으로 유지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현재 그린손보의 누적순손실은 809억원이고 현재 RBC비율은 14.3%(2011년 12월말 기준)으로 금감원 권고 기준인 ‘150%’에 한참 못미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미 그린손보를 RBC비율 기준 미달 및 경영실태평가종합등급이 4등급으로 평가,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때문에 그린손보는 최근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에서 제동이 걸려 추진이 불발됐다. “현재로서는 인수 외에는 건전성 유지가 불가능하다”는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린손보는 금감원이 요구한 경영개선계획을 16일 현재까지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개선 계획이 아직 안 나왔지만 법정기간이 2달이니 이번 주에는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한번 계획을 내라고 촉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정도의 시간을 주게 되는데, 이때까지도 경영개선 계획이 안 나오거나, 제출 된 계획이 충분하지 않으면 부실금융기간으로 지정, 사전 영업정지를 통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영업정지라는 최악의 경우에도 현재까지 그린손보 보험가입자가 맺고 있는 보험계약에는 변동이 없다”고 전망했다. 현재 계약은 향후 그린손보를 인수한 회사에 그대로 이전되며, 만약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더라도 금융위가 기존 보험사 몇 곳을 선정해 그린손보와 가입자의 계약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저축은행 구조조정 큰 타격
한편, 증선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은 한때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렸다. 1960년생으로 부산대 상과대학,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 회장은 제일투자금융, 현대증권, 동방페레그린 증권에서 금융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1995년 인수·합병(M&A) 자문·중개회사인 인핸스먼트컨설팅코리아를 창업했으며 이 회사를 통해 2004년 그린손보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그린 손보는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저평가 주식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 등으로 주가 급등이 전망되는 기업들에 운용 자산의 약 30%를 투자했다.
이 회장의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그린손보는 2004년 흑자로 전환됐다. 2004년 12.4%의 자산 운용 수익률을 기록한 그린손보는 2005년 39.7%, 2006년 13.9%, 2007년 18.8%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100% 수준을 보이던 그린손보의 지급여력 비율이 2007년 200%를 넘겼고 주가도 2005년 2000원대에서 3년 뒤 1만3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이 회장이 쌓은 탑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하락, 그린손보는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이에 더해 2005년부터 실시한 선박 선수금 환급 보증(RG) 보험 사업은 해운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성장 동력을 잃게 됐다.
불안정한 재무가 지속된 그린손보는 지난해 시행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 회장은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에게 200억원을 대출해주며 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 이라크 유전 투자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확보했지만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며 담보가치가 하락, 155억원의 충당금을 떠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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