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도용한 '짝퉁 대기업' 난립

장해리 / 기사승인 : 2007-09-17 09: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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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인 척 비슷한 사명으로 신뢰도 높여…애꿎은 대기업만 골머리

유명 대기업일수록 피해 커…KT.삼성 등 대책마련
대부업체, 우리 등 금융사 이름 도용…법정다툼 늘어


“필리핀 수빅에 초고층 타워형 아파트를 건설한다던데, 투자하려고요.”, “대기업이 하는 일이 왜 이 모양입니까”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에 무임승차하려는 ‘짝퉁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다.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이름이나 로고를 교모하게 모방하는 기업들 때문에 일부 대기업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삼성, 현대 등 유명 대기업은 물론이고 우리금융, 국민은행 등 금융업체의 이름을 도용한 대부업체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국내 대표적 통신업체인 KT의 고객상담전화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엉뚱한 전화가 걸려온다. 아무 상관없는 회사를 KT 계열 자회사로 착각한 고객들의 문의나 항의 전화인 것.


특히 KT가 부동산 사업과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 분야에서 KT 브랜드와유사한 사명의 회사들이 늘어나 오해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자사 홈페이지 ‘KT계열사’ 소개란에 사명이 유사해 KT 관계사로 착오를 일으키지 쉬운 회사명을 열거했다. 국내에서 KT 이름 및 비슷한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유사상호 업체는 500여개. KT건설, KT대리운전, KT로지스, KT바이오시스, KT돔닷컴, KT꽃배달 등이 KT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KT는 정도가 심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업체 20~30곳에 경고했고, KT건설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했다.


KT관계자는 “KT브랜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KT를 도용하고 사칭하는 사례가 요즘 부쩍 증가했다”며 “기업명과 로고가 도용되는 사례 조사에 착수, 정도가 심각한 경우 법적조치 등 적극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유사상호 피해는 유명 대기업일수록 크다.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표기업 사명을 도용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 대기업 브랜드 가치에 편승해 인지도 및 신뢰도를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SR개발과의 경기도 가평 청정휴양 레저특구(가평특구) 개발사업 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이 지역 일부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SR개발이 가평 레저특구를 공동 개발한다”는 허위광고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레저특구 건설회사인 SR개발과 첨단 유비쿼터스 솔루션 및 IT제품 구성을 턴키로 위임하고, 삼성그룹 내 관련사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사업에 관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MOU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한다고 한 것은 맞지만 삼성전자가 지분을 갖고 있거나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평특구에 IT제품 및 솔루션을 납품하려 한 것이었을 뿐 선의의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협력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요즘에는 우리, 하나, 신한 등 은행 이름을 딴 대부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등록대부 업체 6609곳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상호를 그대로 도용한 업체가 3곳, 신한캐피탈을 베낀 3곳이 영업 중이며, 하나캐피탈을 베낀 2곳과 한국캐피탈을 도용한 1곳도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또 우리금융 등 ‘우리’를 상호에 삽입해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인 것처럼 위장한 대부업체는 94곳이나 됐고, ‘하나금융’ 등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를 흉내 낸 대부업체는 80곳이나 됐다. 신한투자금융 등 ‘신한’을 도용한 대부업체는 34곳, 국민캐피탈의 ‘국민’을 집어놓은 대부업체는 12곳이다. 이밖에 ‘삼성’을 넣은 곳은 38곳, 현대는 83곳, LG는 1곳이 있었다.


서울시 이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합칠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의 상호를 도용한 대부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인 줄 알고 서민들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감독당국은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카드, 보험 등의 이름은 법에 따라 함부로 회사 이름을 쓸 수 없게 돼 있지만 캐피타은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사로 혼동할 수 있지만 현행법으로 등록을 안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뿐 아니라 대기업도 큰 피해가 우려되면서 현대캐피탈 등은 해당 대부업체에 대한 관련 정황 및 회사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브랜드 도용에 따른 법정다툼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5년 전부터 법무팀에 상표담당을 두고 단속을 펼치고 있으며 롯데그룹도 최근 초강경 공세를 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여행사 JTB와 제휴를 통해 ‘롯데JTB’를 오픈하면서 농협롯데관광에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농협롯데관광은 지난 8월 말 NH여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롯데관광에는 로고 사용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달 말 첫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지적재산권에 대해 인색해 우리나라 브랜드의 짝퉁이 넘쳐났던 중국에서 국내기업의 가짜 상표나 제품 등에 대해 벌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월 “‘래미안’ 상표를 도용해 온 선양래미안부동산 개발유한공사에 대해 중국정부가 1060만 위안(약 12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상표 무단도용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선양래미안부동산 개발유한공사는 삼성물산의 상표권과 광고는 물론 분양방식도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상호 도용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업종마다 빠짐없이 상표권 등록을 한 뒤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은 즉시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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