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주지훈(30)이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의 1인2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 코믹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이나 같은 날 개봉한 또 하나의 코믹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비하면 현재 흥행성적면에서 꽤 부진하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계에 하나 선물을 남겼다. 바로 충녕의 아내 ‘세자빈’으로 출연한 영화배우 이미도(30)다.
이 작품을 연출한 장규성 감독은 영화 개봉 전 “이미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최대한 예쁘지 않은 ‘세자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이미도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미도는 이 작품에서 청순 단아한 외모에 기품과 절제 있는 행동 기존의 사극 속 세자빈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깨버렸다. 상대적으로 덜 예쁜 것으로도 모자란 듯 질투와 탐욕을 거침없이 표현해 다른 ‘세자빈’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저 멀리에서 품격 있는 차림새로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오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개그우먼 김미화의 ‘순악질 여사’ 시절 모습을 연상시키는 여자가 갑자기 스크린에 큼직하게 잡히자 관객들은 놀란다. 객석에선 ‘세자빈 맞냐’며 갖가지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도는 분명히 세자빈이다. 게다가 이런 반응을 즐거워하고 있다.
“제가 클로즈업되는 순간에는 다들 웃음이 나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관객들은 제가 대사를 하나도 안 했는데도 빵빵 터지시더라구요. 실제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눈썹도 반달 모양으로 하고, 눈 화장도 거의 안 했거든요. 일단 외모면에서 캐릭터를 정말 잘 잡았구나 싶어요.”
외모 뿐 아니다. 관객들을 또 한 번 경악케 한 것은 세자빈의 예기치 못한 행동들이다. 충녕이 목욕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이내 속옷 차림으로 나타나 충녕과의 혼욕 기대를 의미심장한 표정과 눈빛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니 급기야 그가 들어가 있는 목욕통 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목욕통에서 덕칠은 자신에게 달라붙으려는 세자빈을 이리저리 피하고, 그런 덕칠을 충녕으로 알고 있는 세자빈은 계속해서 덕칠에게 엉겨 붙으려 든다. 덕칠은 놀라며 세자빈에게 물을 끼얹는데 세자빈은 물장난을 하자는 것인 줄 알고 덕칠에게 물을 뿌린다. 관객들은 이런 희한한 광경에 배꼽을 쥐고 폭소를 터뜨린다.
“탕에 들어가 (주)지훈씨의 넓은 등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털썩 달라붙게 되더라구요. 잘생긴 그를 보니 본능적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지훈씨는 놀라며 저쪽으로 도망가고, 저는 쫓아가고, 지훈씨는 다시 저를 떼어내려고 물을 끼얹고, 모두 애드리브였어요. 그런데 지훈씨가 왜 그리 저를 거부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네요.”
장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미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 행운을 거머쥐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미도는 “크랭크인 이틀 전에 출연이 확정됐어요. 감독님은 동양적인 외모에 코미디가 강한 배우로 갈 것인지, 인지도가 높거나 예쁜 배우로 갈 것인지를 두고 계속 고민을 하셨대요. 장장 한 달을 기다려야 했죠”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었냐구요? 아니요. 자신이 있었어요. ‘그 역할을 할 여배우는 대한민국에 나 밖에 없다’고 믿었거든요. 보세요. 조선의 아름다움과 조선의 품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코믹한 장면을 맛깔나게 할 수 있는 여배우가 누구있겠어요? 저 말구요”라며 자신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녀는 여배우의 당연한 바람일 수 있는 ‘예뻐 보이는 것’에서도 스스로 멀리 가 있었다. “제가 그 동안 워낙 못난이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골이 나 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작품에 들어가기 전엔 좀 더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하지만 막상 작품에 들어가면 표정이나 각도 같은 것이 예뻐 보이는 것과 캐릭터를 살리는 것에서 선택해야 할 때 저도 모르게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으로 돌아가 있어요”라고 고백했다.
스크린 밖의 이미도는 ‘마더’, ‘부당거래’, ‘오싹한 연애’ 등 그간의 작품들에서 비쳐진 것처럼 덜 예쁜 외모는 결코 아니다. 목욕 장면에서 둥둥 떠다니는 때를 보고 기겁해 일어나 달아나던 그녀의 흠뻑 젖은 속옷 사이로 살짝 내비쳐진 속살에 남자 관객들이 동요한 것도 당연하다.
이미도는 “김태희씨나 전지현씨 같은 미녀들이 평범한 일반인 역할을 하니 평범한 저는 자연스럽게 개성 강한 역할을 하게 되더라구요”라며 “속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스타들도 1년에 한 두 작품을 하기 힘든데 저는 매년 3~4개 작품씩, 게다가 예쁜 여배우들이 한 번쯤 하고 싶어할만한 그런 캐릭터들만 해왔거든요”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그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다보니 늘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하게 돼 제 연기 인생은 실제 인생보다 훨씬 풍성해요”라며 “그동안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들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젠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아 호흡을 길게 가져가서 좀 더 디테일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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