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록 원본증발 책임론 놓고 여야 치열한 난타전
참여정부 폐기설 VS MB정권 관리부실 맞불양상
“노 전 대통령 NLL 포기발언 진실은 이제 뒷전”
“대화록 향방에 현 정권.전 정권.여야 운명 갈려”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국정원 NLL 대화록 공개파문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풀어줄 키(KEY)가 될 문제의 대화록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여야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기록원 소속 ‘대통령기록관’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고 알려지며 다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 문제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발언 여부의 진실을 가려줄 핵심자료다. 존재유무에 따라 여야는 물론 현 정권과 참여정부간 정치적 실익을 가늠할 단초가 될수 있는 자료다. 여기에 해당자료 이관업무를 담당했던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까지 불거지며 다시 복잡한 정치논쟁 구도로 흐르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참여정부의 폐기설을 주장하고 있고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MB정권의 관리부실 책임을 탓하며 공방하고 있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지원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정부 자료를 통째로 넘겼고, 워낙 방대한 자료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측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폐기처리 한 것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다시 여야 운영위원회가 22일까지 추가검색 작업을 벌이기로 해 최종 존재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전 정권과 현 정권,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사라진 대화록의 향방에 지금 정치권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대화록 행방묘연...자료보관 어떻게 했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예비열람한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이 지난 18일 "15일과 17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한 결과 대화록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어떤 방식으로 보관됐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간 대화는 휴대용 녹음기로 녹음됐다. 그러나 녹음 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청와대는 이 녹음 기록을 국가정보원으로 보내 녹취를 풀도록 했다.
이후 국정원은 녹음을 토대로 대화록을 만들어 2부를 제작했다. 한 부는 청와대가, 한 부는 국정원이 각각 보관했다. 국정원이 한부를 보관한 이유는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 탓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남북간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해 역사의 기록이라는 측면과 후임 대통령이 추후 정상회담을 실시할 경우 참고용의 성격으로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찾지 못하는 대화록은 국정원이 만든 2부 가운데 청와대에 보내졌던 자료다. 노 전 대통령은 컴퓨터 모니터로 대화록을 확인했다고 한다. 전산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시스템을 통해 보고가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으로 자료를 넘긴 것도 이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 자료다. 이지원 시스템의 경우 일부분만 빼거나 파기할 수 없게 돼 있어 누락 가능성은 없다는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정책회의를 열고 "참여정부나 노무현정부가 이 기록물을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일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조짐이 있지만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규정과 정의는 2004년 4월27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어서 대통령기록물이란 지위를 최초로 공식화한 사람이 바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라고 말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 기록을 통째로 넘겼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이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때인 2007년 4월27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 제정됐고 노 전 대통령이 거의 직접 이지원이라는 대통령기록물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참여정부에서는 역대 정부의 모든 기록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기록이 만들어졌고 그 기록물을 통째로 대통령 기록원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새누리, '증발 책임론' 난타전
대화록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들과 새누리당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대화록의 행방에 대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진 셈이다. 이제는 논란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 여부에서 대화록 원본 증발에 대한 책임론 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회의록 작성과 이관을 책임졌던 비서관들은 18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과 관련해 참여정부 폐기설을 부인했다. 대신 국가기록원과 이명박정부를 상대로 참여정부 기록물 관리 부실 책임을 물으며 정치적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참여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맹비난 했다. 회의록 원본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유실·폐기 가능성과 책임 문제를 노무현 정부에 돌린 것이다.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과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초대 대통령기록관장), 이창우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은 "참여정부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 기록관에 분명히 이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0월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은 그해 12월께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됐다. 정상회담 당시 기록담당으로 배석했던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이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 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통령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기록물을 담당했던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됐고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회의록 사본을 남긴 참여정부가 대통령기록관에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상회담 전후 준비와 이행에 관련된 수많은 기록물들이 빠짐없이 존재하는데 유독 정상회담 회의록만 없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시 대통령 기록 사본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이 해임됐다. 나중에는 MB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행정관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직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명하는 대통령 기록관장은 5년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이명박정부는 2008년 7월 임상경 관장을 대기발령시킨 뒤 끝내 직권면직 처리해 기록관에서 쫓아냈다"며 "더불어 참여정부 청와대 기록관리비서실 출신의 지정기록물 담당 과장도 함께 대통령 기록관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 등은 "이후 대통령 기록관에서 기록물이 어떻게 관리됐는지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게 됐다. 이명박정부는 대통령기록관장 후임으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임명했다"고 소개했다.
임상경 전 관장은 "이번에 노 대통령과 관련된 사실과 무관한 발언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를 보면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일찍부터 계획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與 "MB정부 대화록 실종책임?…'적반하장'" 맞불
새누리당은 "몇몇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화록을 찾지 못하는 것을 두고 마치 국가기록원과 이명박 정부 책임으로 넘기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 운영위에서 양당에서 전문가 2명을 추전해서 대화록을 열람하기로 한 것은 당시 기록원에 대화록을 넘긴 친노(친노무현)인사들이 자료 확인에 참여하라는 뜻"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참여정부는 불순한 의도로 행동하지 말고 진중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도 "여러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아직 조금 더 대화록을 검색해 보자는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재로써는 대화록 검색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지만 참여정부때 폐기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관련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18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이관 문제와 관련, "(참여정부 청와대로부터)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박경국 원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운영위 개의 전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봉하마을에서 돌려받았나"라는 질문에 "돌려받았다"고 답했다.
박 원장은 "봉하마을에서 돌려받았는데 없다? 근데 (지금 상황은) 이게 없다 아닌가"라는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건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의원이 "근데 없다는 건 그것(대화록)만 빠진 것 아닌가"라고 재차 추궁하자 "그건 모른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행방을 놓고 벌이는 공방은 이제 단순히 정치권을 넘어 국민의 관심사로 확전되고 있다.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의 진위여부가 쟁점이었다면, 이제 그것을 확인시켜줄 대화록의 진위여부 자체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이 보다 투명한 진실공개를 위한 노력을 통해 국민적 의혹이 말끔히 해소돼야 이 문제가 더 이상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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