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 70년 제빵전문기업 ‘SPC그룹’

정창규 / 기사승인 : 2015-10-30 17:10:48
  • -
  • +
  • 인쇄

[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학비를 대줄 수 없으니 기술을 배워 자립해라”
어려운 생활탓에 부모의 뜻에 따라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14세 소년이 들어간곳은 193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서양식 제과점이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일본인이 떠난 동네에 제과점 점원으로 일했던 소년은 어느덧 25살의 어렷한 청년이 돼 있었고 10년간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상미당(賞美堂)’이라는 작은 빵집을 열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SPC그룹의 역사는 1945년 광복과 함께한다.
SPC그룹은 삼립, 샤니, 파리바게뜨로 대표되는 국내 최고의 제빵·제과 기업이다.
모태는 삼립식품의 전신인 상미당으로 창업주인 고(故)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해방과 함께 설립했다.
이름하여 ‘맛있는 것을 주는 집’. 열네 살 때부터 옹진의 한 제과점 점원으로 일했던 가난한 청년이 10년간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연 빵집은 2세경영을 거쳐 현재 국내가맹수 6050개, 해외가맹숫자 180개에 연 매출 4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제과제빵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한다. 70돌을 맞은 해방둥이 기업 SPC그룹에 대해 조명한다. -편집자주-

▲ 1945년 해방과 함께 고(故)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이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賞美堂)’. 사진=SPC그룹

1945년 北 황해도 옹진 동네 빵집으로 첫 발… 국내 1위 제빵그룹 ‘우뚝’


SPC그룹은 광복이 되던 1945년에 설립돼 국내 제빵업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 가내수공업 수준의 제빵업을 국내 처음으로 산업화했을 뿐 아니라 제빵산업에 서비스와 지식산업을 접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시켰다.
상미당은 빵과 과자, 사탕 등을 제조 판매해 큰 호황을 누렸다. 이후 상미당은 더 큰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 1948년 서울로 옮겨 을지로4가(지금의 방산 시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은 황해도 옹진과 달리 맛은 물론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 허 명예회장은 호떡 굽는 가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49년 ‘무연탄가마’를 개발했다. 이 가마는 터널식의 넓은 공간을 확보해 열을 골고루 분산시켜 빵 만들기에 제격이었다.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백탄의 10분의 1 가격이었던 가루 연탄을 사용해 원가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갖추자 상미당의 빵은 서울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 산업화가 시작된 1960~70년 대 가난했던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줬던것이 크림빵. 사진=SPC그룹


삼립제과공사 설립 ‘크림빵’ 대히트


작은 빵집이었던 상미당이 기업 형태를 갖춘 것은 1959년 서울 용산에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를 설립하면서다. 삼립제과공사는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비스킷을 주로 생산해 판매망을 전국으로 넓히며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1963년 영등포구 신대방동에 공장을 준공하며 빵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 탄생한 제품이 ‘크림빵’이다. 당시 산업화가 시작된 1960~70년 대 가난했던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줬던것이 크림빵이다. 수출길에도 올라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들이 모국의 향수를 느끼게 했던것도 크림빵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고국을 그리며 먹었던 크림빵은 말그대로 눈물젖은 빵이었다. 당시 타국에서 먹는 크림빵은 음식 그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1960년 대가 접어들자 영원할것 같던 크림빵의 인기도 점점시들해졌다.
삼립의 제기를 위해 1969년 일본으로 떠난 허 명예회장은 단팥을 넣은 만주빵을 접하게된다.
끊임없이 빵의 발효와 숙성을 연구한 독자적인 연구끝에 1970년 12월 겨울철 국민 간식 대명사인 ‘호빵’을 선보였다. ‘뜨거워서 호호, 웃으면서 함께먹는다’고 해서 ‘호빵’이었다.
제품 출시 시기를 놓고 겨울에 출시하자는 의견을 수렴해 이듬해인 1971년 10월 제빵업계의 비수기라고 여기는 겨울에 출시해 지금까지도 겨울철 대표 국민 간식이자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국내 최초의 겨울철 빵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 ‘호빵’겨울철 국민 간식 등극. 가수 김도향이 부른 호빵 CM송은 광고계에서 명CM곡으로 회자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사진=SPC그룹


