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테면 막아보시지!”
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한층 강화된 바 있지만, 롯데쇼핑은 이에 아랑곳 않고, ‘편법’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업계와 지역 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의 그랜드백화점 수원 영통점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롯데가 900억원에 인수한 이 점포는 오는 11월 롯데마트로 재탄생하기 위해 리뉴얼 작업이 한창이다. 전체 5개층 중 지하1층과 지상1층에 롯데마트 매장이 꾸며질 예정이다.
◇ 겉은 쇼핑센터, 속은 대형마트?
문제는 롯데쇼핑이 해당 매장을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허가 신청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가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상 대형마트는 규제대상이지만 쇼핑센터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 업종으로 등록될 경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나 2ㆍ4주째 일요일 의무휴업과 같은 유통법상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유통법상 대형마트와 쇼핑센터를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롯데마트를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해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건물 구조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구분해서 허가 신청을 한다. 고층의 빌딩 전체를 쓰면 백화점 또는 쇼핑센터, 2개 층 정도를 쓰면 마트가 되는 식”이라며 “영통점의 경우 아울렛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쇼핑센터로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백화점 식품매장이 할인마트?
롯데쇼핑을 둘러싼 편법영업 논란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말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평촌점 역시 ‘롯데마트’를 편법 입점시켰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 백화점의 별도 식품매장인 ‘롯데식품관’이 논란의 장본인. 백화점 식품매장이 대부분 건물 지하에 배치되는 것과는 달리 롯데식품관은 별도의 건물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상 백화점 지하매장 식품관이 베이커리나 즉석조리 음식 등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롯데식품관은 먹을거리 외에 생필품, 공산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고, 가격 역시 백화점의 식품관보다 훨씬 저렴해 “사실상 롯데마트가 입점한 것”이라는 해석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여기에 영업시간이 밤 12시까지라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백화점 식품관은 통상 밤 8시에 영업을 폐장하는데 비해 이 매장은 사실상 롯데마트의 영업시간을 따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매장 크기가 쇼핑센터나 백화점에 해당되기 때문에 마트가 아닌 백화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식품관은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유통법이 발효되기 직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간판은 백화점이지만 실체는 대형마트인 양두구육(羊頭狗肉)식 영업”이라는 거센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 주차장을 매장으로…‘용도변경’ 꼼수까지?
‘편법운영’ 외에 ‘용도변경’ 논란에 휩싸인 영업점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문을 연 롯데마트 수지점이다.
지난 6월 롯데쇼핑은 용인시에 롯데마트 수지점의 매장 3층 주차장시설 3500㎡를 판매시설(매장)로 바꾸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축물 용도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지상5층, 지하1층, 건축연면적 4만4000여㎡(약 1만3310평) 규모의 초대형 할인매장인 롯데마트 수지점의 판매시설 면적은 2만5000여㎡(약 7562.5평)에서 2만8500여㎡(약 8621평)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이 신청안은 시교통영향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가 주출입구와 부출입구간 보행동선 확보 등 몇 가지 조건 이행사항을 제시하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주차장을 판매시설로 바꾸는 용도변경은 조만간 허가받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주변 중소상인 등 지역사회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초 소상공인 육성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규제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매장 주차장을 매장으로 바꾸는 절차를 밟은 것 자체가 대기업의 상생경영과 대치하는 모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쇼핑 측은 “여유가 있는 주차부지를 활용해 지역 소상인들의 피해가 적은 어린이 완구용품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지역경제에 피해를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한표ㆍ이노근 의원 “롯데는 편법행위 중단하라”
롯데의 ‘꼼수 영업’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날을 세웠다.
김한표(무소속ㆍ경남 거제) 의원은 중소기업청이 제출한 ‘중소기업 사업조정 신청현황’ 자료를 근거로 “대형마트ㆍ할인점 입점과 관련된 사업조정신청 건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 Super SuperMarket)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대기업이 대형마트 혹은 할인점 개점을 통해 골목상권 잠식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표 의원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SSM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이번에는 식자재품 유통 등 다른 업종에서 중소상인들과 대기업간의 마찰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편법을 써가며 SSM 외에 할인점 및 식자재품목 관련업까지 진출하면서 많은 서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대ㆍ중소기업의 상생은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대기업에게 관심을 가지라고만 하는 것은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정부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조정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노근(새누리당ㆍ서울 노원갑) 의원은 “롯데마트의 편법 영업은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며 “광주광역시 서구ㆍ남구ㆍ광산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에서도 업태 변경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SSM과 대형마트들의 휴무제를 어렵게 도입했는데, 업태 변경 등의 편법으로 이를 피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문제가 심각해진 후에야 지자체별로 업태변경을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미 악의적 업태 변경을 마친 비도덕적인 업체에 대해서도 과태료 등 제재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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