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뇌물혐의 피소등 잇단 악재 ‘곤욕’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7-22 09: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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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70억 기부 약속 뇌물 성격 짙다’ 고발

▲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이하 시민단체)가 지난 4일 대검찰청에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사진)·박창민 사장과 거제시장을 각각 뇌물공여약속·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정몽규 회장.박창민 사장 뇌물공여약속.제3자뇌물공여 피소
거제시의회, “기부약속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
현대산업개발, “거제시민 복지 위한 것…뇌물 아냐” 반박
수익 독식하고 손실 떠넘기려 외부 인력 동원했나?
KTX 터널 붕괴사고, 바로 신고 않고 시간낭비 비난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사진)이 한 지자체로부터 뇌물공여혐의로 고발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이하 시민단체)는 지난 4일 대검찰청에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박창민 사장과 거제시장을 각각 뇌물공여약속·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

거제시는 현대산업개발이 허위서류를 작성해 공사비 44억7000만원을 빼돌린 것에 대해 5개월 입찰참가 제한의 행정처분을 내렸다가 1개월로 줄여줬다. 이에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은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거제시에 7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현대산업개발의 약속을 뇌물로 판단해 고발했다.

이뿐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고덕주공 4단지 재건축과 관련해 지분재 사업방식을 이용한 ‘손실’만을 조합원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KTX 공사 현장에서 터널이 붕괴돼 인부 2명이 깔렸을 때는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비난을 받는 등 잇단 사건사고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5년 8월 거제시가 발주한 160억원 규모의 하수관거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허위서류를 작성했다. 이로 인해 빼돌린 공사비 44억7000만원은 내부 고발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이들 업체 관계자에 대한 형사 처벌 결과에 따라 거제시는 지난 2009년 5개월 동안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의 행정처분에 불복,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4월15일에는 재심의를 요청했고 거제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5월31일 거제시는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대한 재심의 및 경감처분 신청건 심의’를 위한 거제시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009년 현대산업개발에 처분했던 입찰참여 제한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행정처분이 경감되자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7일 소송을 취하했고, 입찰참가 제한 기간은 지난달 7일부터 지난 6일까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제재 받은 기업 악용할 수 있어 면밀한 감사 필요
이 같은 거제시의 현대산업개발 입찰자격제한 경감처분에 대해 경남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지난 4일 이들은 감사원에 행정처분 경감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법적 근거, 회사측의 심의위원 개별접촉, 뇌물 공여 여부, 재량권 남용 여부, 현대산업개발의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이 거제시에 7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뇌물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해 대검찰청에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사장을 뇌물공여약속 혐의로, 거제시장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거제지역 10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감사 청구에 앞서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시는 애초 결정을 번복함으로 입찰 제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법률 근거도 없는 명확하지 않은 경감 사유를 들어 현대산업개발에 특혜를 줬고 뇌물수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 청구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는 “이번 사태는 앞으로 부정당업체로 제재 받은 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감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심의에 앞서 법규나 규정에도 없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다”고 말했다. 또 고발장에서는 “거제시와 현대산업개발의 기부약속은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이다”고 덧붙였다.

거제시는 지난 5월31일 열렸던 거제시계약심의위원회에 앞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검토와 협의를 거친 ‘의견서’를 계약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바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민원재심의 자문위원회는 법규나 규정에 근거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시장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정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갑’의 논리
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 조합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와 경기도 부천 약대주공, 노원구 인덕마을 등 재건축 주민들과 분담금 등의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 덕이동 아이파크와 부산시 파크 하얏트 등에서는 주민들과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이런 논란이 시작된 것에는 지분제 사업 방식이 한 몫하고 있다.

조합측은 “현대산업개발이 지분제 본래의 취지인 수익과 손실을 함께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수익은 독식하고 손실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외부 인력을 동원하거나 법정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갑’의 논리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은 고덕주공4단지 재건축조합과 관리처분을 앞두고 본 계약을 추진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할인분양을 하되, 할인가의 50%를 조합원들이 분담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즉, 200채를 일반분양 했는데 120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면, 이중 60채에 적용된 할인 금액을 조합원들이 나눠 내야 하는 것이다.

지분제 사업은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일정한 무상지분율을 제공하는 대신 일반분양에 따른 분양수익과 함께 미분양 책임까지 모두 껴안는 방식이다.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제안에 “수익 분담을 배제한 채 손실만 조합원들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규정돼 있는 지분제 사업방식의 취지를 외면한 편법이다”며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외부 인력을 동원해 조합원들의 찬성 동의서를 모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사고를 감추려 하다 외국인 근로자 2명 사망?
현대산업개발이 거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KTX 터널 신설 공사 중 암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작업을 벌이던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119를 부르지 않은 채 직접 구조한다며 2시간을 낭비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화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3일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수서~평택 KTX 제6-2공구 지하 45m의 터널 공사장(너비 14m, 높이 13m)에서 암벽 일부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터널 안에선 8명의 근로자가 암반에 폭약을 설치하기 위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 중 외국인근로자 2명은 사고를 피하지 못해 무너진 바위에 깔렸다.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회사 쪽 지정병원의 구급차만을 대기시켜 놓고 직접 구조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19 구조대에는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터널 붕괴 사고 현장에서 전문적인 구조·구급대원도 없이 근로자들이 길이 600m가 넘는 터널 구간의 돌덩이들을 치워가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2시간 만에 이주노동자 2명이 발견됐지만 이들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신고 또한 구조작업을 마친 뒤 진행 돼 “사고를 감추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제시의회 특별위원회 본격 조사 착수
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사태와 관련해 경남 거제시의회 특별위원회는 22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거제시 장승포·옥포 하수관거정비사업 행정처분 재심의 처분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전기풍)는 이날 “증인들을 출석시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특위는 전날 4차 회의를 열고 증인, 참고인 출석 대상자와 회의 일정 등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2일부터 시작해 매주 월요일 증인심문 등 조사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증인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며 대상 증인은 거제시장과 관련 공무원, 현대산업개발, 자문회의, 계약심의위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풍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 사태와 관련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며 “위법사항 발견 때는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조사의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에 따라 향후 방침이 정해질 것이다”며 “뇌물이 절대 아닌, 일련의 과정 속에서 거제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보답하고자 기부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논란이 됐던 재건축 조합과의 마찰은 현재 조합하고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외부 인력을 동원했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다”고 말했다.

또 “KTX 터널 붕괴 사고 때 119에 미리 신고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인명 구조를 먼저 했던 것은 현장에서의 인명 구조 작업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며 “구조 작업을 하는 상황에서 생사확인도 제대로 되지 못 하다 보니 신고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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