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단지내 영어마을' 제재에 울상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08-05-26 0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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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어 몰입교육' 방침에 아파트 분양 마케팅 전략으로 인기

주택법상 단지내 영어마을 설치 불법
새로 분양시 상가내 설치 등 전략 선회

최근 아파트 분양 마케팅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단지내 영어마을'에 대해 행정당국의 제재가 잇따르자 건설사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택법상 학원은 주민공동시설이 아닌 상가에 설치해야 하는데 최근 분양했던 아파트 대부분이 영어마을의 입지를 주민공동시설(커뮤니티시설)로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청으로 부터 학원법에 따라 정식 학원으로 허가도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미 영어마을을 내걸고 분양을 끝낸 건설사들은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운영 방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단지내 영어마을 행정 제재 잇따라

최근 용인 동백지구 '자연앤 데시앙'의 경우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에서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영어마을 운영해 오다 지난달 말 용인교육청으로 부터 주택법, 학원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 명령을 받기도 했다.


신동아건설도 일산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계약자들이 주민공동시설에 설치키로 한 영어마을 설치가 어렵게 되자,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신동아건설은 고양시와 협의해 당초 방안대로 커뮤니티시설내 설치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영어마을 강의실을 상가에 설치하고 정식 학원시설로 등록해 운영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미 분양을 마친 다른 건설사들도 대부분 주민공동시설에 있는 영어마을을 상가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지난 달 분양계약을 체결한 전주 하가지구 일신 휴먼빌의 경우 주민 공동시설에 있던 영어마을을 상가로 옮겨줄 계획이다.


일신건영 관계자는 "영어마을은 입주 예정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없앨 수는 없다"며 "회사가 상가 부지를 내주는 등 일부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미건설도 양주 고읍지구와 구미 옥계 우미린 아파트에 적용할 예정인 영어마을을 근린상가로 옮기고, 당초 커뮤니티시설에 확보된 부지는 독서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천안 파크자이에 영어마을을 조성해 2년간 영어교육 경비를 무상 지원키로 했던 GS건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주민공동시설인 자이안센터에 넣을 예정이던 영어마을을 상가쪽에 넣고, 입주자 대표회의의 회장이나 별도 법인을 만들어 학원시설로 정식 등록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가 임박한 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 7월 입주를 앞둔 대구 월성동 대우푸르지오, 11월 입주하는 부산 정관신도시 롯데캐슬과 전북 군산 제일오투그란테 등도 건설사들이 영어마을 문제를 해결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난 달 폐쇄 명령을 받은 용인 동백지구 '자연앤 데시앙'은 사업 시행자였던 경기지방공사가 영어마을을 위한 상가를 새로 신축하거나 기존 상가 부지를 매입해 마련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로 분양을 시작하는 아파트는 아예 영어교육 시설을 상가쪽에 설치하기로 했다.
벽산건설은 이달 중순 안성 공도지구에 분양하는 '블루밍 공도 디자인시티'의 영어마을을 상가에 설치하고, 무상 교육비 지원 기간인 2년간 시행사 명의로 정식 학원 등록을 하는 등 법적 요건을 갖추기로 했다.
건설업계의 관계자는 "단지내 영어마을은 시중 학원보다 학원비가 절반 이상 싸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되고, 자녀를 안전하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판촉 전략"이라며 "영어마을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96년부터 시작된 영어마을 열풍

사실 건설사들의 영어마을 설치 열풍은 이미 2년전 부터 시작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영어마을 만들기 경쟁이 아파트 분양시장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특히 영어학원이 많지 않은 중소도시나 지방 분양 사업장의 경우 영어마을을 마케팅 전략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기유학 등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어마을 커뮤니티를 갖춘 단지가 급증하고 있다"며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 교육욕을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96년 영어마을은 설치한 강릉시 입암동 대우이안은 영어마을을 이용하는 입주민이 100여명에 달한다. 주로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 주부 등 이다.


작년 2월 입주한 GS건설이 지은 달서구 진천동 '자이'에는 외국인 강사가 배치된 영어마을 이다. 시행사인 (주)램코가 2년간 영어마을 운영비와 강사료,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쌍용스윗닷홈 예가'도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입주 후 2년간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한라건설은 충북 충주시 목행동 '한라비발디', 남광토건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동창원 하우스토리' 단지내 에 영어교육업체인 YBM시사닷컴과 연계한 영어마을을 조성했다.


월드건설도 YBM과 연계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웨스턴카운티' 입주자들이 1년간 인터넷 영어강의를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충남 아산에서 분양한 '아산코아루'에도 영어체험공간이 갖춰져 있다. 실제 체험을 통해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입국장, 병원 등 모의공간을 설치하고 단지내 상가에서 원어민 교사와 함께 물건을 구매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단지내 영어마을 어떻게 운영되나

단지내 영어마을은 보통 건설사가 아파트 내에 입주민 영어교육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영어전문 교육기관을 연계해 입주 후 1~2년간 무료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설 비용 외에 1년 운영비는 1억5000만~2억원 안팎이다.


영어마을은 단지 규모에 따라 30~100평 정도로 조성된다. 외국인 강사와 한국인 강사, 운영요원 등이 단지 안에 상주하면서 다양한 실생활 체험을 통해 입주민들이 영어를 쉽게 익히도록 돕는다. 강의는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 청소년, 주부, 성인 등 대상에 따라 별도로 진행된다.


건설사의 무료 운영기간이 끝난 후에는 입주민들이 별도의 관리비를 걷어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500가구 안팎 규모 단지를 기준으로 입주민들이 매달 관리비 2만~3만원 정도 더 내면 전문교육 기관에 위탁해 영어마을을 운영할 수 있다.


단지내 영어마을의 정착 성패는 입주민들의 관심 여부에 달렸다. 건설사가 운영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입주 초기 1~2년간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이후에는 입주자들이 자체적으로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마을에 대한 입주민의 관심도나 참여율이 낮으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영어마을 운영업체인 코윈P&C 백주현 사장은 "입주민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영어마을에 참여해야 한다"며 "그룹 스터디나 반상회, 부녀회 등 다양한 입주민 모임의 발판으로 영어마을을 활용하면 건설업체의 무료 지원 기간이 끝나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단지내 영어마을 조성 바람이 불면서 일부 영어마을 운영업체가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저가 수주로 수익률이 낮아지면 실력있는 강사 초빙이 어려워 수준 이하 강의가 이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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