‘호빵’ 겨울철 국민 간식 등극


시련도 있었다. 인기가 올라가자 롯데가 만든 기린식품과 서울식품에서 유사제품을 출시하게된다. 경쟁사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삼립식품은 둥근 원형의 호빵틀을 제작해 보급하게된다. 이렇게 집에서 쪄먹던 호빵은 길거리 대표 간식으로 탈바꿈하며 부흥기에 접어든다.
또 당시 가수 김도향이 부른 호빵 CM송은 광고계에서 명CM곡으로 회자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후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고급빵을 찾기 시작했다.
삼립식품은 1972년 고급화 전략을 위해 고급 케이크를 생산·판매하기 위한 자회사로 한국인터내쇼날식품주식회사(현 샤니)를 설립한다.
허 명예회장은 1983년 당시 삼립식품의 10분의1 규모에 불과했던 샤니를 독립시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차남 허영인(66) 회장을 대표이사로 취임시켜 독자경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삼립이 승승장구하던 1982년 허창성 명예회장이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리고 삼립의 경영권은 큰아들 허영선 삼립식품 회장에게 맡긴다.
이후 1990년대 패스푸드가 들어서면서 삼립의 매출은 급격하게 하락한다.
설상가상 1997년 IMF 까지 겹치자 삼립은 승부수를 띄운다. 당시 최고의 개그맨이던 김국진을 내세운 국진이 빵을 출시 대히트하면서 삼립을 지켜낸다.
그러나 이후 삼립은 사업다각화로 리조트와 유선방송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의 지격탄을 맞고 만다.

▲ 삼립식품 호빵 광고. 사진=SPC그룹


삼립식품 인수 재계 화제


이때 둘째 허영인 회장이 형의 회사였던 삼립식품을 인수한다. 쓰러진 회사를 창업주 차남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인수했을 때 재계에 큰 화제가 됐다.
20년전 샤니를 물려받은 허회장은 외길을 우직하게 걸어왔고 샤니를 키워오면서 고급프렌차이즈 사업의 기틀을 딱고 있었다.
SPC그룹이 국내 최고의 제빵회사로 성장하고 프랜차이즈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제빵왕’ 허영인 회장이 경영에 나서면서부터다. 이러한 이유로 SPC그룹 임직원들은 허 회장을 2세 경영인이 아닌 진정한 창업주로 여긴다. 그는 제빵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허 창업주의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제빵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허 회장은 스무 살이 되던 1969년 삼립식품에 입사하며 차근차근 경영을 배웠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다니면서 경영수업도 함께했다. 허 회장의 제빵 열정은 1981년 미국제빵학교(AIB)로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른 재벌 후계자들이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허 회장은 약 2년 동안의 미국 유학시절 프랜차이즈 원조국가인 미국에서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업종의 성장세를 보고 한국에서도 제빵 분야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좋은 품질의 빵을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고 창업한 사람들이 수익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허 회장이 유학을 마치고 샤니를 맡은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잇따라 개최됐다. 그는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취향이 고급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샤니에서 만들어내는 양산빵(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빵)만으로 흐름에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새로운 흐름에 맞춰 1985년 세계적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를 도입했다. 1986년 프랑스풍 정통 고급 빵을 즉석에서 구워내 고객에게 제공하는 파리크라상을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열었다. 1988년에는 파리바게뜨를 광화문에 가맹점으로 개점해 대중들에게 갓 구워낸 신선하고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 고(故) 초당(草堂) 허창성 명예회장. 사진=SPC그룹


