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인자 홍준표 등장, 친이는 지고
한나라당 새 당 대표로 4선의 홍준표 의원이 선출됐다. '비주류', '무계파'로 분류되는 홍 의원의 당선에 친박계는 웃고, 친이계는 울었다.
홍 대표는 지난 2일부터 양일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을 합해 최다득표(4만1666표)를 하면서 2위인 유승민 후보(3만2157명)와는 9509표의 큰 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홍 대표가 1위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박계가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대표 후보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홍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1인2표제의 전대에서 유 최고위원을 뽑고 남은 1표가 홍 대표에게 갔다는 해석이다.
친이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희룡 최고위원이 4위에 그친데다, 오히려 이번 전대에서 ‘탈계파’를 표방하고 나온 나경원 최고위원이 자력으로 3위를 기록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원 및 청년선거인단 투표가 폭우로 인해 25.9%로 낮은 투표율을 나타냈지만, 홍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북 지역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도 이번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경북 지역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반면, 이번 전대를 통해 친이계는 다시 한 번 무너졌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이계 주자였던 안경률 의원 대신, ‘비주류’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출된데 이어 이번에도 친박의 힘에 또 다시 무너진 셈.
친이계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투표는 물론 여론조사에서도 3위를 기록, 최종 4위를 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당초 홍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겨룰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순위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강한 지지를 나타냈고,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도 열심으로 뛰었지만, 이같은 친이계의 지원에도 바닥 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2012년이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선거의 해’인 점도 홍 대표에게 표심이 쏠린 이유로 분석된다.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의식한 당원 및 대의원단의 표가 무계파로 분류되는 홍 대표에게 많이 쏠렸다는 것.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친이계 이탈표의 상당수가 홍 대표에게 갔다”며 “친이계 당협위원장이 오더(지시)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홍 대표가 이번 전대에서 연일 ‘당당한 한나라당’을 강조하며,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큰 판”을 이끌 장수를 표방했던 점에 비춰, 홍 대표의 이번 승리는 내년 총대선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무계파 홍대표 당선으로 당청관계 변화 불가피
한나라당이 7·4 전당대회를 통해 비주류를 자처해온 홍준표 대표를 선출한 가운데 향후 당청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이번 전대의 가장 큰 특징은 친이(이명박)계의 부진과 친박(박근혜)계의 선전이다.
친이계인 이재오계, SD(이상득)계가 힘을 모아 지원한 원희룡 후보는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친박계인 유승민 후보는 재선이라는 짧은 정치경력에도 불구, 2위를 기록했다.
홍준표 대표의 당선에도 친박계의 ‘두번째 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인2표제인 전당대회에서 친박세력이 유일한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에게 투표하고 남은 한 표를 홍 대표에게 줬다는 것이다.
친박성향의 중립으로 분류되는 권영세 후보가 낮은 득표율을 보이며, 최고위원 순위권 내에 들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친이계는 4·27 재보궐선거 이후 소장파와 친박(박근혜)계가 연합해 지원한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입지가 축소됐고, 이후 원 후보를 지지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 전대에서 원 후보가 선전하지 못함에 따라 세 약화 현상은 고착화될 전망이다. 주류였던 친이계가 비주류로, 비주류였던 친박계가 주류로 바뀐 셈이다.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비(非) 친이계로 채워지면서 지금까지 ‘수직적’인 구도를 형성해왔던 당청관계 역시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 ‘홍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홍 후보는 지금까지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등 실권자들에 대해 거리낌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홍 대표의 이런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홍준표호는 향후 당청관계나 대야관계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며 힘 센 여당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 시절부터 강한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드라이브를 걸어왔고, 이 때문에 직전 당 지도부인 안상수 전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와도 종종 갈등을 겪어왔다.
4·27 재보선에서 경기 분당을을 민주당에게 빼앗기는 등의 아픔을 겪은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청와대와의 거리두기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당청관계에 대한 우려에 대해 “대통령이 탈당하는 배신의 정치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며 “대통령과의 15년 인간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당청간의 엇박자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與 지명직 최고위원·사무총장은 누구?
홍준표 대표 체제의 신임 지도부를 선출한 가운데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후임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의논해서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에 당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후임 인선이 필요한 직책은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사무총장, 대변인, 대표비서실장 등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대규모의 당 사무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계파 해체를 위한 첫 조치로 당직인선부터 탈계파에 근거한 인사를 하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지역과 외부영입인사를 우선 고려하도록 한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라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서 영남권이 우선 배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최고위원회의 멤버인 7명은 홍준표 대표(서울 동대문을), 유승민 최고위원(대구 동구을), 나경원 최고위원(서울 중구), 원희룡 최고위원(서울 양천갑), 남경필 최고위원(경기 수원 팔달), 황우여 원내대표(인천 연수), 이주영 정책위의장(경남 마산을)으로, 5명이 수도권 출신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와 관련, 5일 현충원 참배에 앞서 최고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영남 소외론이 나올 수 있으므로 중앙 당직은 영남으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최고위원들에게 계파를 초월한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개정된 당헌 개정에 따라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고 협의만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홍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 계파를 초월해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을 두루 발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등에는 홍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호흡을 맞췄던 원내부대표단 등 측근들이 기용될 가능성도 높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영남권에서 친박계인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의원이 거론된다. 친이계를 끌어안는 화합형 인선이 이뤄질 경우 이상득계인 이병석(경북 포항북구) 의원 등이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청권에서는 정우택 전 충북지사,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호남권에서는 정용화 전 광주시장 후보 등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수도권인 만큼 사무총장에는 중립 성향의 재선급 영남권 의원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권(경남 김해갑, 재선) 주호영(대구 수성을, 재선)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대변인에는 남성 대변인에 김기현(울산 남구을, 재선)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여성 대변인으로는 초선인 정옥임·조윤선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홍 대표와 가까운 이범래·조문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홍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해 중앙당 실무 당직자들에 대한 대폭 인사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안상수 대표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새 진용을 짜두었지만 대부분 친이계 인사들이 포진해 지역 당직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비주류인 홍 대표가 총선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당 실무라인을 장악하기 위해 전폭적 인사쇄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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