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순위 27위의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이 한 평도 채 안되는 이웃의 토지를 ‘자기 것으로 해달라’는 소송을 내 뒷말이 무성하다.
장 회장은 20년전 이웃주민 안모씨의 땅 1평(약 3.3㎡)을 주차장 건물로 증축하면서 무단 점유 사용해놓고도 취득시효가 완료됐다는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안씨는 “자기 땅도 아니면서 소유권을 이전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장회장측에 땅값으로 2억원을 보상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 일각에서는 법적인 부분을 떠나 재계 20위권 동국제강그룹의 오너로서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한 평도 채 안되는 땅을 두고 이웃과 싸우다 못해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을 두고 호사가들은 “이겨도, 져도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내릴 게 뻔한데 굳이 왜 소송까지 가는지 모르겠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 이웃주민 상대 소송 제기
장회장은 지난 1월 이웃 주민 안모씨를 상대로 ‘채권 및 소유권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민법 제162조 2항 등에 근거해 올 1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장 회장과 안모씨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문제의 땅은 종로구 화동 장 회장의 자택 맞은편에 있는 주차장. 현재 30평 규모인 이 땅은 1989년 장 회장이 그 일부를 사들인 뒤 2000년 나머지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아 부지를 증축해 자택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안씨의 땅도 1평(약 3.3㎡)가량 포함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장 회장의 주차장 바로 옆 2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안씨는 수차례 중축 과정에서 주차장과의 거리가 계속 좁혀지자 소유지 침범을 의심하다 지난해 지적측량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 후 안씨는 침거 부분이 철거 등 자신이 소유한 땅의 원상 복구를 요구했고, 장회장은 부지 매각을 제안했는데, 여기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안씨는 땅값으로 2억원을 요구한 반면 장회장은 6000만원을 주겠다고 협상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현재 동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 단위면적 당 564만원으로 나타나 논란의 2㎡인 점을 감안하면 1128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돌아 동부지의 거래가격은 최소 수배에서 많게는 10여 배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장회장은 공시지가의 약 5배 가격을 제시했고 안씨는 약 18배를 부른셈이다.
장회장측은 안씨가 2억원이나 되는 돈을 배상하라고 요구하자 결국 법률대리인을 통해 “2㎡땅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장회장이 뽑아든 법률적 근거는 ‘점유취득시효’.
장 회장 측은 소장에서 “1989년 주차장이 위치한 토지를 매수해 현재까지 20여년 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게 토지를 점유해왔다”며 “2009년으로 취득시효가 완성돼 피고(이웃주민 안 씨)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땅 주인 안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장 회장이 토지를 매수한 것은 1989년이지만 주차장 건물을 축조한 것은 15년 전이기 때문에 20년 동안 점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점유취득시효는 타인의 물건을 일정기간 계속해 점유한 자에게 그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로 부동산도 20년간 점유한 자에 대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점유취득시효를 규정하고 있어 20년이 지나면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취득시효 소송은 재산 권리 다툼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며 “판례도 제각각이다. 인지 시점과 요건 등의 차이로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 자기 땅도 아닌데...
장회장측이 소장을 보내자 안씨는 “자기 땅도 아니면서 소유권을 이전해달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분개했다.
안씨는 장 회장이 소장에서 밝힌 것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안씨에 따르면 20년 전 장 회장이 목공소 부지를 매수한 후 주차장건물로 개조했는데, 어느 날 집에 와보니 장 회장의 주차장건물 외벽이 자신의 집 외벽 옆으로 30~50cm가량 침범하여 벽돌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어찌된 영문인지 따져 물었다고 한다.
당시 장 회장의 자택 집사격인 양모씨는 안씨에게 일시적으로 주차장건물로 사용하려는 것일 뿐, 서로 모르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니 양해를 구했고, 안씨는 이를 수용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안씨는 까마득히 잊고 지내왔다. 안씨가 뒤늦게 이를 재인지하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장 회장과 마찬가지로 종로구청으로부터 변상금부과통지서를 받고 나서였다. 그 즉시 안씨는 장 회장 측에 원상복구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안씨는 “지난해 여름 때 동국제강 비서팀장과 총무팀 대리라는 두 사람이 찾아왔는데, 비서팀장이라는 이 사람은 원상복구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돌아간 뒤에 다시 연락이 와 이곳 시세가 평당 6000만원 정도하니 한 2500만원에 주면 되지 않느냐”며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지 말자고 했지만 나는 그냥 원상복구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후 장 회장은 지난해 6월 중순경에 사람을 불러 측량을 해가더니 법무법인을 통해 소유권이전등기협력요청의 내용증명을 몇 차례에 걸쳐 보내왔고, 나 역시 더 이상 가만히 당할 수 없어 그때서야 변호사를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어떻게 대기업 회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이웃주민의 한 평도 채 안 되는 땅을 빼앗아가려고 소송까지 낼 수 있냐”며 “그냥 원상복구만 해주면 나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씨의 이같은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시세는 부동산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지만, 평당 6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 소송해도 ‘둘 다’ 손해
만일 장 회장이 안씨의 요구대로 원상복구를 해주게 된다면 건축법에 의거 안씨의 자택 외벽으로부터 1m 이상 떨어져서 신축해야함으로 장 회장은 4~5평을 손해를 보게 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원 가량에 이른다.
반대로 안씨가 이번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패하거나 장 회장에게 부지를 매각할 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안씨가 만일 자택을 매각하거나 신축할 시에 장 회장의 주차장건물 외벽으로 1m 이상 떨어져야 함으로 안씨 역시 손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이번 소송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한편, 장회장은 동국제강이 지난해 매출 5조9000억원, 영업이익 1819억원(영업이익율 3%)를 기록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5.1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악화에 관계없이 친인척들을 포함해 총 124억원을 챙겨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 동국제강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소송과 관련해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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