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총파업 사태가 그 끝을 모른채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은행 측은 총 영업점 392개 중 11%에 해당하는 43개 영업점을 폐쇄했으며, 노조는 현재 농성 중인 속초에서 500여명의 노조원이 서울로 상경해 대국민 거리선전전을 전개했다. 뿐만 아니라 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 한국협의회는 SC제일은행 공평동 본점 앞에서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노사간 갈등해소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국제문제로까지 확대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감수하는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는 행태로 치닫고 있다.
◇“결국 영업점 폐쇄까지…”
SC제일은행 총파업 사태가 극기야 고객들의 직접적 피해와 부딪히게 됐다.
SC제일은행은 노조의 파업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이대로 영업점을 운영하기는 무리라고 판단, 총 영업점 392개 중 11%에 해당하는 43개 영업점을 폐쇄했다. 이 중 안국역·잠실본동·대치서·압구정역·강남대로·논현동 등 서울지역이 33개이며, 분당구미동·동탄신도시 등 경기지역이 7개, 부산·대구 지역 3개으로 수도권에 주로 몰려있다.

사측이 영업점 폐쇄라는 극단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노사간 합의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 7일 노조 측이 머물고 있는 속초의 H리조트를 찾았다. 사측도 더 이상 파업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노조 측이 원하는 대로 행장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리처드 힐 행장은 노조원들 앞에서 짧은 연설을 한 뒤 노조 측 대표들과 6시간 동안 협의를 했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이튿날에도 사측 대표와 노조측 대표가 만나 협상테이블에 앉았으나 여기서도 결국 별 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사측은 힐 행장이 직접 움직였음에도 노조의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그 동안 대체인력으로 지속해온 영업점 운영에도 부담을 느껴 결국 전국 43개 영업점을 파업이 끝나는 시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SC제일銀 경영문제 “국민이 알아야 한다”
사측이 영업점을 폐쇄하는 강수를 두었기 때문일까. 지난 13일 노조원 중 일부가 서울로 상경해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거리선전전을 전개했다.
이번 파업을 벌이고 있는 2800여명의 노조원들 중 약 18%에 해당하는 500여명의 노조원이 서울로 상경해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서울역과 용산역, 강남역, 잠실역, 남대문, 광화문, 명동 등으로 분산해 전 국민 대상으로 파업의 당위성을 알리는 대국민 거리선전전을 전개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경영문제와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전 국민이 알아야 한다며 전개운동을 펼쳤으며, 금융감독 기관에 대해서도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금감원은 SC제일은행 본점과 전산실, 영업점에 각 2명, 총 6명의 검사역을 보내 지급결제 업무 등을 감독하고 있다. 영업점 폐쇄가 시작된 지난 11일부터는 4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 피해 및 금융사고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금융감독 기관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으로 노사간 갈등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있다는 의견이다.
◇국제여론 확대…‘꼴불견’
한편 SC제일은행의 파업장기화가 국제여론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 한국협의회는 SC제일은행 공평동 본점 앞에서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UNI는 전 세계 150개국 2000만명의 노조원을 둔 국제산별노조다. UNI 한국협의회는 2000년 2월 출범 이후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국언론노조, 전국우정노조, 전국대학노조연맹, KT노조 등 9개 조직 35만명이 가입돼 있다.
UNI 한국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B)의 투기적 경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UNI 한국협의회 측은 “SC제일은행 파업 사태는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임단협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SCB는 대만, 가나 등 여타 국가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노사간 심각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전국은행노조도 지난달 라이 완 춰 위원장 명의의 연대서신을 통해 “SCB의 성과연봉제는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무책임한 행태”라며 노조 파업을 지지했다.
지난 4일에는 가나 상업금융서비스노조와 인도 AROBIFU(아시아지역은행노조연합)이, 6일에는 말레이시아 금융노조와 필리핀 메이뱅크노조가 이 같의 내용을 담은 성명을 보냈고 7일에는 영국노총(TUC)도 합류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SCB의 성과연봉제 추진은 한국에서의 영업행태를 바꾸겠다는 술수”라며 “2005년 3월 한국 진출 당시 기치로 내건 ‘현지토착화’ 약속을 이행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연봉제를 통한 새로운 성과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3년간 노조를 설득시키는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며 “하루 빨리 노사간 진지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통해 조속히 파업 상황이 종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업…폐쇄…대국민선전…국제여론
“마지막 피해자는 고객”
그러나 이런 노조 측의 강경대처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조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임금 성과급제 문제’만큼은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원하는 최대한을 수용했음에도 파업을 지속한다고 억울해하고 있지만 정작 노조가 원하는 것은 바로 임금 성과급제 도입 반대이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 측이 챙겨가는 이득이 적다면 이해해보려 하겠지만 2009년 2500억원, 지난해 20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도 각각 62%, 57.8%에 달한다. 즉 지금도 배당으로 많은 이익을 챙기는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노조의 총파업에도 무릎쓰고 임금 성과급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것 뿐만 아니라 이득만을 위해 고객들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여론이다.
노조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7년만의 총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약 45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장기화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를 위해 나름 최대한의 노력을 했으나 협의를 도출해내지 못하자 영업점 폐쇄라는 강수를 뒀다. 이에 노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리선전전을 전개하며 사측의 잘못된 경영문제를 꼬집었으며, 국내 뉴스를 넘어서 국제여론까지 확대됐다.
파업이 한달째를 치닫고 있다. 결국 양측의 싸움에 피해보는 것은 고객들뿐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SC제일은행 후암동 지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이태원점 영업중지로 여기까지 왔다”며 “은행은 신뢰가 생명이고 CF(광고)에서도 그렇게 신뢰를 강조하더니만 어디 이래가지고 믿고 돈 맡길수나 있겠느냐”며 격분했다.
이어 “(SC제일은행 사태를) 뉴스에서 보고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만 있었는데 이제는 몸이 직접 그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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