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직접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153명 가운데 찬성 150명, 기권 3명으로 여전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정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여신협회는 이번 개정안을 놓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헌법소원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수수요율 인하에 따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돼 온 카드수수료 논란에 수수료율이 법제화 된데 향후 금융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 부담 커질 수 밖에…
이번 개정안 통과로 신용카드사는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
또 금융위가 가맹점 수수료율과 관련해 카드사나 가맹점에 조정을 요구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카드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광고 규제가 강화되고 외형확대 위주의 경영에 대한 제한장치로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도 도입된다.
하지만 이 같은 여신법 개정안의 통과는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손해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에서 정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준 수수료율을 권고하게 되면 전체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한 만큼 카드사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될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사 수익 감소가 결국 회원들의 혜택제한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당장에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는 포인트 적립 등 회원 서비스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이 수수료를 자발적으로 올리지 않는다면 손실이 나는 카드사로서는 회원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8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누군가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혜택에 대한) 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대형 가맹점들이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카드업계 위헌 주장…헌법소원 검토
카드사들은 반발을 넘어 헌법소원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카드업계가 여전법 개정안 중 ‘신용카드 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18조 3항 내용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한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일단 지켜보면서 카드업계 논의를 통해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와 헌법소원 관련해서 법률 검토도 해왔다”고 밝혔다.
금융위도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전법 개정안 통과에 적잖이 당혹한 모습이다.
이에 김석동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 “시장 원리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수수율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절대가치를 확고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시장 가격에 대해 정부가 직접 정하는 문제점을 지금까지 여러 차레 정무위는 물론 법사위에서도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관계 부처와 좀더 협의하겠다”며 “중소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우대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는 존중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시장 원리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법률 재개정에 대해서는 “이번에 법률에서 정한 부분에서 어떤 부분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지 고민하겠다”며 “현재 법으로 시장 원리를 훼손하지 않고 정하는 법이 없다면 그런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직능단체, 수수료 인하 주장
그러나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단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에서는 카드사를 상대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해왔으며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이 같은 주장은 계속됐다.
지난달 22일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단체는 전국 각지 중소상인 3000명(경찰추산 2000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카드수수료를 낮추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서울 여의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차별 없는 카드수수료 조기 시행 촉구와 서민경제 위협하는 재벌횡포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미 정부와 카드업계가 모두 카드수수료 차별금지와 대기업 특혜 요구 금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며 “사회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카드수수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회장은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 손님이 늘어난다고 했지만 손님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소상인은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가져다주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고 호소했다.
문상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장도 “세계 어느 나라도 카드수수료로 4.5%를 내는 곳은 없다”며 “중소상인들이 영업해서 번 이익을 대부분 대기업인 카드회사에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카드수수료를 1.5% 이하로 내려야한다”며 “모두 힘을 합쳐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고 대기업의 중소상권 침입을 막아내자”고 외쳤다.
김진용 유권자시민행동 상임고문 역시 “원칙도 소신도 없는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를 인하하지 못 할 거라면 차라리 스스로 해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재벌 횡포’라는 글이 적힌 얼음돼지상을 깨뜨린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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