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정을 위한 담합인가, 기업 이익을 위한 담합인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담합 사실이 잇따라 적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담합행위는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소비자에게 피해만 주는 담합
아직 반도 지나지 않은 올해만 20개가 넘는 기업들의 담합행위가 적발됐다.
최근 적발된 금호석유화학의 타이어용 합성고무 가격 담합에서부터 무려 11년 동안 쇼핑 비닐백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가격을 담합한 SK(주)까지 대기업들의 담합행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타이어용 합성고무 가격을 담합한 금호석유화학과 씨텍에 각각 50억2800만원과 6억5200만원 등 총 56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지난 3월에는 아이스크림 콘 가격을 담합한 롯데제과, 해태제과식품, 빙그레, 롯데삼강 등 빙과제조 4개사에 총 4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국내 정유사들과 합성수지 회사들의 담합이 이틀 간격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2월23일 휘발유, 등유, 경유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한 SK(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정유업체 4곳에 총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에 앞선 21일에는 1994년부터 무려 11년간 합성수지 가격을 담합한 SK(주), 대한유화공업, 엘지화확, 대림사업 등 10개 업체에 1051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유사와 합성수지 회사가 담합하는 기간 중의 매출은 각각 1조6000억원과 10조4000억원으로 조 단위를 넘었으며, 관련 매출액의 15% 기준으로 산출한 소비자 피해 추정금액은 각각 2400억원과 1조5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의 담합행위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최고 9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타 업체들과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들은 ‘공익모임을 통한 시장안정화 추진’이라는 명목 하에 꾸준한 만남을 통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시켜 왔으며, 상호간의 가격경쟁보다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 끊임없는 담합행위…‘생활형’ 담합까지
이러한 대규모 담합은 비단 올해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세탁, 주방세제와 밀가루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분야들의 담합이 적발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등 4개의 세탁, 주방세제업체에 과징금 410억원을 부과했다. 이들의 담합행위는 지난 1997년 12월부터 2005년까지 약 9년 동안 지속됐으며 매해 정기적으로 모여 세제의 공장도가격 등을 10%씩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대한제분, CJ, 동아제분 등 8개 제분사의 밀가루 가격 담합행위가 적발돼 과징금 434억1700만원이 부과됐다. 이 업체들 또한 약 6년의 기간 동안(2000년 1월~2006년 2월)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져왔고, 조직적인 담합을 통해 밀가루 생산물가의 인상률을 2000년 대비 40%나 끌어올려 총 4조15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은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담합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소, 예식장, 심지어 태권도장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군산지역 5개 예식장사업자들이 지난 2005년 예식비, 사진촬영비, 드레스 대여료 등의 가격 합의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2억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자 회동을 통해 계약금 등의 가격을 합의하고, 합의를 위반하면 위약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서로를 감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회비와 심사비 등을 일률적으로 인상한 창원지역 태권도장 112곳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경기 용인시의 24개 부동산중개업소도 ‘상갈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회원 간에만 정보를 교환한 행위로 제재를 받았다.
이들 중소 사업자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황으로 어려움이 큰 소규모 사업자들이 사업자단체 등을 통해 가격을 담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 담합행위 이젠 안 봐준다…‘정말?’
그동안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담합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담합 협의로 기소된 애경 등 세제업체 임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구회근 형사2단독 판사는 이날 주방, 세탁 세제 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LG생활건장 상무이사 조모씨, 애경 대표이사 최모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진행유예 2년을, CJ라이온 영업본부장 박모씨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대기업 대표를 포함한 임원이 담합행위로 유죄까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판사는 “자유경제를 지향하는 공정거래법 의 취지에서 대기업 임원인 피고인들의 담합행위는 엄치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005년 이후 공정위가 발표한 9개 담합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비자 피해 추정액은 3조8480억원인 반면, 과징금은 2960억원으로 과징금이 소비자 피해 추정금액의 7.7%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담합이 적발되더라도 이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과징금보다 터무니없이 많다”며 “이것은 담합을 일상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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