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둘러싼 검,경 갈등 어디까지?

이완재 / 기사승인 : 2011-07-04 1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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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안 국회 본회의 ‘가결’

검경의 수사권을 놓고 첨예하게 각을 세우던 검찰수뇌부가 국회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의 중재와 전방위적 압력이 들어오자 주춤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번 검찰의 강한 반발이 집단이기주의로까지 비춰지며 반국민적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어, 앞으로 검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에앞서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 의결된 것과 관련해 대검찰청 지도부의 사의가 잇따랐고, 김준규 검찰총장(사진)이 오는 4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검찰 수뇌부의 사퇴움직임에 대해 ‘국민 앞에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며 회유와 설득에 나섰다.


◇형사소송법개정안 국회통과…검찰 반발기류 주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찬반토론을 거친 끝에 재석 200명 중 찬성 175표, 반대 10표, 기권 15표로 법안을 처리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 지휘를 받는 구체적인 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외에 판결서에 기소한 검사의 관직과 성명을 기재하도록 하고 누구든지 확정된 형사사건의 판결서와 증거목록 등을 인터넷 등으로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현행 압수·수색의 요건인 ‘필요성’에 ‘피고사건과의 관련성’을 추가해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고 정보저장매체 등에 관한 압수의 범위와 방법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정보주체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알리도록 하며, 영장에는 작성기간을 기재토록 명시하는 등 전기통신관련 압수·수색제도를 보완했다.

또 압수물의 소유자나 소지자 등이 요청할 경우 수사기관이 압수물을 돌려주도록 했다.
개정안은 특히 사법경찰관의 수사 개시권과 사법 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명시하고,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에서의 목록작성의무를 규정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반대 토론을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부결시킬 것을, 한나라당 이인기, 민주당 유선호·정범구 의원은 찬성토론을 통해 개정안을 가결시킬 것을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합의안 원안은 국무총리실에서 어렵게 결과를 도출하고 사법제도개혁특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이라며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가 28일 의견이 첨예한 부분을 수정의결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법사위가 월권해 원안을 수정한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사위가 수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인기 의원은 “국회는 사개특위를 출범시킨 후 사법개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결국 핵심사안인 특수수사청 설치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는 무산됐다”며 “검찰 개혁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조차 검찰의 눈치를 보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수사는 어느 한 부처의 소관사안이 아니고 이 때문에 법무부가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맞다”며 법안을 가결시킬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수사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내용에 대해 대검간부가 사표를 던지며 항의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정된 내용은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며,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또 “검찰은 권력 분립과 수사 외압 차단을 위해 법무부령으로 수사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현실이 어떤가”라며 비판했다.

정범구 의원 역시 “검찰이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이 나라를 호령하려고 한다”며 “검찰은 여야가 오랜 논의 끝에 합의한 중수부 폐지를 집요한 압력과 로비로 좌절시키더니 이제 검경수사권 조정문제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조직적으로 항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검찰이 조직의 사활을 걸고 이 문제에 몰두하는 것은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라며 “검찰이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용공조작,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느냐”라고 덧붙였다.


▲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권 갈등의 주체인 검찰수장 김준규(좌)에게 '국민 앞에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검찰수뇌부 여론압박 속에 김총장 곧 거취표명

형사소송법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검찰이 수장인 김준규 검찰총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총장은 오는 4일 거취를 포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최근 대검찰청 한찬식 대변인을 통해 “법사위 의결은 관계부처의 장관과 검·경 수장이 상호 의사를 존중해 서명까지 마친 정부합의안을 번복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검찰을 대표해 중요한 국제행사인 유엔세계검찰총장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 회의가 끝난 다음주 월요일(7월4일) 직접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식발표 내용에는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사위의 수정안에 반발해 이날 대검 부장(검사장급)들이 전원 사표를 내거나 사의의 뜻을 밝히면서 검찰 전체가 크게 술렁였다.
홍만표(52·17기) 기획조정부장이 가장 먼저 사의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구본선(43·23기) 정책기획과장, 김호철(44·20기) 형사정책단장, 형사정책단 소속 연구관(부장검사) 1명 등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아왔던 지도부와 최득신(45·25기) 대구지검 공판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김홍일 (55·15기) 중앙수사부장, 신종대(51·14기) 공안부장, 조영곤(53·16기) 강력부장, 정병두(50·16기) 공판송무부장 등이 사표를 일괄 제출했다.

대검찰청 선임연구관과 기획관, 과장급 28명은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갖고 총리실 중재로 마련된 수사권 조정안이 법사위에서 손질돼 본회의에 상정된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참석자들은 “정부내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룬 후 그 기관장들이 서명하고도 경찰의 집단적 반발에 부딪혀 합의안의 주요부분을 바꾸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한 “검사의 지휘에 관한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게 되면 검사의 지휘사항을 규정할 때마다 정치권력이 관여하는 형국이 돼 검찰의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부장 등이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서는 “어렵사리 도달한 정부내의 합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의 발로로 보인다”며 “모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고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평검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날 인천지검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등 전국 57개 지방검찰청·지청 중 30여개 지검·지청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고 수사권 조정안 수정 가결에 대해 성토했다.


◇李대통령 “검찰, 국민 생각해 성숙한 자세 보여야”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퇴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유엔(UN)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이날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 논란과 관련,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 간의 합의가 안 지켜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합의가 이행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의 원만한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조직 중의 하나인 검찰이 변화도 긍정적으로 잘 받아들여 성숙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 역시 30일 오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사의를 표명한 사의를 표명한 김홍일(55·사법연수원15기)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대검 검사장들을 만나, 사퇴를 만류했다.

이제 공은 김준규 총장에게로 돌아간듯 하다. 그동안 강한 반발을 거듭하며 자신의 거취표명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상황이 그리 녹록지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국회의 법안처리에도 불구하고 반발을 이어갈 경우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여져 국민적 반감을 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금도 집단이기주의로 보는 국민적 정서가 다분한 가운데 더 이상의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자칫 더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오는 4일 거취표명에서 현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스스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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