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이벤트가 다음달 대거 몰리면서 이를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재정안정기금 ESM의 시행 여부와 그리스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 등이 결정된다.
유로존의 위기도 잠시 소강상태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유로존 지역 전체는 2분기에 독일의 0.3% 성장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0.2%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에 제로 성장에 그쳤던 유로존 17개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뜻하는 경제 침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간 셈이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키프러스 및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거론되고 있는 6개국은 이미 침체에 들었다. 그리스는 올 3월 말 국가채무가 2802억 유로에서 7월 말 3035억 유로로 증가했다.

◇ 그리스의 국가 채무, 410조원
최근 그리스 정부가 지고 있는 채무 총액이 올 7월 말 현재로 3035억 유로(3726억7000만달러,410조원)라고 재무부가 말했다. 올 3월 말의 2802억 유로에서 늘어난 것이다.
그리스는 2009년 말부터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해 국제통화기금 및 유로존 국가들로부터 구제금융을 대출 받아 간신히 국가 재정을 꾸려가고 있다.
그리스는 엄격한 긴축 정책을 부과, 채무 상환을 감당할 수 있으면서 정상적인 금융 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통해 돈을 조달할 수 있기를 꾀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는 엄청난 국채 발행 이자율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된 상황이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 국가 빚은 2011년 4분기 때 3679억 유로로 최고에 달했다.
◇ 獨· 佛 정상에 긴축이행 연장 요구할 듯
이와 관련해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유로존 정상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마라스 총리는 긴축 프로그램 이행을 약속하고 긴축 이행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마라스 총리는 취임 후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도 다음 주 초 사마라스 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그리스 정부와 독일 정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익명의 그리스 정부관계자는 "다른 두 회담의 구체적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마라스 총리는 “115억 유로 규모의 긴축 프로그램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축 프로그램은 국제금융을 계속 지원받고 국가 디폴트나 유로존 탈퇴를 피할 수 있는 주요 조건이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가 이행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아직 긴축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임금 및 연금의 삭감과 4만 명의 공공부문 감원 등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에서 항의시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연립정부의 좌파 정당들도 추가 삭감을 반대하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는 이미 국민에게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그는 피승천 축일인 지난 13일 그리스 남부 메시니아주에서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으로 힘들어 하는 그리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사마라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그리스 경제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구제안의 조건으로 약속한 정부 지출 감축의 목표 시한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기한 연장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기한 연장은 벌써부터 그리스와 다른 국가들에서 이야기되는 문제"라며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이번 회담에서 그리스가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한다고 약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 네덜란드 총선, 극좌 사회당 지지율 선두
부자 증세와 긴축 정책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네덜란드 극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총선을 약 1개월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사회당이 오는 9월 총선에서 37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의회는 총 150석으로 사회당이 집권당이 되기 위해서는 2개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로존 긴축정책에 찬성하는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31석에서 30석으로 의석수가 줄어 제1당의 지위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할 경우 유로존 재정위기는 더욱 꼬일 수 있다.
자유민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긴축정책에 찬성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최근 유럽 남부 국가들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올 2분기 GDP 성장률은 0.2%를 기록했으며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당이 승리하더라도 연립 정부 구성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伊 재정상황 지난해보다 호전
한편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9일 재정상황이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며 결국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몬티 총리는 이날 아드리해 해변 휴양지 리미니에서 정치인과 노동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가진 연설에서 "매일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몬티 총리는 "1년 전 우리는 위기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었다"며 "이제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오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개혁 등 강력한 대책이 늦춰지면서 청년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탄식했다.
몬티 총리는 현재 연금개혁 등 수년 동안 정치인들이 피했던 조치들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지난해 11월 취임 당시보다 상황이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로 유럽연합(EU)집행위원 출신인 몬티 총리는 재정적자와 경제둔화, 높은 실업률 등으로 차입비용이 치솟으면서 사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긴축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몬티 총리가 그간 추진해온 재산세 부활과 소비세 인상, 지출 감축, 연금 수령 연령 상향 등에 대한 정계 반대 목소리가 커질 위험이 있다.
주요 정당들 가운데 특히 베를루스코니 연합세력이었던 북부동맹이 몬티 총리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몬티 총리는 앞서 지속해서 총리 연임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왔다. 몬티 총리는 이날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결점으로 유로화가 남유럽 및 북유럽에 대한 편견을 재발시키는 해체 요인이 된다면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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