2004년 SPC그룹 출범


당시 유명 베이커리들의 이름이 고려당, 독일빵집, 뉴욕제과 등 ○○당, ○○제과 일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에 확신을 가지고 이를 밀어붙였다.
허 회장이 파리바게뜨란 이름을 고집한 것은 당시 국내 베이커리들이 대부분 미국식 빵을 지향하고 있던 것과 달리 빵의 본고장인 정통 유럽 스타일의 빵을 소개하고 차별화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제빵국가인 프랑스의 정치· 문화 수도인 파리와 프랑스 빵을 대표하는 바게트를 소재로 삼아 세계 최고의 프랑스식 베이커리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서양음식인 빵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허 회장은 길게 내다봤다.
이후 허 회장은 2004년 삼립식품(Samlip)과 샤니(Shany)를 의미하는 ‘S’, 파리크라상(Paris-Croissant)의 ‘P’, 앞으로 함께할 새로운 회사(Company)을 의미하는 ‘C’를 합쳐 SPC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범시켰다.
허회장은 새로운 브랜드에만 안주하지는 않았다. 옛날 크림빵을 만들어보라는 허창성 명예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옛 ‘크림빵’을 리뉴얼하는 작업도 시도 했다.
지난 2005년 제출시된 크림빵은 복고열풍과 맞물려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 하루 10만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명실상부 국민빵으로 자리를 잡는다. 1964년 크림빵 출시이후 2014년 까지 통계치를 보면 18억개의 빵을 팔며 빅히트 기록을 세운다.


밀단원 인수 영역확대, 수직계열화 완성


소외받던 삼립식품을 2011년 샤니와 통합하면서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2012년 제분기업 ‘밀다원’, 2013년 육가공업체 알프스식품(현 그릭슈바인)을 인수하며 식소재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우리밀 전문 제분업체였던 밀다원은 합병 후 제빵용 밀을 생산하는 종합제분업체로 탈바꿈하면서 그룹 내 수직계열화도 완성시켰다.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2014년 7월에는 빠게뜨의 나라 파리에 입성 빵맛은 파리스타일, 매장은 한국스타일로 된 매장을 열었다. 점점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자 지난 7월에는 2호점도 오픈했다. 이들 매장은 프랑스 전통빵인 ‘바게트’가 하루 평균 700~800개씩 팔리고 있다. 단팥빵·소보로빵 등 한국식 ‘코팡(KOPAN)’이 히트를 치면서 평균 매출이 국내 매장의 3배에 육박한다.
실제 SPC그룹은 2004년부터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에 차례로 진출해 현재 180여 개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SPC그룹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2020년 그룹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대방동 SPC미래창조원에서SPC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매출 20조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로 도약 할 것”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허영인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허 회장은 서울 대방동 SPC미래창조원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작은 빵집인 ‘상미당’에서 출발한 SPC그룹이 지난 70년간 품질제일주의와 창의적 도전을 바탕으로 성장해 세계 최고의 베이커리 기업이 됐다”며 “변함없이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전 임직원, 가맹점, 대리점, 협력회사에 깊이 감사 드린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전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10만 개 이상 창출해 세계 시장이 우리 청년들의 일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이를 위해서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와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구개발(R&D) 분야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해외 진출 국가를 20여개국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G2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만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허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공헌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농어촌 지역사회,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나눔과 상생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SPC그룹 임직원들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월부터 전국 총 700곳의 아동복지시설에 방문해 제품을 전달하고 생일케이크 만들기와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이 날 사업장 인근 복지시설을 직접 방문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SPC그룹 주요 연혁


1945 상미당 설립
1959 삼립제과공사 설립
1972 (주)샤니 설립
1986 배스킨라빈스 1호점 명동점 개점 | 파리크라상 1호점 반포점 개점
1988 파리바게뜨 1호점 광화문점 개점
1994 던킨도너츠 1호점 이태원점 개점
1997 파리바게뜨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1위 도약
2004 SPC 그룹 출범 | 중국(상해) 파리바게뜨 1호점 개설 | SPL(주) 설립(평택공장 가동)
2005 파리바게뜨 USA설립(미국 1호점 개점) | SPC 식품생명공학연구소 설립 | SPC식품안전센터 설립
2008 밀다원 인수
2012 SPC해피봉사단 출범 | 파리바게뜨 베트남 1호점 오픈 (글로벌 100호점) |싱가포르 1호점 오픈
2013 알프스식품(現 그릭슈바인) 인수
2014 삼립GFS 출범 | 파리바게뜨 프랑스 1호점 오픈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